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아침에,
아이들은 다들 게으르게 자빠져 주무시고
나혼자 조지타운까지 걷고 왔는데
사실 이른 아침이지만 날은 푹푹 찌고, 진땀 나고, 혹자 헉헉댔었다.
그런데, 그렇게 두시간 꼬박 걷고 집에 오니 아홉시.
뭐랄라, 기운이 쏙 빠진 듯 하면서도
'고요'
를 느꼈다.
기운이 다 빠진 상태의 고요함. 신체의 적막함 같은것.
(아 운동, 혹은 산책의 효과가 이런 것이다. 내 영혼을 고요하게 해준다)
그래서, 아이들을 깨워서 집안 청소를 시키고
나는, 부엌 냉장고를 뒤져가지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꺼내어
파,마늘,생강, (심지어 선물로 받은 복분자주까지~) 등 신선한 재료들로 불고기를 무쳤고
신선한 야채
현미와 보리만 넣은 밥 (요즘 백미를 거의 안먹는다.)
그리고 테이블에 장미.
뭐 아이들은 집안을 멀끔하게 치웠고
(지팔이가 소파 껍데기까지 말끔히 빨아서 말려다가 끼웠다.)
나는 식탁을 시원하게 차렸고
그래서 모처럼
근사한 일요일 점심상을 차렸다.
아이들에게는 고추장으로 양념한 제육볶음.
나는 야채가 듬뿍들어간 쇠고기 불고기 (나는 돼지고기 못먹는다)
그렇게 차려놓고 먹으면서
--찬홍이 이 고기를 이 양상추에 담아서 싸먹으면 맛있다.
-- 찬홍아, 이 양상추가 꼭 타코 같지 않니? 오목한게 쌈해먹기 좋지?
--찬홍아, 이 고기를 이 상추에 싸서 이렇게 먹으면~
--찬홍아, 고기 더 궈줄까?
--찬홍아, 이 쇠고기도 너 먹어라. 엄마는 많이 목먹겠다.
우리들은 모처럼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웃기는 농담도 하고
뭐, 그랬다.
그런데 찬홍이가 하는말
--엄마, 엄마가 좀 이상해요.
엄마가 어디가 좀 아프신거 같애.
엄마 어디 아프세요?
왜?
--엄마가 이상해졌어. 찬홍아 이거 먹어라 저거먹어라, 엄마가 이상해...
찬홍이 머릿속에는
소리 꽥꽥지르고
신경질내고
'내 라면 뺏어먹지마!'하고 막 으르렁대고
뭐 이런 '엄마'가 각인이 되어 있어가지고
나른한 표정으로
상냥하게 말하는 엄마는
어딘가 미쳤거나, 더위를 먹었거나, 아픈거다. 하하하.
우리집 남자들은 너무나도 '여장군'에게 길들여진것이야.
나도 외유내강 되어보려고 노력중.
노력할 것도 없이, 요즘 더위에 기운이 없어서 목소리가 상냥해졌을 뿐. ㅎㅎㅎ

지난주에 바빠서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번주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서 찬홍이 입시 준비나 시켜야지.
내 공부 하면서.
(찬홍이는 텅빈 ESL 교실에서 혼자 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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