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30일 금요일

우리 언니...

 

나는 어른이 될 때 까지, 우리 언니를 '언니'라고 부르지 않고 자랐다.

그냥 '정미야' 혹은 '~ 야!' 이러고 맞장을 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내 하나뿐인 사내 동생 녀석도 나를 '~야!' 로 불렀다. 역시 이유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친구' 같았다. 서열 의식이  별로 없었다.

(참 서구적으로 컸나보다. 매우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한국의 중산층 농가에서 나고 자랐지만...)

 

나는 이미 어릴때부터 늘~ 내 체격이 우리 언니보다 컸다.

뭐든 다 컸다. 손도, 발도, 눈 코 입도 다 컸다. 물론 체격이나 키도.

언니가 나보다 두살이나 많지만.

그래서 내가 초등생일때부터 어른이 된 후까지 (지금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둘이 있을때, 내가 언니라고 상상하는 편이다.

나는 우락부락하고, 언니는 섬세해서 그런가보다.

(지금은 키가 거의 똑같다. 하지만 언니는 전체적으로 가늘고, 나는 전체적으로 튼튼하다.)

 

언니는 이미 어릴때부터 맏 딸 노릇을 했다.

언니는 이미 초등학교 2학년때, 엄마가 어쩌다 어딘가에 가셨다가 늦게 오시면

철없는 어린 동생들 (나와 내 동생)을 돌보면서 밥을 지어 상을 차려

오빠와 아빠, 그리고 동생들을 먹이는 사람 이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언니에게 한번도 무서운 표정으로 야단을 치신 적이 없다.

언니는 늘 착하고 단정하고 청소 잘하고 그리고 방글거리며 부모님 말씀을 따랐다.

 

 

나는 늘, 불만스런 표정으로 뭔가 으르렁대면서 살았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다.

내가 집밖에서 탈선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고분고분 하지 않았다.

나는 성인이 될때까지 angry little girl 이었고 black sheep 이었다.

 

 

언니는 항상 개구장이이고 짖궂은 나의 장난이나 농담의 희생양이었다.

나는 늘 장난 칠 궁리를 하고 있었고, 언니는 번번이 나의 장난에 넘어갔다.

그래서 언니는 자신이 어리석다고 믿는 눈치였다.

 

 

지금도 언니는 내가 미국에서 박사공부까지 하고, 교수질을 한다는 것을 대단하게 보고

자신이 전업주부로 살아 간다는 것에 대해서 어쩐지 나에 못 미친다고 상상을 하는것도 같다.

   "난 너처럼 살라고 해도 살 자신이 없어..."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언니가 똑똑하고 지혜롭게 자신의 가정을 철옹성처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면에서, 언니는 나보다 더 용감하고 지혜롭게 사는 것이다.

나는 가족을 위해서 나를 희생할 '용기'가 없다... 그만한 사랑이 없다...

나는 어떤 면에서, 언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편이다. 나의 사랑 작음에 대하여.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 그리고 내가 노력하여 이뤄낸 삶에 대하여

감사하고 그리고 기뻐하며 산다.

그리고, 내 언니 역시 자신의 삶을 감사하고 기뻐하며 살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오빠한테서 이메일이 왔는데, 언니의 건강 검진에서 뭔가 문제의 소지가 발견된것 같다고.

 

내가 한국에 있을때, 언니가 목덜미를 만져보며 "여기 뭔가 잡혀...이게 뭘까.." 했었다.

사람이 40을 넘기고 중년에 들어서면 몸의 어딘가에 지방질같은 혹 같은것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다...  대체로 별 문제 없는 지방 덩어리일 경우 성형을 위해서 제거하거나,

그냥 내버려둬도 무방하다.

언니는 해마다 세밀한 건강검진을 받았고, 그동안 아무런 이상 증후도 발견된 적이 없으므로

그것 역시 근래에 생겨난 '아무것도 아닌' 것일거라고 우리는 둘이 종알거리며

서로 안심 시켰었다.

 

언니가 아마 그것을 정밀 진단을 받으러 갔었나보다.

아직 검사 결과가 안 나온걸까?

공연스레 걱정이 된다.

 

오빠의 메일을 받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혼자 울었다.

 

몇해전에, 엄마와 오빠의 종양 소식을 언니가 알려주었을때

나는 낙담하였으나 그자리에서 눈물을 쏟지는 않았다.

어쩐지, 모든 것이 잘 될것 같았다.

오빠와 엄마는, 강인한 사람들이다.

 

 

언니가 조금이라도 아플거라고 상상하니까

눈물이 난다.

우리 언니는 내 장난에 잘 넘어가고, 잘 속고, 어리버리하고,

그래서 내가 못 된 장난을 하면 혼자 상처받고 울고 그랬다.

그렇게 착하고 순한 언니이기 때문에

언니가 아플까봐 걱정이 된다.

언니가 아프면, 절대, 안된다.

그래서 하느님한테, 우리 언니가 아프면 절대 절대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드려야 할것 같다...

 

 

 

하느님, 우리 언니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나를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내가 잘 아는데, 내가 슬프면 하느님도 슬프실것 아닙니까? 내가 기뻐야 하느님이 기쁘실것 이지요. 그러므로 나를 슬프게 하시면 안됩니다. 따라서 우리 언니를 하느님이 잘 지켜주셔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시겠습니까..하느님.

 

제가 매일 기쁘게 웃어야 하느님도 매일 기쁘실걸요. 하느님.

 

 

 

 

 

댓글 3개:

  1. 별 이상 없을 것이야. 나도 기도할께.

    답글삭제
  2. 언니랑 엄마랑 참 고우시다.

    아름다운 모녀예요.

    답글삭제
  3. @이윤정 - 2010/08/10 08:50
    그런데, 저분들은 내가 가까이에 있어야 살맛이 나는 사람들이라서... 하하하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