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김모씨의 부인이 들고 있는 가방이 도마위에 올랐다.
가방이 얼마라더라? 이백만원쯤 된다고 한다.
사진속의 가방을 들여다본다.
아! 저 가방, 대학원생인 내 학생도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원래 멋쟁이 학생이라, 그 학생이 들고 다니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가방 예쁘네!" 했더니, 배시시 웃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루이 뷔통.
그런데 김모씨 부인의 가방이 도마위에 오르자
웹으로 관련 기사를 훑던 나도 어딘가가 켕기기 시작했다.
....아이구야...나 이러다가 신세 망치는것 아닐까...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이런 일은 빨리 불고 매를 맞는것이 훗날에 털리는것 (?) 보다 나을것도 같다.
'자수'한다. 나도 루이비통 가방이 한개 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요.)
내 가방은 *5초 백* 이라고 한다.
내 동생이 나를 놀리면서 한 말이다, "야, 짝은 누나야, 너 교수질 한다더니, 선생 주제에, 너도 5초 백 들었구나" (내동생이, 학교 선생이다.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교수질, 선생질 이런 막말을 농담삼아 한다. 해당 관련 직종을 폄하하고자 사용하는 어휘는 아니다.) 그러니까 내동생의 '진의'는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학자라는 인간이, 남들 다 들고 다닌다는 비싼 가방을 들고 있는 꼬락서니가 참말로 가관이라는 비아냥거림이다.
그런데 그 *5초백*은 뭔 뜻이래?
내가 갖고 있는 루이비통 가방이 하도 흔해서, 강남의 부자동네에 가서 길거리에 서 있으면 5초에 한명꼴로 그 가방을 갖고 다닌단다. (-.-;;;;)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진짜 부자는 '그따위' 가방은 내다 버린댄다.
내가 갖고 있는 가방은 루이비통 여러가지 모델중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가격이 저렴한 것에 속한다. 한국에서 백만원쯤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왕에 자수 하는 김에, '발뺌'을 좀 해야겠다.
나 그거 내가 내돈주고 산것이 아니고, '선물' 받은거다.
질문: "뭐라구? 선물이라구? 너두 스폰서 받니?"
답변: "제가 스폰서 받을 깜냥이라두 되나요? 스폰서를 받긴 받았지요만. 예, 제 스뽄서는 우리 오빠하구, 우리 언니하구, 우리 엄니하구, 선생질하는 제 동생하구, 우리 P 선생하구, 우리 고모들하구, 그리고 제 아들들입니다요. 그분들이 제 막강한 무한 권력의 스뽄서들입니다요. 이보다 더 무서운 스뽄서들도 있는데요, 제가 말하면 기절 하실걸요...하느님하고 예수님도 제 스뽄서구요, 소크라테스, 칸트 할배도 제 스폰섭니다. 제가 얼마나 막강한 배후가 있는지 놀라셨죠?
내가 공부를 마치고 백수질을 하다가 간신히 모 핵교에 취직을 하여 비자변경 문제로 한국에 갔을때, 우리 언니가 내 꼴을 보고, 혀를 차며, "딱한지고, 얼굴은 왜 그렇게 거지 몰골이며, 행색은 또 그게 뭐냐?" 눈물을 흘리며 추레한 내 꼴을 한탄을 하였던 것이니,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밤새 우리 형부에게 바가지를 긁은 결과적으루다가, 자린고비 우리 형부가 이를 득득 갈면서, "하이고마 문디! 처제가스나가 늙어서두 내 속을 쎄긴다카이" 신세한탄을 한 후에 언니한테 끌려나가서 서울에 있는 무슨 백화점에가서 "기왕에 살거믄 가격대비 싸이즈! 같은 값이면 큰거로 골라라" 노래를 부른후에 구식 모델중에서 제일 큰거로다가 사다가 내게 던져주고 간것이 바로 그 문제의 루이비통 가방이다. (그렇다. 가방을 갖다 던져준 나의 스폰서는 우리 형부다. 세무조사를 하려면 바로 그 작자의 세무조사를 들어가야 할거같다. 캬캬캬)
나는 시방 우리 형부가 나한테 사다 안긴 백만원짜리 가방에 대해서도 불노소득 증여세를 자진신고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다.
아무튼 우리 형부가 사준 가방이 큼직하고 튼튼하여, 내가 책을 여러권 담아가지고 다니며 잘 쓰고 있다. 그런데, 그런 가방을 들을 경우, 가족에게 화가 미치는 것 같아서, 그 가방을 벽장안에 꽁꽁 숨겨놓고 있어야 할것 같다. 두렵다. 아, 이렇게 비밀을 안고 두려워하느니, '자수하여 광명 찾으세!' 하는것이 나을것도 같고.
