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3일 화요일

옷방 정리 끝!

여명, 유리의 성, Try to Remember

 

 

 

오늘부터 나는 To Do List 를 정리해놓고 하나 하나 해 치우면서 살기 시작했다. (옛날에 대학원 다닐때, 그렇게 살았었다. 다시 그 모우드로.)

 

물론 계획 했지만 사정상 연기된 것도 있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해 치운 일도 있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저녁 나절에 비도 오고,

밖에 산책을 나갈수도 없고,

머리는 잠을 못자서 멍하고

그래서 멀거니 앉아있다가

주섬 주섬 내 침실과 옷방에 늘어진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하나 하나 하다가

오후 다섯시부터 시작한 일이

지금 현재 자정을 넘긴 열두시 반.

그러면 일곱시간 반 동안

나는 내 침실과 옷방에 처박혀서

일을 한 셈이다. (하하하)

 

일곱시간 반 만에

내 침실에 쌓여있던 일딸머리 없는 이사 박스들이 이제 모두 '소탕'되었다.

내 옷방에 쌓여있던 '적군'들도 모두 진압 되었다.

나는 누가 내가 버린 것을 주워다가 흰 칠을 해서 여태 쓰던 5년 묵은 4단 서랍장의 내용물도 모두 치워버렸다. (믿을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서랍장은 내일 아이들에게 부탁하여 내다 버릴것이다. (미련없이.)

 

그리고 그 서랍장에 있던 모든 것들과, 다른 곳에 산재하던 모든 것들이

죄다 내 침대 머릿장 서랍 두칸에 고스란히 정리 되었다. (속옷과 양말...등등.)

아, 정리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그 많던 것들이 일거에 자리를 잡으면서 부피가 줄어들다니!

 

내 옷방의 옷들도

  1.  스커트종류
  2. 바지종류
  3. 원피스 종류
  4. 겨울 니트종류
  5. 겨울 두꺼운 상의 종류
  6. 반팔 면 셔츠 종류
  7. 블라우스 종류
  8. 겨울 모직 정장 종류

이렇게 분류하여 걸어 놓았다.

그러니까 여기저기 헤멜것 없이

셔츠가 필요하면 셔츠칸, 블라우스가 필요하면 블라우스 칸...속옷 종류는 침대머리에.

선반 위에는 가방을 세워놓았고

또 다른 선반위에는 침구류를 정리해서 올려 놓았다.

지금은 신발장에 있지만, 신발장 공간이 모자라니

계절에 맞지 않는 내 구두들도 구두 상자에 담아서 옷방 바닥에 줄 지어 놓으면 될것이다.

 

 

내가 옷 정리하다가 발견한 현상

  1. 내 반팔 셔츠 혹은 얇은 폴로 셔츠에서 검정에 가까운 회색종류, 감색 종류, 그리고 붉은 계열이 많다. 특히 분홍 계열은 엷은것에서 짙은 것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2. 나는 동일한 디자인의 블라우스를 색깔만 다른것으로 각자 세장씩 갖고 있는 것이 두가지나 된다. 한가지는 폴로 블라우스 (각각 초록, 빨강, 파랑 줄무늬, 몇년전에 선풍적으로 유행하던 패턴) 또 한가지는 갭의 징감 블라우스 (빨강, 커피, 감색). 원래 빨강 한장 샀는데 너무 너무 맘에 들었었다. 나중에 클리어런스 쎄일할때 그걸 팔길래 나머지 색들도 헐값에 사갖고 와서 아주 좋아했었다.   그러고보면 나는 징감 천을 꽤 좋아한다. 그 외에도 두장의 다른 징감 반팔 블라우스도 있다.
  3. 내 스커트 중에도 동일한 디자인의 무늬만 약간 다른 것이 두장이 있다. 모두 남대문시장의 동일한 가게에서 산 것인데, 아주 얇은 짚시풍 면 치마이다. 여름에 무척 시원하다. (이건 엄마가 몇해전에 남대문시장에서 두장을 사주신거다. 맘에 들면 실컷 입으라고.)
  4. 티셔츠 중에도 색깔만 다르고 동일한 디자인의 반팔 셔츠가 세장이 있다. 빨강, 검정, 감색.
  5. 8년전, 미국에 처음와서 여름에 토미 힐피거 겨울옷 싸게 팔길래 빨강색, 흰색 스웨터 두장 똑같은것 산것이 아직도 있고 (겨울 크리스마스때 입으면 분위기 난다), 역시 그때 장만한 빨강, 하양 얇은 카디건 두장도 아직 그냥 있다. (이건 이제 잘 안입으니까 처분해야 할것 같다.)
  6. 내가 외출용으로 입는 스커트는 A라인의 무릎높이 길이이다. 다른 스타일도 두장 있지만, 가능하면 딱 내 그 스타일의 스커트를 고르는 편이다. 그것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7. 나는 회색 면 치코 바지가 농도별로 여러장 있다. 치코바지는 제이 크루에서 특판 할때 사면 잘 맞는다.

