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우리 아부지가 자린고비였다는 흉을 몇번 공개리에 본 바 있다. (아빠 죄송~ ) 뭐 그런데 P선생도 그에 못지 않은 자린고비이다. (인정할건 인정하자).
내가 예전에, 학위 마치고 백수질할때, 마침내 이력서 보낸 곳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 하자고. 교육쪽 고급공무원 자리였다. 그런데, 면접보러 갈 마땅한 옷이 없었다. 봄철이었는데 봄 정장이 없었던 것이다. 뭐라고 걸치고 가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몰에 갔었다. P씨도 옷사준다고 따라 나섰다. 뭐 돌아보니 내 성에 차는 옷이 안보였다. 값에 비해서 흐지부지해보이고, 맘에도 안들고. 그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명품관쪽으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우덜은 거기가 '명품관'인지도 몰랐다. 이리저리 돌다가 거기까지 간 것이지.
거기 가니까~
내 눈에 들어오는 옷들이 많더라 (-_-). 그래서 뭘 한가지를 입어봤거등. 흥, 맘에 들었으. 가격표좀 보자, 270 달러. 옳거니...쫌...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취직해야 하니까, 인터뷰 하러 다닐때 입을거니까...그래 사자.. 뭐 이러고 혹시 할인은 안되는지 다시 가격표를 들여다보는데
오잉?
요것이 270 이 아니고 2700 이여?
난 세상에 상의 한장에 2700 달러짜리 옷이 있을수 있다는 상상도 해보질 못했었던 것이니.
그런데 그곳을 둘러보니 2700은 '껌'값이더라. 그보다 더 비싼것들이 수두룩 했다.
그런데 역시 색상 상쾌하고 보기에 좋긴 하더라.
그래서 내가 고르고 골라서 천달러쯤 하는 정장용 상의 (블레이저)를 하나 찾아냈다. 이거 입고 나머지는 집에 있는 것으로 대충 차리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가지고 "이거 하나 사볼까?" 했더니, P 선생왈,
"야, 야, 나중에 취직해서 돈 많이 벌면 그때 사입어. 이걸 아직 취직도 못했으면서 ..."
(오오 백수의 설움) 나는 옷이 없어서 취직을 못했다고, 모든것은 인터뷰용 옷이 없기때문이라고 옷 없는것을 탓하며 그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천달러짜리 옷을 사는것은 '바보짓'이라면서 내 등을 떠밀어 그 명품관을 나서게 만들었다. 나중에도 그는 절대 그쪽에 안간다. 하기사, 나 역시, 그 돈 주고 그 옷을 사입고싶지는 않았다. 그 때 집에서 대충 블라우스하고 스커트 입고 가서 면접했는데, 내가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는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영주권자/시민권자가 아니고 외국인이라서 뽑을수가 없다고 했다. 그들로서도 어쩔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옷 안사길 잘했다...)
아무튼, P선생은 나한테는 그나마 후한 편이지만, 자기 자신은 구두 한켤레를 10년도 넘게 신고, 일년에 갈아입는 셔츠가 달랑 몇장 밖에 안되는 사람이다. 내가 끌고 가서 옷을 사주려고해도, 입을거 많다고 안산다고 황소처럼 고집을 부린다. 운동화도, 한쪽발이 아프다면서도 5년넘게 한켤레만 끌고 다닌다. 난 솔직히 좀 '챙피해서' 옷을 챙겨입혀주고 싶은데, 자기는 인생 편하니까 신경쓰지 말랜다. 뭐 그래서, 포기했다.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몇번인가 몰에 나간적이 있다. 이제 떨어져서 사는동안 분명히 내가 돈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사고 독립해서 살아보겠다고 손가락빨고 쩔쩔맬것이 보이니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미리 옷도 사주고 그런다고 나갔다. (나 이제 학생 아니라서 쓸건 쓰고 사는데...하하.)
그러면 P선생이 나를 끌고 가는 곳이 어디냐. 아웃렛 명품관. 어쩐지 '아웃렛'과 '명품관'이 서로 아귀가 안맞지 않는가? 아무튼 우리들은 근처 아웃렛에 가서, 거기서 유명하다는 곳에를 간다. 거기 가면 제법 유명한 제품들이 아무렇게나 전시가 되어있다. 뭐 수년 묵어서 땡처리도 안되는 명품들이겠지... 나는 시들하다. 관심이 없다.
그런데 P선생은 혼자 기웃거리다가 말고, 옷들을 골라낸다.
"이거 입어봐라! 이거 당신한테 딱이다!"
