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미네르바의 부엉이] 가방.
ㅋㅋㅋ
오늘 찬홍이 SAT 2 -- 두과목 시험 치렀다. 이로써 이제, 주섬주섬 엮어서 어플라이 할 일만 남은 셈이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라이드 해주고, 끝날때쯤 달려가 픽업하고, 뭐, 돌아오는 길에 근처 아웃렛에 들렀다. 시험치느라고 애도 썼거니와, 애가 입고 다니는 바지가 내 맘에 안들어서 얼마전부터 하나 내 맘에 드는 것을 사주려고 벼르고 있었다.
바지도 내 맘에 드는 것으로 고르고, 나이키 패딩 잠바 좋은 놈으로 하나 사주고 (애가 오십달러 넘어가는 것은 감히 꿈도 못꾸다가, 내가 100달러짜리 패딩 잠바를 사줬더니 아주 좋아 죽는다... 여태 형의 그늘에 가려서 옷하나 변변한것을 못 얻어 입던 애다. (나중에 지홍이 놈이 오면 빼앗아 갈것으로 추측된다. 형이 달라면 다 주는 놈이라...)
아웃렛 감 김에 뭐, 그냥 기웃대고 돌아다니다가 케이드 앤 스페이드에서 찬홍이가 이 부엉이 가방을 발견했다. 찬홍이가 이 가방이 너무너무 좋다는거다. 그래서 내가 들어보니까...잘 어울린다 (당연하지, 옷걸이가 을마나 좋은데.) 찬홍이가 하도 이 가방이 좋다고 하길래, 내가 가격표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라. 그래서 "얘야, 됐다. 가자." 했는데, 찬홍이가 점원한테 얼마 할인해주는가 묻는거다. 점원이 쓱 물건보더니, 할인가격에서 다시 70프로 또 할인. (오잉?) 그, 그, 그러면 이것이 을마여?
되게 비싼거라 쫄아있다가, 이래저래 할인하니, 뭐, 용서할만한 가격이 나오길래, 냉큼 샀다.
이 가방의 매력 포인트는,
(1) 일단 케이트 앤 스페이즈 물건이 튼튼한것은 보장이 된다. 이 회사는 이름난 명품 축에 못끼는 중가 브랜드인데, 국제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명품족들은 별로 안 사지만, 미국 여자들은 꽤 들고 다닌다. 미국식 실용주의적 디자인 감각을 유지하는 편이다. 튼튼하고 실용적이다.
(2) 이 독특한 부엉이 디자인 자체가 가장 내세울만한 것이다. 내가 세상 살면서 이리저리 구경하다보니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은 크게 세가지가 눈에 띄는 요인이다. 첫째는 값으로 승부 보는 유명 브랜드의 위대한 장식성, 둘째는 실용성을 극대화 한 작품들, 그리고 셋째는 유머. 이 가방은 그 '유머'에 해당되는 특이한 디자인. 특이해서 눈에 띄는데, 그 특이성이 아주 우스꽝스럽거나 친근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내 인상에 오래 남는 유머러스한 가방은 어느 노부인이 들고 다니시는 '암탉 가방.' 가죽 가방인데 전체적으로 암탉 한마리 모양이다. 가죽에 색을 입히고 장식을 하여 알을 품는 암탉 모양으로 가방을 디자인했다. 그 가방을 볼때마다 나는 웃었다. 웃겨서. 아주 따뜻한 유머였다. 이 가방을 사가지고 들고 다니는 동안에도, "저 가방 너무 귀엽다"는 소리를 몇번 들었다. 사람들을 웃게 만들거나 기쁘게 만드는 디자인. 이 가방은 바로 그런 매력을 갖고 있다.
이 가방을 들고 외출하면, 꼬마아이들이 엄마 손 잡고 가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을것이다. 그러면 나도 그 꼬마애와 눈을 마주치고 함께 웃을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이 가방이 즐거워지는 것이다.
오.... @___@ 이 가방 너무 너무 맘에 들어요.
답글삭제혹시 그 가방 레드팍스님 기다리고 있었을까요..너무 잘 어울리세요..
답글삭제딱 주인만난거 같아요..전 거기 가방 사고 싶더만 갈적마다 마음에 드는건 세일을 안해요..전에 로라부시가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고 잡지에났던거 봤어요..
그나저나 아들은 참 착하기도 해요..가격표도 안보고 맘에 들면 들고 오는 아들도 있답니다..
@emptyroom - 2010/11/07 07:54
답글삭제오늘 딱 유아원 다닐만한 꼬마애하고 그 젊은 엄마하고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쳐서, 내가 문을 열고 기다려줬는데, 그 모녀가 손가락으로 가방을 가리키면서 "Mom, Look at her bag. So cute!" 외치자, 그 엄마도 정말 귀엽다! 외쳐줘서....그래서 우리 찬홍이가 기분이 으쓱했다는 것이지요. (찬홍이가 골라준거니까. 하하)
이게요, 주먹만한, 똑같이 생긴 '새끼'도 있었거든요. 가방에 넣는 지갑이죠. 찬홍이는 그것까지 세트로 사라고 했는데, "야 이눔아, 이게 한두푼이냐" 이러고 말았습니다. 집에 온갖 색깔의 털실이 한바구니가 있거든요...이불 하나 짤만한 분량이죠. 그중에 골라서 부엉이 새끼 한마리 가볍게 손뜨개 해보려고요. (큰거 시작하면 폐인모드로 돌입할경우 직장을 잃을 염려가 있으니까, 그냥 손바닥만한 새끼 부엉이나 한마리, 지갑으로 만들어서...)
emptyroom 님은 아마도 손바느질로 이보다 더 근사한 가방 만들어내시지 않을까요? (이런거 수제작하시면 제가 살게요 :) 저는요 딸기가방, 사과가방 이런거 디자인해서 면헝겊으로 포근하게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거든요. :)
@사과씨 - 2010/11/07 09:59
답글삭제저도 여기 드나들며 구경만 했지 직접 사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찬홍이가 아니었으면 오늘도 구경만 하고 나왔을걸요.
국제적으로는 잘 안 알려진,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독특한 서민적인 브랜드들이 있어요. Kate and Spade 도 그러하고, 그리고 L.L.Bean 같은 경우에도 싸고 좋은 옷 이 많지요.
한국의 가족에게 선물할 것을 고를때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물건을 사게 되니까 kate and spade 가 밀려나지요. 내것으로 사자니,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 그래서 안사게 되고. 저는 할인율 큰것만 골라서 사는 편인데, 그러면 대개 계절 지난것이쟎아요. 계절 지났는데 뭘 사냐...내년에 사지... 이러고 또 안사는거지요. 겨울옷은 여름에 사둬도 좋은데 (뭐 크게 유행 안타는 디자인으로), 가방은 계절 지난 것 사기가 좀 애매해요.
아아, 쇼핑 얘기는 언제나 즐거워요. 쇼핑 얘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좋고요. (제가, 학생하고 쇼핑 얘기하기는 좀 그렇쟎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