이러한 것이 내 옷장을 정리하면서 내가 발견한 내 옷들의 특징이다.

옷을 다 정리해 놓고 보니...나 옷 많네...

가방을 정리해 놓고 보니...나 가방 많네...

속옷을 정리해놓고 보니...나 속옷 십년을 입어도 될 만큼 많네...

 

(죄다 우리 엄니가 나 준다고 사다 쌓아놓은 남대문 엄마표 빤쓰 -.- )  이번에도 엄마가 당신한테나 맞을만한 펑퍼짐한 빤쓰를 한보따리 주길래 "엄마, 엄마, 난 이렇게 큰거 안입어. 이런거 입으면 옷 모양이 안나요.  나는 빅토리아 씨그릿 입는데~ "하면서 내가 갖고 간 작고 앙증맞은 것을 하나 보여주니까,

 

우리 엄니, 가증스럽다는 듯이 코까지 찡그리면서

 "에게 에게 고까짓것을 어떻게 입니? ~ "

 

엄니가 서운해 할까봐 하는수 없이 그 헐렁한 빤쓰들을 갖다 쌓아놓았다. 아이구야...

아 그냥 현금주지 현금. 그러면 내가 내 입맛대로 살거 아냐.

왜 사다 쌓아놓는거냐구~

 

이것 뿐 만이 아니다.

엄마는 동네 단골 '오천원' 가게 앞을 지날때마다  잊지 않고 사들인 나이롱 파자마 나이롱 몸뻬, 나이롱 원피스 뭐 이런거, 장년층 부인들께서 즐겨 입으시는 꽃무늬 헐렁한 홈패션 옷들을 잔뜩 구비해놓고 내가 오기를 득의양양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는 무조건 그걸 입으라는거다.

그게 나한테 맞냐구...

 

아무튼 그래서 예의상 아주 면전에서 거절할수가 없어서

그것 역시 보따리 보따리 챙겨왔다. (아이구야...)

 

이렇게 사다 쌓는 통에, 내가 살림 정리가 진도가 안나가요 진도가..

결론적으로, 오늘 '어마어마한 치적'을 세웠다. (여전히 잠은 안온다...)

 

언제 또 발동걸리면, 다른 옷방도 잡아서 아주 초전박살을 할 것이며

P국장이 아까워서 쩔쩔매고 못버리던 집기들도 아주 '섬멸'을 해버릴 작정이다.

 

청소하는데 있어, 나의 최종 목표는 뭐냐하면

매일 매일 마음 비우듯 집기들을 정리해나가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나 혼자 힙으로

나의 이삿집을 반짝 들어서 옮길 수준까지 기름을 빼겠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 잡다한 상념을 내려 놓는거다.

그리고 본질에 더욱 가까워지는거다...

 

 

청소의 즐거움중에 몇가지는

 *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어디선가에서 나온다는 것

 * 내가 잃어버렸거나,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청소하다가 영화 '유리의 성'의 음악시디를 발견. 내내 그걸 줄기차게 틀어놓고 일을 했는데, 몇바퀴를 돌려도 싫증이 안나더라. 몇시간 줄창 듣다가,  조시 그로반 음악을 걸었는데, 여명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에 비해서 조시 그로반의 노래는 거의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거칠더라.  여명이 하도 부드러워서 심지어 천사의 목소리라른 조지 그로반도 그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잠도 안 오는데 유리의 성 영화나....영화 디비디도 함께 발견 되었다. (이런 경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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