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8일 수요일

[산책] Jogging in the Rain~

 

 

새벽 두시쯤 비 쏟아지는 소리가 나서 잠이 깼다.

비 들이치지 않게 침대머리 창문을 닫고, [아침까지 비가오면 어쩌나...] 약간 고민을 하다 빗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이 들었다.  나는 마치 어릴때 소풍날 아침에 비가 오지 않기를 기다리던 그 심정으로, 아침에 비가 올까봐 걱정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도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짚신장수처럼, 오늘은 공치는 날...

한숨을 쉬고 앉아있다가,

문득,

비가 온다고 나가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어? <--- 누군가가 물었다.

  아니요.  비가 와도 사람들은 각자 할일을 하지요, 네 <---- 나는 누군가에게 대꾸했다.

 

 

 

 

 

나는 잠시 번개가 치고, 벼락을 맞아서 나무가 쓰러지면 어쩌나,

내가 벼락을 맞으면 어쩌나 이런 궁리를 해봤다.

하지만, 내가 돌아보니, 옛날에 시골에서 살때, 우리들은 비가와도 논밭에 나가서 일을 했고

비가 와도 뛰어 놀고 그랬다.

만약에 내가 벼락을 맞아 죽을 운명이라면, 피한다고 해도 결국 죽을것이고...

 

 

 

 

 

그래서, 작년에 싸게 사놓고 좋아하던 빨간 점퍼를 생각해냈다. 그거 방수처리된거지 아마...

하여, 점퍼를 찾아 입고, 우산을 찾아 들고, 집을 나섰다.

비가 오면 내가 평소에 걷던 길이 물이 넘쳐서 차도로 걸어야하기 때문에

오늘은 아예 안전한 길로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운동장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가볍게 트랙 네바퀴 (일마일)를 뛰어 돌고, 다시 빗길을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왔다.

그래도 비가 이슬비로 바뀌어서, 집에 올때는 우산도 접고 한가로운 산책을 했다.

 

비가 와서 세상이 촉촉히 젖고

공기에서 비릿한 비 냄새와 초록 수풀의 냄새가 나고

세상은 평화로워보였다.

나는 정원의 꽃들처럼 비를 맞으며 걸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내 육신이 건강하여 비오는날 산책을 나와,

비를 맞으며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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