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학기에 나는 대학원 수업에 열중하기 위해서
내가 책임자로 있는 ESL 영어연수 프로그램의 수업을 일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안해도 책임자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학생들 상담도 필요하면 해주고 그랬다.
그 ESL학생중에 아시아권 어느 나라에서 선교사로 재직하시던 아버지를 잃고
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인데,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고, 의지할데도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학생의 표정이 참 밝고, 성격도 싹싹하고 시원했다.
그리고 레벨 테스트를 해보니 영어실력도 있었고, 총명했다.
그 학생이 하도 사람이 참한데다, 우리집 아이들 또래라서, 남의자식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 학생의 앞날에 대해서 '내 딸'을 생각하듯 생각해 보았다.
이 아이가 내 딸이라면, 내가 이 아이의 앞날을 위해서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안은
1. 봄학기동안 ESL 수업을 착실히 들으면서, 토플 시험 준비를 하여 점수를 만들것.
2. 현재 돈이 없으니, 집 근처 커뮤니티 컬리지에 입학할 준비를 할것
(영어 점수가 좋으면 ESL과정을 건너 뛸수 있으므로 그것을 영어반에서 해결할 것.)
그래서, 학기초에 나는 그 여학생에게 말해줬다:
"그대가 하도 참해서, 내가 그대를 오랫동안 우리 영어반에서 보고 싶지만,
그것은 내 욕심이고, 다음학기에는 우리 영어 클래스에서 그대를 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음학기에 그대는 정규 학교에서 전공 과목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영어 연수는 이번 학기로 마감을 하라."
몇번인가 이 학생을 데리고 앉아 웹 검색을 하여 학교 정보도 알아보고
토플 신청 요령도 가르쳐주고, 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상담을 해 준 적이 있다.
뭐 그것이 전부였다. 학교에서 늘 벌어지는 사소한 것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이 여학생이 일부러 학교에 들렀다.
내가 안내해준 그대로, 영어 실력을 키워서 별도의 ESL 과정없이 곧바로
가을학기부터 집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의 간호과정에 진학을 한다고.
이 학생은, 미국 실정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학기초에 내가 설명한 것을 그대로 믿고 그대로 실천을 했다고.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아이구, 참 신통방통한 녀석일세... 원래 총명한 학생이지만, 그렇게 무난하게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가다니...
그래서 인사를 하고 떠나는 그 친구에게 또 한가지 미션을 줬다:
"돈 없으니까, 일자리를 찾아야 할텐데, 엄한데 가서 아르바이트 한다고 하지 말고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일거리를 찾아내시오. 학교에 분명 빈틈이 있을것이니
반드시 학교에서 돈벌이를 찾아 내시오.
그리고 성적을 최상으로 유지해서 매 학기 Dean's List 에 오르시오.
그러면, 졸업전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니."
이 학생은 방긋 웃고는 내 오피스를 떠났다.
아이구 이쁘고 기특한 것!
가르치는 사람에게 가장 기쁘고 큰 선물은
-- 학생이 키가 훌쩍 커서 나타나 방긋 웃으면서 '가르쳐주신 덕분에...'
하고 종알종알 인사 한마디를 날리는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지내다보면, 겉보기보다 힘든 일도 많고 낭패스러운 일도 겪는 법인데,
이렇게 가물에 콩 나듯 기쁜 소식이 오면, 그동안의 힘들었던 것까지 싸그리 해소가 된다.
내가 esl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들었던 뉴스중에 가장 기쁘고 고마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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