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Book] 실패의 향연, 최후의 금기어를 논하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들은 것은, 내 '실패'를 들여다보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실패'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씨리즈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실패의 몇가지 유형을 알게 되었고, 내가 현재 당면한 나의 '실패'만을 확대시켜 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도 안다, 내가 이 실패감, 혹은 패배감, 혹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도 별것 아니란 것까지도, 논리적으로는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물이 얕아도 빠져죽을수 있는거고, 논리적으로 아무리 명쾌하게 설명을 할 수 있다해도 감정은 별개의 문제인거다.  이 책에서는 내가 왜 좌절감을 벗어나지 못하는지도 나름 설명을 해준다.  그래서 약간 위로 받았다.

 

사실 나는 차근차근 잘 해나가고 있으며, 내게 닥친 극히 사적인 재앙에도 불구하고 제법 침착하게 내가 계획한 일들을 진행시키고 있지 않은가.  한편으로는 나의 '실패'때문에 내가 얼음처럼 고요해져서 내 일들을 차분하게, 냉정하게 진행시키는 면도 있고.  하지만 나는 현재 전체적으로 '난파선'같은 기분이고,  늘 기침을 한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감기약을 습관적으로 먹고 있고,  늘 기침을 한다.  난 내가 소리내어 우는대신에 기침을 해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나는 잘 견뎌낼 것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  표면적으로 나는 연봉협상도 잘 해냈고, 내 일들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나는 그림자처럼 지상을 떠돈다는 기분이다.  나는 일을 잘 해나가고 있는데...모두 안녕한데...나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문학교수가 그가 알고 있는 문화사를 이리저리 엮어서 '실패'를 노래한 책.  읽을만한 책이다. '성공신화'에도 넌더리가 나니까. 

 

아, 어제 본 영화 Bright Star, John Keats 를 그린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올라온 자막, "키츠는 25세로 죽을때까지 자신의 삶을 Failure (실패작)이라고 믿었다."   아, 키이츠도 자신의 삶을 실패작이라고 생각하고 죽었다는데,  난 뭐 내 삶을 실패작이라고 보지는 않는단 말이지. 단지 어떤 부분이 심하게 망가졌다고 인지하는 것이지.  망가진것을 바로잡을수도 없고, 망가진 것을 그대로 봐야 하는 일이, 폐허앞에 서있는것처럼 아득하다.  세월이 지나면 대개 잊혀질것이지.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할것이다. 다음번엔 좀 세련되게...

 

 

댓글 2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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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onymous - 2009/10/18 17:52
    이 책의 244쪽에 나온 내용: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때마다 실패했다. 늘. 다시 시도했다. 또 실패했다. 이번에는 좀더 세련되게." --사뮤엘 베케트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 로 널리 알려져있지요.



    '이번에는 좀더 세련되게' 는 베케트의 말입니다. :]



    난 뭐 화려한 일류 인생을 일직선으로 달려온 사람이 아니라서 실패하는 것은 별로 겁을 안내는 편인데, 사람마다 아킬레스건이 따로 있어서 각자 치명적인 케이스가 있지요. 그 치명적인 케이스가 발생해서 정신을 좀 못차리고 있는 것이지요. 속상한일은 소줏잔 앞에 두고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라도 신세한탄하고 풀어버려야 하는데, 말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한거죠.



    모르는 사람 붙잡고 앉아서, 나는 이것도 실패했고, 저것도 실패했고 이런식으로 신세한탄 하고 나면 좀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 혹은 이런 실패학책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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