어제는, 아마도 내 생애 처음으로 '생리휴가'라는걸 챙긴거 같다. 그러니까, 회사다닐때 생리휴가라는것이 있어도 그걸 정말로 생리때 써먹은적은 없었다. 그냥 하루 놀자고 써먹은거지. 생리통이 심하지 않았으니까.
그때, 우리 부사장들이 죄다 독일인들이었는데, 하루는 나하고 일하던 부사장이, 여직원들 생리휴가 신청양식에 싸인해주다 말고 픽 웃으면서, "한국 여성들은 생리가 오락가락 하나보다, 응?" --> 생리휴가를 정말 생리때 쓴다면 그것이 규칙적이어야 하는데, 뭐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지. (피차 알면서 뭘 그러시나?) 그 말 한 부사장도 농담이었지 심각하게 문제시 한 것은 아니었다. (생리휴가는 적법한거다. 생리통이 심각한 여성은 정말로 그것이 필요한거다.)
그러니까, 밤새 잠을 잘 못자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악몽에 시달렸는데, 그 악몽이 너무나 선명하고 구체적이었다. 가령, 우리학교 학장님, 변호사 이런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타나고, 나는 괴기영화처럼 살점이 여기저기 퍽퍽 날아간 사람들을 속수무책으로 쳐다만 보고... 아침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는데, 생리가 시작되었고, 아프고 어지럽고 아주 엉망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수업 없는 날이라서 그냥 하루종일 전기담요 켜놓은 침대 신세를 지기로 했다. 하루종일 침대에서 전기담요의 기운에 진땀을 내면서 책보다 자다 책보다를 반복했다.
내가 모르고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내 가족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의 전쟁을 치러간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 내 어깨가 아주 무거워진다. 어쩐지,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중 누군가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고. 나는 세상의 중심이다. 내가 기운을 차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사람 한사람 돌봐야만 한다. 어느 한 사람도 내 마음에서 놓아버리면 안된다. 모두 행복하게 웃을수 있게. 내가 지켜줘야 한다. 내가 지켜줘야 한다.
저두 오늘 생리휴가 중이랍니다. ㅠ.ㅠ
답글삭제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