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7일 일요일

겨울, 나의 '껍데기'

 

겨울이다.

춥다.

결국 올해도 겨울은 오고야 만 것이다.

 

내가 빈둥빈둥 노는것 같지만, 사실 하루하루 괴롭다. 일이 밀려서 그렇다. 당장 겨울학기 언라인코스 두가지를 짜서 보드에 올려 놓아야 하는 일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불기없는 방, 책상에 붙어서 일하다보면 뜨거운 커피가 정말 '고마운' 존재가 되고, 실내에서 손이 시리고 곱아진다.

 

결국 워싱턴 생활중, 내가 가장 '장 시간' 입은 이 겨울 잠바를 꺼내 입고 일하고 있다.

이건, 우리 식구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사실 '옷'이 아니다.

그냥 나의 부가적인 가죽이며, 껍데기이며, 겨울에만 발생하는 제 2의 피부 같은 것이다.

 

이 옷에는 어떤 마력이 있다.

일단 한번 입기 시작하면, 절대, 절대, 절대,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도, 벗을수 없다.

이 옷은 눈이 녹았다 얼었다 녹았다는 반복하고, 창밖에 개나리가 피고지고, 마침내 벚꽃이 피어날때까지 나의 '가죽' 노릇을 하면서 때에 절어 팔부리가 반질반질해 질 때까지 내 몸에 착 붙어있을 것이다.

 

내가 천하에 왕소금을 켜켜이 쌓아놓고 사는 왕짠순이라서, 난방비라면 벌벌 떤다. 차라리 추위에 벌벌 떨고 말지 난방비로 금쪽같은 내 돈을 훨훨 태울수는 없는일.  추우면 껴입으면 되는거다. 그래도 추운가? 더 껴입는거다. 그래도 추운가? 이불 뒤집어쓰는거다. 그래도 추운가? 나가서 운동하고 오는거다. 돈을 아껴야 한다.  (그돈 아껴서 뭐할려구? ----> 명품가방 살려고~  오오 할렐루야~~~ 하하하 : 너무나 추위에 떨다보면 이런 환각증세가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에 카페트 깔린 실내에서 얼어죽었다는 사람 못봤다.)

 

농담하니까 몸이 따뜻해진다.

다시 일이나 하자

(이럴때는 내 노트북에서 나오는 열기도 참 고맙고 사랑스럽다.)

 

아아, 나는 그래도 괜챦다. 일단 학교에 가면 난방 잘 되는 따뜻한곳에서 온종일 지내니까. :)

 

 

댓글 4개:

  1. 제가 뉴욕 사는 내내 그러고 집에서 다운 베스트를 끼고 살다가 여기와서도 그러고 처음으로 작년에 난방을 좀 넉넉히 하고 살았어요.. 더 나오는 한달 난방비는 딱 우리식구들이 외식 한번 안하면 되는 정도에요.. 그래서 그냥 운신할 만큼은 때고 살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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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씨 - 2010/11/08 07:28
    아, 그래도 이 아파트는 이만하면 살 만 합니다. 전에 살던 개인주택 (그집 아직도 안팔렸는데 ㅋㅋㅋ), 거기서는 내가 정말 '징징징징' 하면서 살았어요. 추워서. 집은 크지, 옛날집이라 구멍 숭숭 뚫린 수수깡 집 처럼 바람 술술 들어오지. 창문 가리는 그 비닐, 그걸 붙여도 바람은 술술~ 마룻바닥 집이라 발도 시렵고.



    이 아파트는 일단 작고, (호흡기에는 덜 좋겠지만) 카페트 깔려 있어서 냉기가 없어요. 냉기가 없는것만해도 어디냐구요~



    난방기 돌려봤더니 곧바로 따뜻한 바람이 솔솔 나오는게, 내가 보니 난방비도 많이 안 들것 같아요. 창문이며 출입문도 새로 싹 바꿔서 보온효과도 높고요.



    그런데, 제가 원래 안달떠는 '악취미'가 있어요. 괜히 안달안달하는거죠 (심심해서.) 그냥, 절약할수 있는데까지 절약해보자 뭐 이런거지요. 안달떠는거, 재밌어요. 하하하. :) (나야 복이 넘쳐서 절약차원에서 이러고 살지만, 정말 돈이 없어서 난방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면 얼마나 암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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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나도 우리 시엄니가 사주신 껍데기가 있는데요.

    맘에 안들어 껍데기로 입고 다니다가 문득 오늘 이걸 사준 시엄니가 감사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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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claire - 2010/11/09 07:00
    아이구야...답글 달려다가 생각해보니

    지금도 역시 입고 있구만요. 하하하.

    아주 자동이야 자동.

    집에 오면 옷 갈아입고, 그리고 걸치는거죠

    어느때는 입은채로 침대에 쓰러져가지고

    밤새 뻗뻗하게 잘기도 해요.

    내 참. 완전 침낭구실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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