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9일 금요일

빗물같은

나보다 네살 연상의 어느 선배가,

나의 삶의 계획들, 도전들에 대한 이야기, 생활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 그런 것들을 듣다가 문득 말했다:

"난 일을 정리하는 중인데...거기는 아직도 뭔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것 같네. 활기차 보인다..."

 

그 선배 역시 학위를 마쳤고, 연구소와 강단을 오가며 커리어를 쌓고 있는 분인데

어딘가 많이 안정되고, 여유로와 보이고, 그리고 분주함에서 벗어나려는 모우드인듯.

 

그래서 나는 대꾸했다:

  "저는, 이것이, 생존의 문제에요. 먹고 사는 문제요. 우린 돈이 없어서 둘이 벌어야 하거든요..."

 

 

 

결국 이것도 '팔자소관' 일지도 모른다.

어쩐 일인지 아주 어릴때부터, 나는 장래가 보장된, 여유롭고 풍요로운 그런 남성 '파트너'들에 아무런 매력도 못느꼈다. 나는 눈이 초롱초롱한 가난뱅이 남자가 근사해보였다. 그러니 가난뱅이 남자와 파트너가 되어 살고 있는데, 가난하니까 결국 내가(둘이 함께) 벌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돈벌이를 하고 있다.

 

 

 

결국 이것도 '팔자소관'일지도 모른다.

나는 돈을 벌기는 버는데, 돈에 큰 욕심은 없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하기 싫은 일은 안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하면서 돈을 번다.

그러다보니 큰 돈은 못벌고, 그저 연명할 돈이나 벌면서 손가락 빨면서 산다.

나는 지금도 인생을 어떻게 신나고 재미있게 살것인가를 고민하는 편이다.

돈을 어떻게많이 모을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한다.

이래서 큰돈을 못 만져본다.

 

 

 

그러니까, 생존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과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한다는 입장이 맞물려서

두가지가 만나는 접점의 일을 나는 하는 셈이다.

큰돈 못벌어도 현재 일이 즐거우면 나는 그 일을 즐겁게 신나게 한다.

큰돈이 된대도 그 일 자체가 즐겁지 않으면 나는 일을 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평생 '즐거운 일'만 골라서 하면서 산 셈이다...

 

 

 

나의 '희망'은

큰돈이 되면서 즐거운 일을 한다는 것이다 ㅎㅎㅎ (과욕같다.ㅎㅎㅎ)

 

 

 

아니

나의 희망은

내가 하는 일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면서,

동시에 나도 신바람이 나서 하는 그런 일을 하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돈도 많이 번다면 더욱 좋겠지. 하하하.)

 

 

 

옷 수선을 하느라 등불 앞에 앉아서 바늘땀을 세는동안이 내게는 명상의 시간이었던듯,

불현듯

'나는 완벽하게 행복한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다'라는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삶의 긴장을 놓치지 않고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하루하루 해 나가는 사람,

나는 농부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것이 완벽한 시나리오처럼 보인다.

하느님이 나를 위해 마련한 완벽한 인생의 시나리오.

 

 

 

저 들판의 들짐승처럼

저 산의 산짐승처럼

날아가는 저 새들처럼

살아있는 동안 내가 내 몸뚱아리를 움직여 먹이를 구하고

감사히 하루의 먹이를 먹게 하시고,

이 빗물같은 삶의 축복을 내가 잊지 않게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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