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9일 금요일

불편함이 주는 선물

1.

 

에어컨이 말썽이라 있으나 마나. 실내는 그야말로 한증막.

이런 '재난'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기쁨은 있다.

신체의 감각이 아주 예민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찜통 속 같다가도 이따금 창으로 흘러들어오는 상쾌한 바람 (아주 미미하지만...)

그 한줄기 바람에도 창가의 나무에게 깊이 감사하게 된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연이 주는 선물.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도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쏘로우의 삶을 생각해본다.

에어컨이 없어도 사람들은 충분히 여름을 났었다.

나 역시 한국에서는 에어컨 없이 살았다.

지금이라고 못 살것이 무엇인가.

 

2.

 

집에 설치된 세탁기/건조기가 연결이 안되어 현재 있으나마나한, 자리만 차지하는 흉물이다.

아이들이 공동 세탁장에 가서 세탁을 해오곤 하는데

세탁장에 가기 귀챦아서

빨래를 조금씩 손으로 하고 있다.

여름옷이니 샤워한 후에 그냥 손으로 후딱후딱 대충 흔들어 널기도 좋고

날이 뜨거우니 베란다 빨래 걸이개 (한국에서 20년전에 사서 여태 쓰는것)에 내다 널으면

밤사이에 바싹 마른다.

 

내가 손빨래 하는 것을 본 지홍이가

저도 따라서 제 셔츠를 빨아서 단정히 널어놓았다.

 

우리들은 너무나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사람이 손으로 간단히 해 치울일 마저 기계에게 던져버리곤 했다.

한가한 여름이니까

날씨도 더우니까

물놀이 삼아

간단간단히 그날의 옷을 손빨래 하여 널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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