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옛날에, 우리 엄마가 내 나이쯤이었을때, 엄마는 자꾸만 목이 가렵다고 하셨다.
"아유 목이 가려워. 나는 금 목걸이가 없어서 목이 가려운가봐..."
엄마는 목과 빗장뼈 사이의 움푹 파인 곳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자꾸만 목이 가렵다고 하셨는데, 하필 목이 가려운 이유를 보석 목걸이가 없어서 그렇다는 희안한 논리로 발전 시켰다.
그러면, 유신시대의 근검절약 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가장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그따위 보석 목걸이를 탐하는 것은 골빈당들이나 하는 짓이며, 버러지만도 못한 태도라는 식으로 무시하고 지나가곤 했다. 엄마는 중년이 다 지나도록,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킬때까지 변변한 보석 반지나 보석 목걸이가 없었다. 엄마도 다이아몬드 반지를 하나 결국 얻어 가지셨는데, 그것은 우리 사남매를 모두 결혼 시키고 난 후에, "평생 애 썼다"며 아버지가 사 준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 엄마에게 제대로 된 변변한 '보석 목걸이'를 생애 최초로 사 드린 사람은 우리 오빠였다. 오빠가 대학생이 되더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아르바이트 해서 첫 수입이 발생했을때, 그 돈으로 엄마에게 자수정 목걸이를 하다 사다 드렸다. 대학생이 살수 있는 자수정 목걸이가 얼마나 비싼것이었을까마는, 아무튼 그래도 그것이 엄마 생애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목걸이였을것이다. 그리고 우리 오빠는 아버지한테 천둥같은 꾸중을 들었던바, "누가 너보고 아르바이트 하랬냐. 사내자식이 꿈이 커야지. 그까짓 몇 푼 번다고 시간을 허비를 하고 다니느냐. 그 시간에 좀더 원대한 꿈을 꿨어야지. 그 까짓 목걸이 산다고 그 아까운 시간에 ...." 아무튼, 우리 아버지가 세계 챔피언급 자린고비였으나, 그러나 '돈' 알기도 우습게 알았던 독특한 위인이었던것을 사실이다. 아버지는 돈을 무척 아끼고 귀하게 생각한 분이었지만, 사람이 돈에 휘둘리거나 몇푼 안되는 것에 정신이 나가서 본질적인것을 잃는 것을 경계하셨다. (아버지가 뭐라거나 말거나, 나는 대학 4년 내내 알바하고 돈 벌러다니고 그랬다. 돈 달래기 치사해서. 하하하.)
2004년 여름, 플로리다에서 석사공부를 마칠 무렵 여름에 나는 목이 몹시 가려워서 피가 나도록 박박 긁어대곤 했다. 목과 빗장뼈가 만나는 중앙의 움푹 파인 부분, 그 부근이 미치게 가려웠다. 내가 보기에 스트레스성 같았다. 나름 힘든 공부를 꾸역꾸역 하느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그런 식으로 돋아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2년 가까이 내 목이 늘 붉게 긁힌 상처가 지속 되었는데 2006년에 한국에 갔을때, 약사가 보더니 '햇빛 알러지'라면서 연고를 바르라고 했다. 크림 연고를 바르니 가려움증이 완화가 되었다. 햇빛 알러지가 왜 갑자기 발생하는가...결국 햇빛과 스트레스가 결합을 해서 생긴 일이겠지.
플로리다를 떠나 버지니아에서 삼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목의 알러지를 잊고 살았다. 여기는 플로리다가 아니니까... 나는 안도했다. 그런데, 보름쯤 전에, 따가운 햇살아래를 한시간쯤 산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다시 목이 가렵더니 벌겋게 달아오른다. 오이 맛사지도 해보고, 감자 맛사지도 해보고, 냉 찜질도 해보고, 여러가지 방법을 써 봤으나, 문제의 부위가 습진처럼 번지려고 한다. (한국에서 몇년 전에 사온 햇빛 알러지 약이 약통에 남아 있을턱이 없지...몇 년 안 썼으니, 어디 처박혔는지도 모를일.) 혹시나 싶어서 한국 마켓의 김**알로에 화장품 판매원이 그냥 써보라며 주었던 알로에 크림 샘플을 발라봤는데 소용이 없었다.
고생 할 만큼 하다가, 이틀전에 그로서리 약 진열대에 가서 이 크림을 하나 골랐다. 5달러쯤 하던가. 껍데기를 보니 sun-burn 도 해당이 되길래, 이것좀 바르면 나으려나 싶어서 하나 샀다. 바르고 이틀 지나니 가려움증이 물러나고 그대로 곱게 아무는 성 싶다. 고마운 크림이다.
엄마가 목이 가려웠던 이유는, 아마도 햇빛 알러지와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목에도 햇볕 알러지가 있는가. 처음 들었네.
답글삭제@King - 2010/09/27 08:59
답글삭제목 피부가 얼굴보다도 더 연약하지 아마. 게다가 얼굴만큼 보호를 받지 못 할경우,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될수 있으니까.
목 가운데 파인곳은 셔츠를 입어도 노출이 되는 수가 있어서, 실제로 다른 부위보다 햇볕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지.
난 이게 심리적인 현상이기도해서, 신경쓰이는 일이 일어나거나 뭔가 스트레스 받으면 목이 미치게 가렵기도 해. 아토피라는 사람도 있고 알러지라는 사람도 있는데 - 내가 해석하기엔 그냥 스트레스성.
피부가 건조하면 햇빛 앨러지 증상이 더 심해진대요.. 아비노 크림은 좋은 선택이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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