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섯시 반에 집에서 출발, 아홉시 반에 귀가.
날이 흐리고, 기온이 약간 내려가서, 걷기가 수월했다. 진땀도 별로 안나고.
역시 8월이라서 공기가 선선한 느낌이 든다.
내가 차를 세워놓는 포토맥 강변 주택가, 포토맥 애비뉴 어느 집 앞의 사과나무.
아기 주먹만한 사과들에 아침 이슬이 흠뻑 맺혀 있다.

Fletcher's Cove 배 빌려주는 가게는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가게 앞 화단의 백일홍이 곱기도 하다.

나는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이런 여름 화단의 꽃을 발견하면
늘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할아버지의 꽃밭에는 수십년간, 내가 기억하는 모든 여름에, 이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었다.
괴짜였던 우리 할아버지.
분꽃을 보면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난다.
내가 어릴때 여름에 귀앓이를 심하게 했는데
그때 우리 할머니가 아프다고 징징우는 나를 업고
바깥마당 화단가에서 바람을 쐬며 서 있곤 했다.
어느날인가 할머니가 분꽃을 따서 가운데 꽃술을 빼내고
그걸로 작은 분꽃 나팔을 삐삐~ 불어주셨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인가 했으니까, 덩치가 작지도 않았을텐데
덩치 큰 나를 업고 분꽃을 삐~삐~ 불어주셨다.
내 기억속에
나를 자주 안아주고 무릎에 앉혀주고 그랬던 사람은 우리 할아버지이고,
나를 업어준 사람은 우리 할머니였다.
내 기억속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와 살갑게 손을 잡거나 그 품에 안긴 적이 없고
우리 엄마도 늘 살림에 파묻혀서 나를 업어주거나 안아준것 같지가 않다. (내 기억에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나를 낳아 품에 안고 젖을 먹이고 키웠건만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은 것이니...기억이란 늘 이렇게 모호하고 제멋대로 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는 팀을 지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뚜벅이 파 다. 걷는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 요거다. 하하

키브리지로 연결되는 다리 밑
늘 낙서로 도배되는 벽
낙서이긴 하지만, 보통 정성을 들인것이 아닌...작품이다.
전문 영역의 작품으로 보인다.


수로변의 치커리 꽃 (chickory).
우리들이 쌈이나 샐러드로 먹는 그 치커리. 그 꽃이다.
연보랏빛과 푸른빛이 도는 꽃.
북미의 풀섶에 흔히 보이는 꽃인데, 참 사랑스럽다...

오늘 조지타운에서 발견한 '신 문물.' :-)
가게 쇼윈도우가 '화면'이다. 저기 창문윗쪽에 동그라미가 있는데, 저것이 '카메라'이다.
저 카메라에 비쳐지는 것이 이 창 (화면)에 나타난다.
거울이 아니고 카메라에 비쳐진 풍경이다.
사진속의 차 뚜껑쪽에 (내 오른쪽에) 주황색 네모가 보이는데
touch here 라는 표시가 보인다. 그것을 손으로 꾹 누르면 다음 화면으로 이동.
그러니까 이 창문은 커다란 [터치 스크린]이다.
나...신이나서, 이 창문 터치 스크린을 이리저리 만지며 놀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창문이 거대한 아이패드 같은 것이지...)
하하하.
이른 아침이라 길거리가 텅텅 비었고
나혼자 신기해하며 잘~ 놀았다.

텅빈 거리 같은,
일요일 아침의 조지타운

조지타운의 딘 앤 델루카.
매장은 일요일 오전 아홉시에 열지만, 길쪽 카페는 일곱시에 연다.
플레인 베이글과 플레인 크림치즈, 그리고 냉커피 한잔으로 아침 해결.
한적한 조지타운에서 누리는 아침의 행복.

호박꽃에 들어가 노는 범블비와 무당벌레.
나는 이 사진의 제목을 '행복'이라고 짓는다.

모두 행복하시길.
Fletcher's Cove 에서 조지타운이나 조지타운 하버까지 이르는 길의 매력은
이 길이 - 거의 모든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강
운하
수풀
꽃
새와 사슴
그리고 이런 자연을 거치면 기다리고 있는 고풍스런 조지타운
고풍스런 거리에 촘촘히 박혀있는 재미있는 카페들과 상점들.
말하자면
원시림과
역사와
그리고 문명을 모두 아우르는 산책 코스.
낯 익은 거리들이군. 사진이 아주 예쁘게 나왔네.
답글삭제@King - 2010/08/02 08:03
답글삭제제가 원래 사진을 잘 찍습네다~ ㅋㅋㅋ
8월이되니까 벌써 아침 기온이 내려가서
진땀나게 덥다는 기분이 안들어...
오늘 오후 내내 책상앞에서 작업중.
에어컨 안틀고 창문만 열어놔도 결딜만.
이제 본격적으로 일하고 공부할 시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