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비가 내렸다.
나는 수업이 있는 날에는 옷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학생들이 몇시간씩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내가 후줄근하고 우울한 표정이면 학생들 역시 유쾌할수가 없을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진 옷 중에서 색깔을 잘 골라서 맞춰서 입고, 구두도 신경써서 맞춰서 신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우울한 날씨였기 때문에, 따뜻한 빨간색 얇은 스웨터를 꺼내입고, 스커트를 입고. (수업 없이 연구실에 나가는 날엔, 그냥, 대충 바지입고, 편한 신발 끌고 -- 전혀 다른 인간) 내가 스커트를 입는날은 그것이 순전히 학생들을 위한 팬써비스 차원이라는 것을 내 학생들은 알까?

그런데, 요새 며칠, 인터넷으로 니만 마커스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며 빨간 핸드백 하나를 고르고 있었다. 그냥. 빨간 가죽 핸드백 하나가 갖고 싶어서. 꽤 비싸지... 그래서 군침만 흘리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빨간 가방 한개를 장만하고 싶어서, 틈틈이.
***
어제 저녁 모임에서는 간단한 성격 검사를 했는데. 몇가지 분류 양식중에서, 나는 내 평소의 소행머리와 관련해서 나의 성향을 짐작할수 있었다. Intellectual 이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올걸 아마도. Sociable 이라던가 Interpersonal 같은 성향은 낮은 점수가 나올걸 아마. 뭐 대략 짐작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사 결과,
역시 내가 예측했던대로 나는 지식을 중시하고 지식에 기반하여 판단하는 intellectual 성향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내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성향도 나왔다. Intellectual 다음으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성향이 Serving 이었다. 막후에서 말없이 일하는 성향. 남한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성향. 오, 내가 이런 면이 있었던걸까? 나는 스스로를 매우 이기적이고 불친절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편인데, 내 성향 점수는 Serving 이 매우 놓다. 어쩌면...나는 봉사정신이 내재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문제를 골똘히 생각해봤다. 나는 나쁜짓을 많이 한 사람이긴 하지만, 어쩌면 나에게는 봉사하려는 성향이 태어날때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으로는 내가 예측한대로 '직선적인 (Direct)' 성향. 의견을 쉽게 굽히지 않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는.
그러니까 나는 나를 지식에 기반하고 직선적인 (한마디로 제 머리만 믿고 잘난척하는) 인간쯤으로 분류하고 있었는데, 대략 나의 추측이 들어 맞았지만, 예상외의 Serving 성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던거다. 뭐 새로운 자아발견이었다.
아, 그런데 내가 참석자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을 먼발치에서 회의 주도자가 관찰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소모임이 끝난후, 나한테 발표를 해보라고. 그래서 대략, 내가 날 잘 몰랐는데, 아마도 어쩌면 나는 내가 모르고 있던 나의 성향을 좀더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되도록 키워보고 싶다는 아주 상투적인 얘기를 하고...(과장해서) 천둥같은 만장하신 신사숙녀 여러분의 박수를 받았다. 흠...그렇군...
***
나는 오늘도 수업마치고, 귀가하여 책상앞에 멀거니 앉아있다가, 니만 마커스에 들어가서 빨간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니만 마커스 가방. 싼것이 오륙백달러, 눈에 띄는 것은 천달러 이천달러...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데, 나 세금 환급받은 걸로 이참에 명품 하나 지르고 신문에 나봐? 선생주제에 주제파악 못하고 수천달러짜리 가방 샀다고 대중의 지탄을 한몸에 받으면서 유명인사로 거듭나봐? 뭐 이런 상상까지~ 명품녀 등극?
온갖 아름다운 상상을 하면서 컴퓨터 모니터의 빨간 가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르..
(내가 집에서 전화 안받는다는것 몰라? 왜 전화야? ---> 무시하고 안받는 나)
다시 10분후 따르르..
(밤새 전화해봐라, 내가 받나...나 전화 안받는 사람인거 아실텐데..--> 역시 무시)
다시 10분후 따르르..
(역시 무시)
30분후 따르르...
(숨이 넘어가나? 왜 저녁내내 전화를 하시나?)