그런데, 그가 골라내는 옷들은 정말 나한테 딱 맞는 것들이다.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색감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정확히 골라낸다. 나는 처음에는 '넝마'에서 옷고르는것 같아 시큰둥하게 쳐다보는데, 일단 그걸 내가 걸치면 내 얼굴이 살아난다. 나한테 잘 어울린다는 말이다. 지금 내 옷장에 P선생이 그런식으로 골라준 옷들이 몇가지가 있다. 대개, 여름에 고른 '겨울옷', 아니면, 겨울에 고른 '여름옷'이다.
내가 현재 입고 있는 니트 블레이저는 한여름만 제외하고 나머지 계절에 입을만한 옷이다. 색상은 봉숭아 물들인것같은 화사한 주홍색. (진한 오렌지색). 이거 얼마 줬더라? 50달러도 안줬을거다. 원래 붙어있던 가격표는, 그 열배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 한 10년전에 출시되어 이리저리 안팔려 돌아다니다가 내 손에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지. 뭐 제법 유명한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내게 이런 따뜻한 옷이 몇가지가 더 있다. P선생이 계절 바뀌고 추워지면 입으라고 '큰인심'쓰고 50달러 선에서 몇가지 사 준 것이다. 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고 정가는 꽤 비싼것들이다. 나는 그저 땡처리-- 막장-- 떨이-- 최종가에서 사는 것일뿐...
내가 기억하기로 이 옷은 워싱턴 외교가의 대사님 사모님들이 꽤나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하하하.
오늘, 날이 쌀쌀해서, 마침내 이 옷을 꺼내 입었다. 나한테 잘 어울린다.
P선생 보시고 흡족해하시라고 한장 올려본다. 나중에 찬홍이한테 풀샷으로 찍어보라고 하던지... (원래 미국여자들도 부러워하는 몸매라서, 옷걸이가 좋으니까 넝마를 걸쳐도 명품이 돼요, 네~ )
아껴 쓰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생각없이 쇼핑몰을 기웃거리는 습관은 중독되는 것 같더라구요.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
답글삭제맞는 말씀이어요.어디보니 패션의 완성은 결국 몸매라고요..
답글삭제저희집 A씨도 옷이나 신발이 헤어지도록 입고 못사게 해서 뭐 하나 사입히기가 힘들어요. 가끔 셔츠같은건 제맘대로 사다 안겨주는데 신발은 그럴수가 없어서...그래도 가족들한테는 인심이 좋아 다행이지요..^^
그나저나 색이 고와요..사주신분이 그래도 안목있으세요..
사람이 명품이면 옷도 명품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인입니다.
답글삭제근데 명품 자켓을 오십불정도 주고 샀다니 재주가 좋네요.
우리 언제 아웃렛에 같이 가요.
여우님 아우라 색깔이군요.
답글삭제남편분 안목도 대단하시구요.
여우님 아우라 색깔이군요.
답글삭제남편분 안목도 대단하시구요.
명품이 그만한 가치를 할 때가 있지. 하지만 가격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 합당하게 비싸면 괜찮은데 사실은 가격 체계가 심하게 왜곡돼있지. 상품의 본질가치를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벗어나 가격이 매겨지지.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시장 만능주의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지.
답글삭제@mark - 2010/09/30 02:16
답글삭제쇼핑은 삶의 즐거움이기도 해요 :)
우울할때 환하게 치장된 백화점 구경하면 기분이 좋아질때도 있어요 마크님~
@사과씨 - 2010/09/30 07:25
답글삭제멋을 너무 부려도 문제인데,
너무 무신경해도 문제더라구요.
그래서 우리집 애들한테는, '옷도 챙겨 입을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을 하지요.
일단 '예의'를 갖출 만큼은 입어줘야~
@claire - 2010/09/30 07:56
답글삭제아웃렛 좋죠~ :)
@이미순 - 2010/09/30 09:04
답글삭제자린고비 P선생이 기분이 아주 좋겠네요. 극찬을 받았으니~~
@King - 2010/09/30 09:24
답글삭제...나 '희생'되고 싶어
나 '희생정신' 아주 강하걸랑
그러니깐, 나두 정품매장에서 명품 한번만 사보자 응?
나도 희생좀 해보자구~~ 하하하
그곳에도
답글삭제NORDSTROM에서 하는 RACK이 있는지요?
미소영과 아내는 그곳 애용자입니다.
미소영은 지난번 $280 티켙가격을 땡처리 $14에 잡아챘지요.
컨츄리스타일 남방입니다.
만드는데만도 몇십불 족히 들것같은 ...[중국이라고해도]
아내는 쓸데없다고 말리는것을 ..
먼저 도망 나오듯 사고,
옷은 차에 숨겨놓고,
밖에서 기다렸지요.
이 크산테페 ...
아직도 소매 안줄여줘서 못입고 있음메...ㅠㅠ
다음에 전리품 사진 올리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