요즘 고위 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청문회 기사를 보면서
혹은, 시간이 좀 지났지만, 승승장구 잘 나가던 젊은 국회의원이 말 실수로 패가망신으로 치닫는 현상을 보면서
자꾸만 나를 돌아보고,
내가 정직하게 잘 살아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는데, 그래도 자꾸자꾸먼지를 털다보면 세상이 좀더 깨끗해질지도 모른다.
특히 나의 경우, 나는 청소를 잘 못해서, 주변이 정돈이 잘 안되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수시로 책상이며 주변 정리를 하고, 쓰레기들을 치워내고 있다.
자꾸만 먼지와 쓰레기가 내 삶에 쌓여가므로.
우리 언니와 형부가 정직하게 저축한 돈으로 내게 선물한 명품 가방을 나는 내다버릴수는 없을것이다. 나는 속된 사람이고, 그리고 나도 좋은 옷, 좋은 가방으로 치장하고 살고 싶다. (형편이 안되어서 못 할뿐.) 그래도, 멀리, 크게 보자고 한다면, 기왕에 죽으면 다 놓고 떠나야 하는것을, 쓸데없는 욕심은 싹둑싹둑 잘라서 버리자고 다짐해보게 된다.
자수한다. 나 명품백 있다.
자린고비 노랭이 갱상도 문디 우리 형부가 큰맘먹고 사준 가방이다.
나는 이 가방을 평생 간직할 것인즉,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네?
언급 자제 (No comment).
답글삭제내다 버린댄다 -> 버린단다
문제의 본질은 루이 삐통 명품 가방이 아니라 그에 맞는 처신을 하지 않은데 있겠지요.
답글삭제****
명품이 좋습니다.
그 값을 합니다.
그 값에 맞는 마음을 가진 이에게는 ....
마음이 천하게 가난한 사람이 물질적 부를 자랑하려고 가지고 다닌다면 그건 꼴불견 일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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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내는 2년을 부러워하고 압력을 가해와서 조금씩 모아서 자주색 전천후 Dolce & Gabbana 사 주었습니다. 그리고 3년 잘 들고 다닙니다.[나이에 걸맞게 고상틱하고 ..]
남편인 저는 몇개월에 한번씩 열심히 닦아주며 생색내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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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ouisvuitton.com/
한국어 고객이 많으니 한국어로 된 사이트까지 있네요. ㅋㅋㅋ
ㅋㅋ..부인 가방까지 문제 삼을 만큼 한국 정치하는 사람들이 청렴결백한지 몰랐에욤..
답글삭제하여간 사람마다 치장하는게 다른건데 그걸 걸 문제 삼는거 좀 웃기지만.. 저두 사주면 들겠지만 굳이 누구 (남편) 졸라 사고 싶은 마음이 아니생기고 그거 든다 내가 별스러워지는게 아니라 겨우 남같아 지는거 참 싫고 .. 아니.. 이말이 할려고 한게 아니라요..
전에 뉴욕살때 이웃에 누가 남들 다드는 그 가방 사고 싶어 네일 살롱가서 남의 손발 만져가며 내내 일해서 결국은 사고 그다음에 가방을 사니 또 그거 맞춰 입을 옷사야 겠어서 또 일하고 그런다 해서몹시 슬퍼했던 기억이 있어서요..
@미소영 - 2010/08/26 08:25
답글삭제잘 하셨네요 미소영님.
부인께서 그렇게 갖고 싶어하시는것을 사주셨으니.
대개 중장년 남자분들이 자기 자신은 아무것도 안사면서
부인에게는 뭔가 귀한것을 사주고는 기뻐하시더라구요.
귀한것 사주는 기쁨도 크지요. (생색도 내시고요.)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King - 2010/08/26 08:15
답글삭제근데..
형부가 준 가방은 잘 들고 다니셔?
하하하
우리 형부는
처제하고 손아랫동서하고 가방 마련해주다가 허리 꼬부라지겠다.
가방스폰서, 형부.
@사과씨 - 2010/08/26 10:45
답글삭제그런데, 아이러니가 뭔가하면
드러나게 브랜드 표시 되어 있는 가방들은
사실은 '귀족' 반열에 못드는 것들이거든요.
제가 보니까
진짜 '돈많으신' 분들은
듣도 보도 못한,
도무지 뭔지 알수 없는
'신비로운' 것들을 들고 다니더라구요.
:)
그래가지고,
제가 마샬에서 30달러 주고 산 통가죽 메신저백이 있는데
그거 제가 무척 좋아하는거거든요.
제가 그걸 매고 나가면
멋쟁이 (패션에 관심 가진) 여사님이 쓱 스캔하고나서
"이건 뭐지?" 하고 무척 궁금해합니다.
이때,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 "뭐...별거 아닙니다..."
이러면, 저쪽은 궁금해서 미치는거죠.
너무나 시시한 브랜드라서 저쪽이 모르는거거든요.
ㅋㅋㅋ 모르니까 또 미치는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