그래서 마침내는 전화를 받았다. (만약에 이글을 읽으시는 독자중에 내 전화번호를 아는 분이 있어서 내게 전화를 걸었을때, 내가 바로 받았다면, 당신은 그날 복권을 사셔도 좋다. 운이 튼 것이다. 하하하. 나는 수업중에도 통화가 불가하고, 내가 책을 보거나, 오피스에서 뭔가 열중해 있거나, 여러가지로 열중해있을때, 그때는 아무리 전화벨이 울려도 받지 않는다. 원래 전화 매너가 낙제점이다. 난 전화에 대한 불치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다. 난 전화가 싫다.... 꼭 필요한 사항 외에는 건드리지도 않는다... 내 오피스 전화도 내가 치워버렸다. 방해받기 싫어서... 내가 전화를 안받는다고 내가 그 사람을 거부하는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전화가 싫은것이다. 마지못해서 받을뿐이다.)
이리저리 한참 객적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그 전화를 건 분이, 우물우물하더니 마침내 다급한 소리로 그러나 발음도 불분명하게 뭔가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부탁 할 것이 있다고. 그래서 말씀하시라고 그랬더니, 여전히 우물우물 자꾸만 우물우물 잘 안들리게 뭐라고 그러시더니, 요지는 급히 돈이 좀 필요하시다는거다. 얼마나 다급하면, 나한테...
그래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알았으니, 내가 내일 아침에 날 밝는대로 은행에 들러서 그 문제부터 처리를 하겠노라고 대꾸했다.
나는, 성장하면서 남의 부탁이나 요구에 거절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혔다. 나는 쌀쌀맞게 거래하고 거절하고 그러는 기술을 익혔다. 그런거 잘 못하면, 사회생활하는거 몇배 힘들어진다. 배우기도 힘들고 실천하기도 힘든데, 지금은 분별하여, 잘 해내고있다. 여성들은 특히 이런 문제를 어려워한다. 나는 여성의 취약점을 잘 알기때문에 이런 약점을 개선하려고 스스로도 무척 노력을 기울였었다. 그런데, 나는 사람이 언제 거절하고 언제 군말없이 응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편이다. 얼마나 암담했으면, 나한테. 그러면 답은 하나밖에 없는거다. 군말 말아야 하는거다.
***
그래서,
결론은 뭐냐하면, 빨간 명품백 하나 장만하려던 것을 깨끗이 포기하고 말았다. 명품백 날라갔다. 하는수 없지.
하늘나라에 있는 잘생긴 우리 오빠한테 한가지만 쭝얼거려보자: 오빠, 나중에 나 빨간 가죽가방 하나만 갖다 줘. 아주 이쁘고 좋은걸루다가. 내 빨간 스웨터에 아주 잘 어울리는 놈으로. 오빠. 알았어?
가방이 날라가긴 한 거군요..빨간 가방 사진 올라오려면 내년 이맘때?
답글삭제탁월한 결정!
답글삭제나도 요즘 빨간 백이 꽂혀서 보았는데 좀 튀는거 아닌가 싶어 참고 있어요.
답글삭제빨간 가방든다고 뭐 특별히 이뻐보일것 같지도 않고 근데 남이 든거 보면 이뻐요.
알라딘 램프가 있으면 한번 쓸어보면 좋겠네.
전 요즘 카메라 산다고 꽂혀있어서 다른게 뵈질 않는 형편이긴 한데.. 빨강색 백 말씀하시니 마음이 '혹'하는데요..^^..단풍색깔 백.. 가을에 이쁠것 같아요..내년엔 어찌...
답글삭제@미소영 - 2010/10/01 05:32
답글삭제미소영님께서 비밀댓글을 남기셨네요.
카메라에 관한한 우리에게 막강한 전문가적 조언을 해주실것 같아요~
페이지 하나 열어볼까요? 미소영 선생님? :)
카메라 산다고 ...
답글삭제지름신이 내렸다면 ...
미소영의 조언을 듣고 사도 늦지 않으리...
지난 화요일 집 이사후 처음으로 산행을 다녀와서 무척 피곤해서...
답글삭제이제야 보게되는군요.
왜 비밀글이 되었을꼬???
****
사실 이번 등산에는 새로 구입한 $299짜리 지상최고의 사진 퀄리티를 보여주는 카메라 테스트 기회도 있었습니다.
카메라 이름은 SIGMA DP1S
어제 세일 끝났습니다. ㅠㅠ
지금은 $450정도 ..[아마존에서]
진짜로 사진 퀄리티는 최고였습니다.
다른 문제는 있으나
그냥 애교로 넘겨줄 만합니다.
