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imdb.com/title/tt0482901/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우루과이 출신의 감독이 만든 영화.
브라질과 우루과이 국경지대의 우루과이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브라질의 도시에 가서 장을 봐 올수 있다. (미국의 텍사스주 엘파소에 가도 비슷한 광경을 볼수 있다. 엘파소의 미국, 멕시코 국경선에서 멕시코 사람들이 매일 합법적으로 다리를 건너 미국에서 장을 봐가지고 돌아간다.) 그런데 자신들의 생필품만 사면 문제가 안되는데, 마을의 소매점의 심부름으로 물건을 기준치 이상으로 대량으로 사다 넘겨주는 일을 하고 품값을 받기도 한다. 이경우 '밀수'에 해당되므로 물건을 빼앗기거나 처벌을 받게 된다.
어느날 이 작고 보잘것 없는 마을에 '교황님'이 방문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교황님이 오시면 수많은 신도들이 교황님을 보려고 몰려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들에게 빵을 팔면 어떨까?' 뭐 매우 '사업감각'이 뛰어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가지고 이 지역 사람들이 비상금을 털거나, 혹은 있은 땅을 팔아서 '사업'계획을 세운다. 어떤이는 수만명을 먹일만한 소세지를 만들 궁리를 하기도 하고, 빵을 수만명 먹일만큼 만들어 팔 궁리를 하기도 한다. 주인공 남자의 계획, '사람들이 갑자기 수만명이 몰리고 빵이나 음료수를 먹게 되면 변소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변소를 지어서 변소 입장료를 받아야지.' 그래서 무일푼인,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 남자가 심지어 딸의 학교 월사금까지 다 털어다가 변소를 짓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브라질에 가서 사들이고, 온갖 고생을 다 한다.
예상대로 교황님이 온다. 그런데 수만명, 수십만명이 올거라고 떠들어대던 방송 보도와는 달리, 그 자리에 모인 사람은 천명 수준이었고, 행사도 일찍 끝나버리는 바람에 사람들은 간단히 교황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들간다. 수만, 수십만명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던 사람들은 완전 망한거다. 소세지는 돼지밥이 되고, 빵은 길거리를 굴러다닌다. 남자가 지은 변소는 가족변소가 되고만다.
어찌보면 한심하고 비참한 얘기 같은데, 영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삶은 곤궁하고 절망적으로 흐르는데, 등장인물들의 표정에는 그런 비참성이 보이지 않는다. 다들 술 한잔 먹고 웃고,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아간다. 이란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많이 만들었었다. 인생은 씁쓸하고,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고.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주인공 남자의 끝없는 실수, 실패, 좌절을 생각하면 인생 왜 이러고 사나 싶은데, 술한잔 마시고 행패부리고나서 또 뭔가 살아갈 궁리를 하는 그 남자를 보게되면, 우리도 용기가 생긴다. 까짓것, 가진자나 못가진자나 결국 다 죽는거니까, 내가 조금 못가졌다고해서 기죽을것 없지, 뭐 이런 심보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영화다. (풍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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