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 뉴스를 살피다 보니 한국의 어느 유명한 여성 기업인이 강연에서 한국의 소수 상류층 여성들의 생활 패턴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여성 군복무 문제를 이야기 했나보다. (아래에, 관련 기사를 옮겨다 놓았다). 사실 어떤 '말씀의 내용'은 전체적인 상황 (context) 속에서 이해 되어야 하며, 한 사람이 떠든 말 중에서 한 두 문장만 가지고 설왕설래 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 그러므로 주의 해야 한다.
나는 내 블로그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나의 평을 안하기로 작정 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나 역시 속해있는 '여성집단'과 관련된 일이고, 어쩐지 내가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떤 '죄악감'을 느껴서, 세상의 구석에서 상황을 내 식으로 점검하고, 내 의견을 말하고 싶어진다.
나는 인터넷 기사에 소개된 여성 기업인 김 아무개씨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웹 검색을 하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소상한 자료가 나오겠으나, 그런 것을 찾아 볼 기력도, 열정도 없다. 그는 훌륭한 기업인 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분이 철학을 갖춘 훌륭한 기업인일것으로 짐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가지 이분께 부탁을 드리고 싶다.
이분은 극히 소수의 '상류층' 부인들이나 여성들이 한가롭고 태평스러운 삶을 즐기는 풍경에 대하여 질타하셨다. 그런데, 나는 극 소수의 상류층 부잣집 사모님들이나 그 며느리, 딸들이 어떻게 호화롭게, 잘 사는지에 대해서 일말의 관심도 없다. 그들이 뭐 귀족적으로 잘 살건 말건, 방탕하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어차피 '극 소수'인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극소수의 혜택받은 집단의 식구들은 한가로운 곳에서 나른하게 사는 법이다.
나는 이 존경할만한 여성 기업인이 이런 극소수의 천국의 여성들에게서 눈을 돌려서, 그 분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의 삶을 들여다 봐 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 혹은 빈곤층 여성들의 삶을 좀 들여다 봐 주십사 하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들이야 숫자가 한정 되어 있고, 그들은 어차피 잘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돈 가지고 쓰고 마시고 먹는 것도 자기 자유다. 김 아무개씨 역시 잘 입고 잘 먹고 사실 것이다. 그런데, 중산층, 혹은 극빈층의 부인들, 며느리들, 딸들은 어떤가? 진정으로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분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고민을 좀 해 주십사 하는 것이다.
김 아무개씨가 기업가라고 하니, 그분께 여쭙고 싶다.
사내에 육아 시설은 있으신지?
여직원들이 안심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여건을 잘 만들어 놓으셨는지?
여직원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어떤 박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는지?
여직원 뿐 아니라, 남직원들도 육아 시설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사내에 이미 그런 복지 시설이 다 마련되어 있다면
훌륭하신 김 아무개 기업인께 간곡히 부탁 드리고 싶다.
소속하신 지역사회의 빈곤층, 중산층 여성들이 꿈을 펼칠수 있도록 제대로 한번 고상한 상류층 기업인의 모범을 보여주실수 없으신지?
뭐 이런거 조용히 해 내시는 것이
중뿔나게 여성 군대 복무 어쩌구 하는 것 보다 훨씬 인류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은 안하시는지?
기업인으로서
극소수 상류층 유한 마담들의 삶을 비판하기에 앞서서
한국에서 자라나는 여아들이 성범죄가 무서워서 학교에 가는것이 두렵고
대낮에 어린이들이, 여성들이 골목으로 끌려가 강간을 당하고, 살해 당할때
여고생들이 기지를 발휘하여 끌려가는 여아를 구해낼때
그때 당신은 한가로운 호텔 커피숍에서 극소수의 부잣집 여성들만을 쳐다보고 계시는가?
여자가 군대 가는가 안가는가
극소수의 여자들이 호텔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가 안보내는가가
정말로 여성 문제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방법인지?
그거야 말로 말초지엽적인 문제인것은 아닌지?
존경하는 여성 기업인 김아무개씨께 부탁드리오니
제발
자신의 기업의 여성 직원들이 아무 걱정없이 그들의 능력과 열정과 꿈을 회사에서 펼칠수 있도록,
소속한 지역 사외의 여성들이 꿈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갈수 있도록
돕는 일에
좀더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애정을 쏟아주시길...
그것이 소수의 부자집 식솔들이 커피숍 대신에 고아원에 봉사가는 것보다 더 중효한 문제가 아닐런지..여쭙고 싶어진다.
사족: 좋다, 김씨 말대로 여성 군복무 한다고 치자. 그러면 문제의 극소수 상류층 여성들이 군대 갈것 같은가??? 가서 곯는건 어차피 아랫동네 여자들 아니겠는가? 상류층 여자들은 아랫동네 여자들이 군복무 할때, 호텔에서 나른하게 놀고 있을것 아니겠는가? 내가 군대 가기가 무서운가? 여자 군대가라면 나부터 자원해서 간다. 그런데...당신이 비판한 그 상류층 여자들은 어차피...요리 빠지고 조리 빠지고...에잇..농담하시는가 지금?
