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8일 일요일

[P군과 유여사] 밥솥에 찐 크로아상

 

이것은 빵이다. 아니다 떡이다!

 

 

 

 

P선생이 그의 장모 '유여사'의 '기행'을 내게 '고자질' 하는 차원에서 보내온 사진.

 

사연은 이렇다.

 

P선생의 처형, 곧 내 언니는 별명이 '빵순이'이다.

서양식 제과점에서 파는 빵을 좋아하는 아줌마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언니가 엄마집에 올때면, 바리바리 집에서 만든 반찬 이외에도

반드시 빵집에 들러서 빵을 몇덩어리 사가지고 온다.

 

 

내가 한국집에 있을때, 우리 언니는 과천서 일산까지 뻔질나게 드나들며 먹을것을 안겼는데

언니는 내게 빵을 사 먹이러 들었고, 나는 언니가 사온 빵종류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나는 원래 빵을 잘 안먹고, 미국에서도 빵을 잘 안 먹었으며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빵은, 막걸리를 넣어 만든 한국식 찐빵이다.

(나도 한국식 막거리 찐빵은 기분 내기면 후딱 만들기도 하고, 잘 만든다.)

그 외에 프랑스식 크로아상이라던가 그런것은 느끼해서 절대 입에 안댄다.

우리 언니도 그걸 잘 알면서 번번이 버터가 들어간 고소하고 달콤한 빵을 사다 던졌다. (자기가 좋아하는거니까)

 

그 우리 언니는, 내가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엄마집에 빵을 사다 던졌을것이고

그래서

냉장고에 크로아상 빵이 굴러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   ***

 

그런데 토요일 저녁,

사위와 장모가 한가로이 여름 저녁을 즐기던 그 시각

장모 유여사가 애틋한 마음으로 사위 P군 앞에 들이 민 것은

밥알이 덕지 덕지 붙은 크로아상

 

 

P군: 장모님, 이것이 무엇이오니까?

유여사: 빵일쎄.

P군:  이것이 빵인지는 저도 아옵나이다. 하오나, 웬 빵에 밥알이 덕지 덕지 붙었나이까?

유여사: 냉장고에 빵이 굴러다니길래 내가 밥하는데다 넣고 쪘네.

P군:  오마이갓~  장모님, 버터투성이 빵을 밥솥에 찌면 어쩌란 말이오니까?

유여사: 왜...빵을 밥솥에 찌면 안된단 말인가?

 

 

  ***    ***

 

옛날에 우리 할머니, 친척들이 제삿날 가져온 떡을 먹고 난 후에 남은것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밥할때 밥에 함께 쪄서 상에 내 놓으면 우리들은 밥보다도 먼저 떡을 맛있게 먹곤 했었다.  우리들은 밥솥에 여러가지를 함께 쪄 먹으며 컸다. 심지어 호박닢이나 가지도 밥솥에 함께 쪘으니까.

 

그래서, 우리 엄니는 프랑스, 버터덩어리 빵떡인 크로아상도 밥에 쪄서

사랑하는 사위에게 제공~

 

 

P 군의 [장모님의 기행]에 대한 고자질은 앞으로도 씨리즈로 이어질 전망이다.

 

*엄마가 어쩐지 활기 있는 나날을 보내시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댓글 1개:

  1. 나는 몇 마디 말과 사진 한 장 보냈을 뿐인데 그 재료로 여성지류의 소설을 엮어내는 재주가 대단하군. 앞으로도 보고 거리가 있으면 신속하게 전달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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