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매장에서 갖고 놀아봤는데, 아직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고 (언론에서 뭐 여러가지 문제점을 연일 지적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은, 한국에서 남편의 최신형 모델 가지고 내가 먼저 이리저리 장난을 해 봤는데, 나로서는 크게 뭔가 혁신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 정지한것이 이미 수년이 되는지라 뭐 그것 들여다보며 갖고 놀 입장도 아니다. (내가 페이스북, 트위터를 떠난 이유는, 삶의 번잡함을 싹둑싹둑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이 블로그가 내가 웹에서 불특정의 어떤 사람들에게 노출될 마지막 장치일 것이다. 이것도 언제 접을지 알수 없지만.) 내 인생에 손에 스마트폰 들고 돌아다닐 화급한 무엇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현재 전화기 망가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유혹도 못 느길것이다. (나는 언라인 수업하면서, 웹 인생에 넌더리가 난것도 같다. 난 언라인 강의하고 피드백 주는 일이 참 재미없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언라인으로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서 강한 피로감을 느낀다. )
그런데, 아마존 킨들은 유혹을 느낀다.
종이책의 무게, 책의 짐스러움에서 홀가분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지난번 이사 준비하면서 심각하게 했었다.
확, 질러버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모델이 좀 작다 싶은거지...조금 큰 모델이 나와줄까?) 혹은, 오늘이라도 주문 신청 단추 꾹 누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원래 '복합적인 다기능'의 기기들에 매력을 못 느낀다. 그래서 '책'에 집중한 킨들에 더욱 호감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메라는 순수한 카메라를 사용하고, 전화는 전화 용도로만 사용하고, 마사이 신발로는 걷고, 조깅화로는 달리고, 뭐 그냥 본래 집중된 어떤 목적을 가진 그런것들을 신뢰한다. 아날로그적 인간의 일반적인 트렌드일지도 모른다.
2010년 8월 2일
*** ***
아, 결국, 오늘 주문 단추를 꾸욱~ 누르는 것으로 2주간의 고민에서 해방되다.
핑계는, 역시나, 내 생애의 증인들 같았던, 내 평생의 책들을 이사하면서 대거 정리해버리고
내가 아직까지도 내 실존 자체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내 책들이 안보여서 아주 괴롭다. 늘 내주위를 감싸고 있던, 내, 책, 들.
이제 더이상 내 책과 헤어지기 싫다. 단지 책둘공간이 없다거나, 이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책을 내다버려야 했던 이 일생의 비극을 되풀이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하므로, 수천권 보관이 가능하다는, 킨들을 나는 선택하고 말았다.
그런데,
킨들에 책 수천권 보관하다가, 그거 잃어버리면 난 어떻게 되는거지?
따로 백업해 둘수도 있을까? (한가지 걱정을 넘어서면, 또다시 몰려오는 걱정)
아 인간의 일이란 늘 이렇게 불안정하다.
좌우간, 킨들 190달러쯤 하는거 신청했는데
주문이 밀려서 9월에나 올까말까라고 한다.
킨들 이후에는 종이책을 살 일이 줄어들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핸드백에 킨들 하나만 갖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수가 있단 말이지?
그것참 좋군.
다시는, 내 책들과 이별하고 싶지 않아...
2010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
당분간 참으시기를... 질삼베 다 버리고 킨들에 빠지면 21세기판 서경별곡 아닌가.
답글삭제@King - 2010/08/03 09:30
답글삭제응.
지난번에 이사하면서 책 때문에 너무 씨름을 해서,
그리고 7월중 역시 짐 정리하면서 그 놈의 책들때문에...
정든 책을 남한테 넘기는 일이나 버리는 일이나
내 수족을 잃는듯이 속상한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종이책에서 벗어나서
전자책을 모으면
킨들 하나에 수천권을 갖고 다닐수 있으니까.
얼마나 가뿐하겠냐구...
(사람들이 아이포드에 음악 수천곡 갖고 다니는 셈이지 뭐...)
난 요새도, 책굴러다니는거 심심풀이로 한번 읽고는, '이거 내가 평생에 또 안읽을거같은 잡문이다' 판단되면 미련없이 그냥 종이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직행시켜버려. 이제 종이책을 '소장'하겠다는 '미련' 따위는 버리기로 했어. 인생이 너무 무거워져, 떠돌이 인생인데...
남아있는 책이라고는 내가 밥벌이를 해야 하는 전공책들하고, 내가 아끼는 과학책, 철학책들 몇권. (아직도 슬금슬금 남아있는 책들을 '처치'해 버리는 중.) 인생 복잡하게 살기도 싫고. 좀더 단순하게 명료하게 ...집중해서 살고 싶어. 인생이 너무 짧아. (읽고 싶은 책은 많고...)
가령 Michael Sandel 의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뭐 요즘 화제가 되는 이런 책, 킨들북으로 이미 나와있기도 하고...서점 갈것도 없이 그냥 집에 드러누워 맛보기도 가능하단 말이지... 내가 사서 써보고 괜챦으면 지홍이도 하나 사줄까 이런 생각까지...
@미소영 - 2010/08/06 04:18
답글삭제그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고집'은 아닐지, 가끔 돌아보게도 되는데요. 원래 옛날부터 복잡한게 싫었던것 같아요. 인간관계도 복잡한거 싫고, 뭐든 단순한게 편해요.
읽어 갈수록 사고의 공통분모를 발견하게되어 미소가 지어집니다.
답글삭제****
본래 목적에 집중된 그런 것들을 신뢰하고 싶다.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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