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날아온 책을 읽다가, 정오쯤에 리버밴드 파크로 산책을 나갔다. 볕이 좋아서 사람들이 모두 두꺼운 옷을 벗어서 허리춤에 걸치고 반팔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그레이트 폴즈에 다다르니 주차장에 차도 많고 사람들이 모처럼 많이 보였다. 리버밴드에서 그레이트 폴즈까지 가는 길은 '정적'만이 감돌 뿐인데. (내가 그런 이유로 리버벤드 파크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그래도 폭포를 쳐다보고 있으면 지척의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11월의 햇살아래서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돌아왔다.
물속의 송사리떼도 행복해보인 11월의 어느날. (날씨 참 좋았다.)
집에 와서 마저 읽던 책을 다 읽으니, 책도 읽고, 천국같은 강변을 산책도 하고, 몸과 마음이 아주 복받은 하루였다. (햇살에 노출된 목의 피부가 따끔거리고 아프길래, 입술에 바르는 챕스틱을 목의 화끈거리는데 살짝 발라주니 시원하고 좋다. 챕스틱의 새로운 용법. -- 아아, 내가 사용하는 챕스틱이 햇살이나 추위에 입술 튼데 효과적인거라서 그냥 발라봤는데, 입술이나 목피부나 거기서 거기니까 효과 있는듯.)
나는, 풍경중에서 '물'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언젠가 어떤 분들과 함께 산책하다가 세사람이 각자 동일한 풍경속에서 다른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은 하늘을 쳐다보는게 좋다고 했도, 또 한 사람은 숲을 쳐다본다 했고, 나는 물. (우리는 숲이 우거진 호숫가를 산책중이었는데 각자 다른 것들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이지...)
물론 숲도 하늘도 모두 위대한 자연을 드러내 주지만, 하늘은 내가 아무리 손을 뻗어 닿고 싶어도 손에 닿는것이 없어 허망하고, 숲은 아마도 너무 가깝고 물리적이라서 너무 친근한 나머지 그 매력을 잘 모르는데, 물은, 가서 만질수 있되 정형화 되어있지 않고, 고요하되 온갖 소리들을 내며, 가서 내 얼굴을 비쳐볼수도 있고, 내가 그 속에 들어갈수도 있으며, 먹을수도 있고... (생명의 시원이 물이었다니까, 물에 가장 친근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것이다.)
나는 세살쯤에 물에 빠져 저승 구경을 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 내가 기억하기보다는 우리 엄마나 가족이 기억하는 내용이다. 우리 시골집 앞 논가에 연못이 있었는데 (논에 물을 대기위한 천연 저수지), 그 연못 물이 하도 차고 달아서 동네 사람들이 우물처럼 사용하기도 했었다. 아무데서나 놀다가 목마르면 집에 갈것도 없이 그 연못에 엎드려 사슴새끼처럼 그냥 주둥이를 물에 처박고 먹으면 되는거였다. 바로, 그렇게 짐승 새끼처럼 쪼그려 앉아 주둥이를 물속에 처박다가 나는 고꾸라졌을 것이다. (나는 사람의 새끼였으니까...)
그 연못은 벌써 그런식으로 동네 아이들 여럿을 잡은 ... 적이 있었다. 여러사람 거기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지.
그 사건을 우리 엄마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연은: 엄마가 그때 몸이 아파서 시골집 건너방 엄마 방에 누워서 시름시름 앓고 있던 중이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웬 허연 소복을 입은 여자가 머리를 산발을 하고 엄마가 누워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큰절을 한번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큰절을 하고 있는 판국에,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면서 동네 사람들이 물에 빠져 혼이 나간 어린애 하나를 안고 들이 닥쳤다고 하는 것이지. 나를 물에서 구해낸 이는 우리 옆집 호꼴댁, 종씨 아지매였다. 원래 물에서 헤엄을 잘 치던 처녀였는데, 밭에서 일하다가 건더다보니 연못에 애 하나가 가는것 같았는데 -- 그러니까, 사람이, 어린애가 물가에 가면 무심코 쳐다보다가 문득, 애가 잘 있나 돌아보게 마련이다. 그래서 문득 다시 돌아보니 애가 꼴깍꼴깍 하고 있었겠지.
