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전화를 체크해보니, 어제 오후에 지팔이가 한번 전화를 했었다.
그 때 내가 수업을 하고 있던 관계로 전화는 저 혼자 울리고 있었겠지.
그렇게 무심히 지나쳤는데, 오늘은 다행히 내가 전화를 받았다.
지홍: 엄마, 엄마, 나 없이도 잘 지내시죠? 괜챦으시죠?
엄마: 오냐.
지홍: 엄마, 엄마 책을 열한권이나 사야 돼요. 그래서 카드로 책을 많이 샀어요 (돈이 많이 나갔다는 얘기).
엄마: 오냐. 돈 걱정 말고 필요한 책은 다 사라.
지홍: 엄마 엄마, 밥값이 많이 나가네요...
엄마: 그래? 너 밥 안지어먹고 나가서 사먹니?
지홍: 엄마 엄마 그게 아니구요. 저번에 쌀을 집에 놓고 왔쟎아요. 그래서 여기 마켓에서 미국쌀 조그만 봉지 사다 먹는데, 그게 비싸요.
엄마: 미국쌀이 비싸면 얼마나 비싸냐. 나가서 음식 사먹는거보다는 훨씬 싸고 좋지.
지홍: 그래도 쌀값 나가는것도 아깝고...
엄마: 걱정마라 이번 주말에 내가 쌀푸대, 네가 놓고 간것 갖다 주마. 그거 한푸대면 한학기 배터지게 먹고 남을거다. 반찬은? 뭐 필요한거 없니?
지홍: 동네에서 야채, 과일 사다 먹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쌀이나 많았으면...
엄마: 나가서 사먹기도 하고 그러렴.
지홍: 아니요. 밥 해먹는게 제일 깨끗해요.
엄마: 그러렴. 사실 집에서 지어먹는 밥이 제일 건강하고 위생적이지. 사먹는것 다 소용없다.
엄마: 너 내 미니 카메라 줄까?
지홍: 네
엄마: 너 내꺼 주고, 난 새거 사야쥐~
지홍: ...네.
지홍: 엄마엄마, 나 학교 점퍼 하나 사고 싶어요.
엄마: 내가 원래 너한테 학교 표시 되어 있는 점퍼 하나 사준다고 했쟎아. 하나 사입어. 좋은걸루.
지홍: 네 엄마.
지난번에 이삿짐 챙길때, 내가 40 파운드 쌀도 한부대 챙겨놨는데, 놈들이 짐 옮길때 그걸 그냥 집에 두고 가버렸다. 그래서 녀석이 학교 근처에서 급한대로 봉지쌀을 사다먹는 모양이다. 미국상점에서 파는 쌀은 비싸고, 맛도 별로 없다. 어서 한국쌀을 한푸대 갖다 안겨줘야 할 것 같다. 녀석이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대신에 밥을 지어 먹는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고, 세상 천지 아무리 둘러봐도, 집에서 지어 먹는 밥보다 깨끗한 음식이, 없다.)
녀석이 직접 살림을 해보니 아까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시작했네. 그렇게 해서 세상을 헤쳐나가는 것이지. 부모 고마운 줄도 깨닫겠지.
답글삭제주말에 잘 다녀오셔. 지홍이 점퍼 입은 모습을 사진에 올려주기 바람.
쌀푸대 -> 쌀포대 또는 쌀부대
그래도 밥해먹으니 기특해요..
답글삭제그래도 뭐 반찬을 해먹을 줄 아는가 봐요.. 저도 울아들 간단히 뭐 해먹는것 좀 갈쳐야 되겠어요..^^.. 하다못해 두부고 계란이고 부쳐서 먹으면 밥한그릇 먹어질텐데 말이지요..
@King - 2010/08/26 08:07
답글삭제알았어. 미안해.
다음부터 맞춤법 주의할게.
글 쓰다보면 틀리는 것 알면서 그냥 구어체로 주루룩 가고싶어져서 그래. (아, 이런것은 편집자가 알아서 다 수정해주면 좋겠다~ 크크)
조심해서 쓸게. 품위 잃지 않게.
@사과씨 - 2010/08/26 10:49
답글삭제대체적으로,
엄마가 착하고 아이들 잘 챙겨주고 맛있는것 해먹이고
그러는 집의 '아들'들이 부엌에서 할 줄 아는것이 별로 없어요. (주변 인물들을 종합해볼 경우.)
그리고,
엄마가 밖으로 나돌거나, 뭐 살림에 뜻이 없거나 :)
저처럼 게으르거나, 애들 잘 안챙기면
애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생존 스킬을 키우게 되지요.
우리 찬홍이는 4학년때부터 저녁 쌀을 씻어 밥을 앉혔고,
지팔이는 이미 고등학교때부터, 어미가 성질을 벅벅내고
삼박사일 우울증 모우드로 애들도 안쳐다보고 드러누워 있으면 사촌동생까지 포함해서 두명의 동생들에게 밥을 해 먹이며 학교를 ... (^^;;;)
어미한테 구박구박 받고, 대접 못 받고,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살아온 애들이라, 어디가도 부엌에서 밥해먹는데는 선수들이에요. 하하하. (아이고, 참 못된 엄마다...ㅋㄹㅋ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