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7일 화요일

제비나비

내 왼쪽 어깨에, 제비 나비

 

아침에 학교 주차장에 차 세우고, 가방 양쪽에 매고 건물에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뭔가 휙 날아오더니 내 옷에 달라 붙었다.

나비.

푸른 제비나비. (다른 이름을 모르므로)

 

내 옷에 뿌린 향수 때문일까?

나비는 내 옷에 붙은채 떨어지지 않았다.

신기해서 그대로 오피스에 왔다가

수업을 가야 하니까

내 화분에 살살 올려 놓고 수업하고 왔는데

그사이 죽어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잡아서 내 옷에 다시 붙여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은 내 책상위 흰종이에 있다.

내일은 내 큰 카메라를 가져다가 이 나비를 제대로 사진을 찍어야지.

그리고, 나비 박제 관련 정보를 찾아내어,

이 친구를 유리 액자에 담아서 내 곁에 둬야지.

왜냐하면, 그의 짧은 생 마지막 순간에 내게 달아온 놈이니까.

 

때는 가을,

여름 잠자리들이 제 마지막 장소를 찾아 내려 앉고

나비들도 잠 잘 곳을 찾아 이리저리 팔랑거리리라.

 

 

 

***    ***

 

아침에 나비가 품으로 날아 들더니,

학장님이 와인 한병을 갖다가 내 책상위에 놓고 가버리신다.

어디 가서 선물로 받아오셨다는데,

(이분은 매우매우 레벨이 높은? 기독교인이라서 술을 아예 냄새도 안 맡는다. 그러니 와인은 무용지물)

나 먹으라고 던지고 가신거다. (나로선 할렐루야!)

마침 집에 P선생이 남기고 간 와인도 다 떨어진 판국인데~

(오 주여 땡큐 베리머치! )

 

ㅋㅋㅋ

댓글 6개:

  1. 참 흔치 않은 경험을 하셨네요..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싶은 일 같아요..

    나비가 나한테 와서 생을 마감한거...

    나비는 죽음의 흔적을 거의 안남기는 동물 중 하나라고 들었거든요..

    답글삭제
  2. 가을이 연출하는 장면들이군. 나비의 입적과 와인의 날아듬.



    나비를 생각하며 와인 한 잔을 하시면 될텐데...

    답글삭제
  3. @사과씨 - 2010/09/08 10:26
    비너스의 아들 에로스가 사랑한 싸이키(psyche, 프시케)의 상징이 '나비'이지요.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이지요. 서양 고전 명화를 감상하다가 에로스가 나오는 주변을 보시면 나비가 팔랑거릴거예요.



    에로스와 싸이키의 사랑 얘기가 '미녀와 야수'로 개작이 되기도 했지요. 어둠속에 있는 얼굴을 절대 보면 안된다는 약속을 어기고 잠자는 에로스의 얼굴을 등불을 켜고 들여다보는 싸이키. 그래서 사랑은 떠나고 싸이키는 고통을 겪게 되지요.



    사랑에는 언제나 '금단'의 열매가 등장하고

    우리는 금단의 열매를 딸 수 밖에 없는 운명.



    나비가 제게 날아와줘서 마음이 조금 고요해졌어요.

    늘 그렇듯, 나를 위로해주러 온 존재.

    답글삭제
  4. @King - 2010/09/08 12:47
    술친구가 없으니까 술맛도 안나네~

    그나저나...스테이크나 구워서 한잔 할까봐~ :)

    답글삭제
  5. ... 왠지..소름이 돋는 이유는 아름다움과 비장함같은 것 같네요..



    그나저나 아마존킨들 사고 싶네..

    답글삭제
  6. @구라파 - 2010/09/18 00:13
    아, 나로님 오랫만입니다. 무척 반갑네요.

    그런데, 킨들은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책에 적합할것 같은데요. 제가 킨들 가진 후에 관심이 생겨서 국내 웹을 찾아보니 국내에서는 국내에서 출판 판매되는 책에 적합한 모델들이 많이 선보인것 같습니다.



    저는 제 여건상, 그리고 늘 '영어'를 가까이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지라 좋건 싫건 머릿속에 '영어책'을 쑤셔 넣어야 하는 입장이라 킨들일수밖에 없지만, 만약에 한글로 씌어진 ebook을 더 많이 읽으신다면 국내 전자책리더기도 좋아보입니다.



    (전자책리더의 한가지 맹점은, 책을 돌려보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다 읽고 친구들이 돌여보고 그것이 안되겠지요 아마. )



    그런데, 킨들이 정말 이뻐요. 살아서 말을 거는 오래된 친구같다는 느낌마저...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