--Lem
[이데일리 편집부] 여성기업인 김성주 성주D&D회장이 30일 전경련 하계 제주포럼에서 한 강연내용이 네티즌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김 회장은 이 포럼에 강연자로 나와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아니라 여성이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 라며 “여성들은 남자탓, 사회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 강인해져서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나라 상류층 딸, 며느리들이 아침부터 고급식당에 가서 노닥거리면서 어디 쇼핑할지, 어디서 놀지만 생각하는 것을 보면 가슴을 치게 된다” 며 “이런데서 자란 아이들이 무엇을 하겠느냐”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여성도 군대를 보내야 이스라엘, 스웨덴 여성들처럼 강해질 것” 이라며 “남자들만 억울하게 2~3년씩 군대에 붙들어 놓지 말고 군대제를 직업군인제로 바꿔 여성도 군대를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는 이색적인 발언을 했다.
또 그녀는 “서구 여성들은 얼마나 부지런한지 우리나라 여성보다 10배는 더 일하고 있다” 고 말하며 “대학나오고 유학까지 가서 공부한 여자가 사회탓을 하면서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적극 역설했다.
이 같은 김회장의 강연내용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김성주 회장 자체야 말로 `페미니즘의 좋은 예`”라며 "멋지다“ ”같은 여자지만 진짜 부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분이다“라는 동조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남성들의 반응이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김선*님은 “김성주 회장을 여성부 장관으로 세우자”고 말하며 김회장의 발언에 적극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박대*님도 “회장님 말씀이야 말로 진정한 남녀평등이며, 진정한 여성을 위한 충언이다” 이라며 옹호했다.
이밖에 다른 남성 네티즌들도 “여성도 군대가고 강해져 평등한 사회를 이루자” “김성주 누님! 존경합니다” “개념충만한 회장님이 등장하셨다” “나도 저런 여성 만나고 싶다” 등 열렬한 반응을 표했다.
XML
이분 꽤 많은 기부도 하는 분입니다. 연수입의 30%를 기부하는 사람입니다. 뭐 더 기부하지 그러냐고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답글삭제@피터리 - 2010/07/31 16:46
답글삭제저는 많이 가지고,
스스로 자신을 선량하다고 믿고
스스로를 준법정신 투철한 사람이라고 믿는 분들의
'독선'역시 염려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기부를 많이 하는 것과
'상류층 여자들이 개탄스럽다 ---> 여자 군대 가라' 는 비논리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 입니다.
누구나 기부 많이 한다고, 이런식의 해괴한 '비논리'를 떠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 분이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분께 부탁을 드리는 것이지요.
피터리씨는 어떤 기부 엄청 하는 존경받을 만한 분이, 길 가다가 피터리씨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분이 기부를 많이 한다는 이유 만으로 '오케이, 땡큐 베리 마치' 하시겠습니까?
훌륭한 분들이 스스로 삼가하고 조심해야 할 대목은
'독선'의 잘못을 범하는 것입니다. 혼자만 잘 난거 아니거든요. 돌아보시면, 입 다물고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지요.
스스로 시대의 페미니스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여성 리더들조차도 뭐랄까 일종의 이중의식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거 같더군요.
답글삭제@블링크 - 2010/08/02 15:12
답글삭제예, 저도 블링크씨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는 '실언'을 하는 여성들을 크게 '비난'하고 싶지도 않은데, '우리들은 (여성들은)' 어차피, 운명적으로, 환경적으로 '여성차별'문화 속에서 태어났고, 성장했고, 이를 핏속까지 내면화 했다는 것이지요. 스스로 이런 문화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교육을 받았건 안 받았건 말이지요.
정신적 식민지 의식도 이와 비슷합니다.
'서양여자들이 한국여자들보다 열배 부지런하다'는 생각은 말하자면, 서양 사람들이 '우리'보다 부지런하고 똑똑하다는 식민지 의식이 저변에 깔린 것인데, 이 역시 한 개인의 잘못된 의식이기보다는, 집단적인 내면화의 발로처럼 보인다는 것이지요.
엽전이, 조센징이... 뭐 이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발전된 방향으로 흐름을 바꿀수 있는 길은 뭘까요. 일단 '하루 아침에' 무엇이 크게 바뀔것을 기대할수는 없고, 파울로 프레이리의 '의식화' 교육이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문제에 대하여 문제 의식을 갖고, 고민하고 사색하고, 문제가 문제임을 알리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일단 문제에 대해서 자각하고, 눈을 떠야...그 다음 단계로 나갈수 있겠는데...
자기 자신이 하는 한마디 발언이 혹은 행동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끼칠지 전혀 알지 못하는채로 우리는 매일 실언하고 실수 하고 살아가지요. 그러니까, 실수 할때마다, 비난하기 보다는 서로 깨우쳐줘야 겠지요. 상생하기 위해서 서로 깨우쳐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