사람의 꿈이란게 그래.
가끔 기이하게 현실의 현상과 연결이 될 때가 있는거다.
나는 가끔, 물가에 앉아서 그 -- 엄마가 꾸었다던 꿈을 생각해보면서, '그때 그 머리 풀어 산발한 소복입은 물귀신이 왜 울엄마에게 큰절을 했으까? 당신 딸 데려가려다가 한번 봐준다는 메시지였나? 아니면 뭐 당신딸 내가 데려간다는 신고식 하려는 찰나에 애가 구제가 된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물귀신이 엄마한테 와서 절을 한 내막을 모르겠더란 말씀시...
근데
그런데
그렇게 물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난 경험이 있으면, 애가 물을 무서워해야 하는거 아닐까?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물이 무섭지 않다. 물론 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안다마는, 그래도 물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원래 조상이 수생생물이었다니깐~~)
아래 사진은, 그러니까, 그냥 쌓인 낙엽이 아니고,
물에 가라앉은 낙엽이다. 물속의 낙엽들이다.
(사진을 축소해서 안보이지만, 원화 속에는 이 낙엽사이를 헤엄쳐다니는 송사리도 보인다.)
겨울이 문턱에 닿은 깊은 가을, 모처럼 햇살 따스한 한낮
황금빛으로 물들어,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들을 바라보면
국사책에 실리는 그, 통일신라시대의 황금 왕관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금 세공기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가공법이라던가,
그 날출(出)자 모양의, 혹은 사슴뿔 모양의 그, 작은 잎사귀들이 찰랑거리는 듯한 신라의 왕관.
오늘, 햇살아래 빛나던 나뭇잎들이 꼭 그 신라 왕관에 매달려 순금의 소리를 내던 그 금잎들 같았다.
그래서 원래 한없이 *낭만적으로* 내 삶을 멋대로 가공하는 나는 또 한가지 상상의 이야기를 지어내고 혼자 좋아서 입이 찢어지고 만다.
그러니까,
나는 * 나도 알다시피 ~ 나는 예사 사람이 아니야...
난 저 멀리 어느 별나라 여왕이었어. 내가 뭔가 좀 실수 한게 있어서 지금 지구로 교육받으러 나온거야. 그런데 지구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나는 가끔 내가 어느별의 여왕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아. 이러다가 그대로 지구인이 되고 말지도 몰라.
그런데, 나의 별나라 백성들은 매일 매일 내가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지구의 나를 관찰하다가, 여왕님이 지구 생활에 심취한 나머지 자기 주제를 잊어버릴때, 그때, 나를 깨우치기 위해서 애를 쓰지. 가령, 이렇게 강변의 숲길을 걷다가 하늘을 쳐다볼때, 내 머리위에 황금왕관을 보여주는거야. "여왕님! 여왕님의 황금왕관을 잊지 마세요!" 그러면 나는 내 머리위의 금관을 발견하고 '관이 향기로운 나는 무척이나 높은 족속이었나보다 .... 잊혀진 전설을 생각해내고는 어찌할수 없는 그리움에 먼데 산을 바라본다' 가 되는거지. (<---지금 저 대사는 표절이옵니다 여왕마마~ )
믿거나 말거나
세상의 어떤 황제의 금관이 이 나무 금관만 하겠느뇨...
이걸 알아보는 사람만이 이것이 황제의 금관보다 더 위해하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지...
I seldom see you, seldom hear your tune
Preoccupied with selfish misery.
Brother Wind and Sister Air,
Open my eyes to visions pure and fair.
That I may see the glory around me.
I am God's creature, of him I am a part
I feel his love awaking in my heart
Brother Sun and Sister Moon
I now do see you, I can hear your tune
So much in love with all that I 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