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부분

(뒤집어서 배부분. 안쪽의 두줄의 오렌지색 점박 무늬가 선명하다)
나의 '상식'이나 '생물'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의 대부분은, 계몽사 <컬러학습대백과>에서 습득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 할 것이다. 사전이 뭔지, 백과사전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우리집의 가난한 마루 책장을 빛내던 '칼라학습대백과'. 그 첫권에 가게-그리마 라고 적혀있던 원리가 무엇인지는 고학년이 되어 국어사전을 찾는 방법을 배웠을때야 알았다 (첫 페이지가 '가게'였고 마지막 페이지가 '그리마'라는 다족류 벌레였던덧이다.)
오죽하면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가게-그리마가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있겠는가.
우리들은 컬러학습대백과를 보고, 또 봤으니, 딱히 그것이 좋았다기보다는 '다른 볼것이 없어서' 심심해 죽겠는 나머지 보고 또보고. 그런데 이렇게 되풀이 해서 들여다본 학습 효과가 크기도 해서, 훗날의 내 모든 지식의 원천이 되어 준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때라도, 나는 연관된 어떤 것을 칼라학습대백과의 아주 사소한 문항과 연결시킬수 있었으니까.
그것도....칼라로! :)
그러니까, 내가 어떤 낯선것을 보고 근거도 없이 그냥 '이름'을 말했는데, 그것이 정답일때는, 분명 내가 어디선가에서 그것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 어딘가에 저장해 놓았었다는 것이리라. 나는 뭔가 낯선것을 보고는 뜬금없이 혼자 이름을 중얼거릴때가 종종 있다. 바로 이 제비나비처럼.
어제 이 나비를 보았을때 무심코 '제비나비'라고 혼자 중얼거렸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 구글에서 northern virginia butterflies 라는 검색어를 넣었을때 가장 먼저 올라온 자료
http://www.virginia.edu/blandy/ClarkeCountyLandUseSurvey/butterflyguide.pdf
이 자료에 근거하면, 나의 나비는 Black Swallowtail (검정 제비꼬리 나비)이다. 제비나비가 맞았군.
제비나비. 너는 내 어린시절 지겹게 들여다봤던 컬러학습대백과의 어느 페이지에서 불현듯 날아 오른 것이냐?
내가 찍은 나비 날개 사진을 들여다보며 혼자 좋아 죽다가 (저 맨 위에 저 세밀한 사진) 오피스에 있는 내 책 커버가 생각나서. 이 책 커버도 찍어본다.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진화, 발생에 관한 책인데, 그림과 사진들도 있어서 나같은 문외한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예전에 이집트 여자들이 눈에 바르던 반짝이는 딱정벌레 껍질 빻은거라고 해요..
답글삭제맨 윗 사진 보니 파란 반짝이 가루 같아요.. .. @@..
제가 이렇게 사진으로는 보는데 실제로 팔락거리면 무서워서요..
이렇게 자세히 보니 이뿌고 신기...
죽어서도 자태가 고와요..
@사과씨 - 2010/09/09 02:21
답글삭제제가 어릴때는 지렁이도 막 손으로 잡고,
벌레 같은거 만지는거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런것들에 겁이 없지요.
그런데 오히려 성인이 되면서 '지렁이'는 손으로 만지지 못하게 되었지요.
어릴때는 밤벌레도 손으로 만지고, 구워서 맛있게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죠...
학습의 결과라고 할 밖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