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시에 포토맥 애비뉴 도착. 조지타운까지 왕복 7마일 90분.
돌아오는 길에 동네 Farmer's Market 이 열렸길래, 빵과 수박을 사가지고 왔다.
즐거운 아침 소풍.

포토맥 애비뉴에서 철교로 진입하는 입구에 요즘 Stinking Passion Flower 가 무리를 지어 피어있다.
이 꽃은 연보라색이고 공상과학영화 제작할때 '우주선 모형'으로 쓰면 좋겠다 싶은 '매우 수학적인 (?)' 형태를 유지하는 꽃인데, 향기가 매우 특이하다. (썩은 베이컨 냄새 같은 독한 고기 냄새가 난다).

거미줄은 눈에 보이는것 만큼 사진기에 담기가 힘들다.
오늘은 그래도 잘 찍힌것 같아 기쁘다.

키브리지 앞 절벽. 저 쪽에 내 그림자.
평소에는 저쪽 절벽위에서 바람을 쐰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지난주에 '요가하는 여자'가 거꾸로 서 있던 곳.
내 평소 자리는 저쪽 절벽이다.
저기 가면 생각나는 사람: P국장과 K 선배.
걸음이 빠른 나는 산책을 나오면 한달음에 여기에 도착한다. 그리고 여기 앉아 거북이놀이를 하염없이 즐기시는 P선생을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했다. (우리집에 거북이놀이하는 P선생만 있는게 아니다. 달팽이놀이하는 찬홍이도 있다. 나는 가끔 찬홍이에게 묻는다 -- 찬홍이 어떻게하면 너같이 그렇게 천천히 걸을수가 있뉘?)
K선배는 걷기 선수였다. 걸음이 빨랐다. 몇번인가 함께 여기까지 걸어와서 앉아서 한참 바람을 쐬었었다. 어느 이른 겨울 아침에는 서로 방향이 엇갈렸는데 (나는 이미 집으로 가고 있던 중인데, 저쪽에서 걸어오셨다) 그래서 다시 이 절벽에 함께 와서 내 가방에서 고구마 찐것을 꺼내서 함께 먹었었다. 그날 내가 가방에서 털모자를 꺼내어 깔고 앉으라고 하니까, 남의 모자를 어떻게 깔고 앉느냐고 무척 미안해하셨다. 모자가 방석이 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털어서 쓰면 되는 것이지. 오늘 아침 공기가 차고, 상쾌해서 지치는줄 모르고 걸었는데, 날씨가 이렇게 가을같이 상쾌하니 K선배와 가을, 겨울 걸으러 돌아다닌것이 생각났다.

절벽 아래

티라노사우러스

매우 금요일 오전 여덟시부터 열두시까지 열리는 동네 Farmers Market (장터).
찬홍이네 학교 옆 공원에서 열린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오는길에 장이 선것이 보이길래 들렀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의 아이스크림은 단맛이 적고 고소하다.
전에 P선생과 와서 3달러짜리 제일 작은 컵을 사가지고 둘이 먹은적이 있다.
오늘도, 저 꼬마아이처럼 서서 아이스크림을 받아서 먹어봤는데, 재미가 없어서 다 못먹고 그만두었다.
그래도, 장터에 오면 아이스크림 사서 핥아먹고 싶어진다.
찬홍이 줄 빵 한덩어리하고, 나 먹을 수박 한통 사가지고 왔다. 수박이 아주 잘 익었다.

아침 산책은,
사실 아무하고도 함께 나가고 싶지 않다.
아침 산책 시간은, 그야말로 묵상의 시간이다.
나 혼자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신과 대화하고, 자연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고요한 이 아침을 다른 누구와 나누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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