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6일 화요일

시지푸스 사나이

옛날에 시지푸스라는 총각이 있었다.  이 총각의 취미생활은 바위를 언덕위로 굴려대는 것이었다.

 

내 학생중에 시지푸스 총각이 있다. 이 총각의 취미는 자동차를 언덕위에 세워놓고,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서 뒤로 굴러내려가는 차 뒤에서 차를 밀어대는 것이다...

 

 

 

메릴랜드의 볼티모어에서 한시간도 넘게 운전하여 학교에 오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이 오늘은 지각을 했다.  지각안하는 학생이 지각을 하면 특별한 일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왜 늦었는가 물으니 그가 겪은 '자동차사고'의 경위를 설명해준다.

 

차를 언덕에 세워놓고 타이어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서  작업을 하다가 보니 차가 스르르 밀려 내려오더라는 것이다. 마침 차 뒷편에서 작업하던 그는 차가 스르르 밀려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차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차 뒷꽁무니를 있는 힘을 다해서 밀어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시지푸스같은 괴력을 발휘해도 차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언덕아래로 밀려내려갔기 때문에 이러다가 '깔려 죽겠다'고 상황 파악을 한 시지푸스 총각은 그만 차를 포기하고 '다이하드' 장면처럼 옆으로 잽싸게 몸을 날렸고, 차는 그대로 언덕아래로 굴러내려가 이웃집 사업가의 벤츠님을 쾅! 들이 받는 것으로 유종의 미를 장식.

 

그가 영어가 서툰고로, 내가 칠판에다가 '요런 상황이었는가?' 하고 그림을 그려가면서 물어보니,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고 하면서 영화장면처럼 근사하게 빠져나오는 광경을 연출.  아, 아, 이 수작을 지켜보면서 다른 학생들이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시지푸스도 나도 깔깔대고 웃고 말았는데, 사실 이게 웃을 일이 아니었던 것이지.  사람이 차에 깔려 죽을뻔했는데, 웃고 말다니...   하지만...시지푸스역시 절대절명의 순간에 대해서 이렇게 키득대며 이야기 하는 것으로 그가 받았을 정신적인 상처를 어느정도 치료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처받는것은 이야기를 하는것이 좋다.  자꾸 이야기를 해서 그 상황을 객관화하다보면 상처도 희미해진다.  우리들은 모두 깔깔대고 웃고나서, '네가 무사히 학교에 와서 정말 다행이다'로 마무리.

 

아, 피곤한 하루. 하지만, 내 학생들이 무사히 교실에 모여서 다행.  안죽고 학교에 와줘서 고마운것이지.  아, 그는 사태수습 하느라고 늦었던 것인데, 대략 벤츠님 파손에 대한 수리비가 삼천달러 정도 나왔다고.  삼천달러. 오 유어 갓! 

 

 

댓글 3개:

  1. @FROSTEYe - 2009/10/10 01:25
    :) 재밌으면 안되지만, 사실, 웃겼거든요. 호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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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h, Your God ! 에서 빵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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