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nowflakebentley.com/WBresources.htm
날이 더울때는 한겨울에 듣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다던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장면이 가득한 영화를 본다던가 (러브 스토리, 러브레터, 닥터 지바고 등) 이런 겨울 풍경을 연상해도 좋을 것 같다.
평생 '눈꽃 (snowflake)'만 들여다 본 사나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Wilson A. Bentley (1865-1931).
http://snowflakebentley.com/index.htm
미국의 최 북단이라 할만한 버몬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평생을 보냈다.
윌슨은 정규 학교 교육을 받는 대신에 교양이 풍부한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교육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속에서 뛰어 놀며 꽃이나 풀, 새 등을 관찰하기를 좋아하던 윌슨은, 어느날 눈 꽃을 들여다보다가 눈꽃의 모양에 매료되고 만다. 버몬트의 특성상 일년의 절반도 넘도록 겨울과 같은 날씨이니 '눈'이야 말로 그의 삶에서 가장 친근한 관찰 소재가 될 만도 한데, 당시에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 흔해 빠진, 지천에 깔린, 지겨운 눈송이'를 들여다보는 이 소년을 제대로 평가했을 것 같지는 않다.
처음에 눈꽃송이를 세밀하게 그려대던 이 소년은,
그러나 자신의 그림에 한계를 느끼고
'사진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자 그의 부모는 당시에는 구하기도 힘들었던 카메라를 막대한 돈을 들여 구입해 준다. 그리고 윌슨은 매일 눈꽃송이 사진을 찍는다. 요즘이야 카메라 기술이 하도 좋아져서, 나같이 사진 이론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성능 좋은 카메라로 다양한 근접 촬영을 하면서 기뻐할수 있지만, 초기의 카메라로 '눈송이'를 찍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윌슨 벤틀리의 눈송이 사진 촬영 작업은 계속된다. 그가 눈꽃송이 사진을 찍어대는 세월동안, 주변에서 그의 '눈 사진'의 가치를 인정해 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면 초상화 같은 인물 사진을 찍던지, 그까짓 눈 사진을 찍어서 뭘 어쩐다는 말인가?
1885년, 스무살이던 윌슨 벤틀리는 역사상 최초로 눈꽃 입자를 찍어낸다. 그리고 그가 모은 5000장이 넘는 눈꽃 입자는 모두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세상의 눈꽃 입자들중에서 동일한 모양을 가진 것은 없다고 한다.
남이 뭐라거나 말거나 그는 눈꽃 사진을 찍고 들여다보고 기뻐하면서 평생을 지냈고
마침내 이런 그의 '기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도시에서 그의 사진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발길이 늘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 사진 책(1931)이 탄생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가 갑자기 사진계의 스타가 된다거나, 그의 눈 사진으로 떼부자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눈 사진에 미쳐있는 버몬트 시골의 사나이였고, 노년에 눈 사진집을 한권 내기에 이르렀고, 그리고 눈길을 헤메다가 폐렴에 걸려서 급거 사망하고 말았다.

내가 눈꽃 사진 작가 윌리엄 벤틀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겨울 (2009), 크리스마스 즈음에 스미소니언에 갔을 때였다. 스미소니언 캐슬 주변의 공원이 커다란 눈꽃 입자 모양의 장식으로 치장 되어 있었는데, 그 공원에 '평생 눈꽃 입자만 사진기에 담은 사나이'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전 코코란 미술관에 척 클로스 특별전을 보러 갔었는데, 사진 전시관 한 구석에 비치된 책자중에 눈꽃 아저씨 벤틀리에 대한 어린이용 책이 있어서 한가로이 앉아 읽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한 우물을 파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쉽게 매료되는 편이다.
'모세 할머니'로 알려진 풍속화가에게 매력을 느낀다거나 (http://americanart.textcube.com/category/American%20Art%20History%20Sketch/Grandma%20Moses)
혹은 평생 '삽화가'로 살아간 Norman Rockwell (http://americanart.textcube.com/category/Realism/Norman%20Rockwell) 에게 애정을 느끼는 이유는
이들이 전문 교육을 받았던 안받았건, 소박한 삶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고 외곬수처럼 그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자기 식으로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내가 외곬수로 한가지만 들이 파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보이는 어떤 '일관성'이 나를 끌기 때문인 것 같다.
일관성.
쉽게 변치 않는.
한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이어지는 노래는 Nat King Cole 의 When I fall in love...
내가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은 영원할겁니다...그렇지 않다면 사랑에 빠지지도 않을거예요...
벤틀리씨도 그렇고 그의 부모님도 그렇고 .. 뭐랄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자기인생에 끌어들이지 않고 자기 생을 또렷이 살다 간 분이네요..누가 뭐래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인생이어서 끌려요..
답글삭제그 눈사진 책을 한번 보고 싶어요...
@사과씨 - 2010/07/20 09:52
답글삭제아아, 글을 쓰고 나서도 '어딘가가 미진해'라른 느낌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는데 사과씨님이 정확히 '포인트'를 짚어 주셨습니다.
"벤틀리씨도 그렇고 그의 부모님도 그렇고 .. 뭐랄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자기인생에 끌어들이지 않고 자기 생을 또렷이 살다 간 분이네요..누가 뭐래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인생이어서 끌려요.."
예 바로 이 점을 제가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자기 인생에 끌어들이지 않고 자기 생을 산다는 것. 아, 참 간결하게, 정리를 해 주셨습니다. :-)
친구가 있어서, 내가 잘 설명하지 못 한 것을 정확히 가르쳐줄때 그 때 참 기쁘죠.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