***
참고로 샘플사진은
http://www.flickr.com/photos/misoyoung/5039327881/sizes/o/
http://www.flickr.com/photos/misoyoung/5037321707/sizes/o/
http://www.flickr.com/photos/misoyoung/5036731563/sizes/l/
http://www.flickr.com/photos/misoyoung/5036476373/sizes/o/
http://www.flickr.com/photos/misoyoung/5029994645/sizes/o/in/photostream/
http://www.flickr.com/photos/misoyoung/5029960017/sizes/o/
http://www.flickr.com/photos/misoyoung/5022640555/sizes/o/
***
우선 이 정도면 될까요?
즐겁게 감상하세요.
조언하기 전에 어떤 용도인가가 ?
등등.. 알아야할 사항이 많습니다.
참고로 전 낮은데로 임하는 털털이 입니다. ^*^
오늘이 30일이면 어쩌면 아직 할지도 모릅니다.
답글삭제아마존 들어가보고 있으면 묻지마로 구입해도 될 것입니다.
***
어제 미소영누님꺼 하나 오더했는데.
배송기간이 한달에서 두달 흐매~
그래도 싼 맛에 최고의 사진 퀄리티 기다린다해서 오더해주었습니다.
당장 필요하고 299나 450이나 상관없다면 천천히 미소영과 이야기하고 오더해도 늦지 않으리...^*^
@미소영 - 2010/10/01 06:00
답글삭제그렇지 않아도, 큰놈한테 소형디카를 하나 사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 '묻지마'로 오더해도 좋다고 하셔서 일단 299있길래 오더했는데요 (오기전에 취소해도 그만이니까).
그런데 씨그마가 카메라 잘 만드는 회사인가요? 저는 여태 캐논 카메라를 사용해왔고, 니콘이나 올림푸스, 라이카 뭐 이런것은 이름 들어 아는데 씨그마는 처음듣는거라서요. (일단 '묻지마'로 오더때린 RedFox)
@미소영 - 2010/10/01 10:51
답글삭제아, 이것이 요즘 회자되는 mirrorless 카메라..그거군요. 그렇지 않아도 관심있게 리뷰하던 항목이었는데요.
한달 후에 배송된다는 메시지 받았습니다. 뭐, 급할거 없으니까.
이거 오면 올림푸스 작은놈은 큰 아들놈한테 넘기고...
그거 배송기간이 한두달이라는 것 아시지요?
답글삭제***
사진 퀄리티는 끝내줍니다. 정말입니다.
스토리를 이야기하면 긴데...
코닥크롬이라고 알지요?
지금은 이 필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왜 최고의 필름소리를 들었느냐하면 ...
이 필름은 3번 현상합니다.
즉 3층 구조로 각각 색상마다 따로 현상하기에 최고의 색재현이 가능한것이지요.
같은 이유로 SIGMA의 FOVEON SENSOR가 디카중 유일하게 3층구조로 각 색상을 담습니다.
자세한 것은 SIGMA SITE에 가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http://www.sigmaphoto.com/shop/dp1s-compact-digital-camera-sigma
***
그렇고
자 이제는 단점! ㅎㅎㅎ
1. 사진기 프로세싱이 늦다.
한 장 담고 기다려야합니다 ㅎㅎㅎ
2. 바테리 소모가 빠르다
적어도 4GB MEMORY에
바테리 3개정도 권할 정도임.
다행이 바테리 가격이 저렴한 편임.
3. 줌렌즈가 아니라 단렌즈이다.
열심히 발줌을 해야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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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묻지마를 신봉하여 오더를 날린 그대에게 무한한 축복이 아름답고 최고 품질의 사진으로 내릴 것입니다. ^*^
축하합니다.
사용법도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배달될 정도면 ..
미소영이 질문을 시원하게 대답해 줄 정도가 되지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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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 카메라... 약소하지만 동영상도 됩니다.. ^*^
아닙니다.
답글삭제MIRRORLESS는 렌즈교환되는 것을 보통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미러도 없고 뷰파인더도 없고 뷰스크린만 있는 것입니다.
참 오늘 아침 마스터한 기능하나
디지탈 줌을 이요하여 수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데 익숙해지니 참 기특하더군요.[LEICA D-LUX4보다 파워풀하고 실용적임]
그리고 어제 마스터한 기특한 기능 하나 더
와이드버튼과 텔레버튼에 기능을 부여
와이드버튼 : 측광옵션버튼으로
텔레버튼 : 초점 세그먼트 선정 버튼으로 사용[초점 9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