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4일 토요일

봉숭아 꽃물

 

 

어젯밤에 봉숭아 꽃을  소금과 짓찧어서 감고 잤는데, 아침에 예상보다 진하게 물이 들었다.

열 손가락 가득.

그리고, 오늘 아침에 워싱턴 디씨의 국립미술관을 돌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서 지하 카페에 들렀는데

관광객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옆 테이블에 있다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나와 내 친구에게 다가왔다.

마침 그이는 자신이 사진가이고 내 카메라를 잘 안다며 흔쾌히 우리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일행중에 남자가 내 손을 가리키며 '손 끝이 왜 빨간가?' 관심을 표했고

그래서 나는 이것이 자연 꽃물이라고, 손톱이 다 자라도록 지워지지 않는다고 설명을 해줬다.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인 이 사람들은 신기한듯이 이 꽃물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내가 물들이는 방법을 한마디로 설명해주고

부가적으로 "그런데, 첫눈이 올때까지 손톱끝에 이 꽃물이 남아있으면, 사랑이 찾아온대" 했더니 경이적인 표정으로 들여다본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꽃을 구할수만 있다면 자신들도 물들여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특히, 일행중에 열살쯤 되는 소녀가 있었는데, 그 금발 소녀는 특히나 부러운 표정으로 "손가락 정말 이쁘다, Your finger nails are really cute" 하고 탄성.  아, 정말 내게 꽃 한줌이 그자리에 있었다면, 그 금발머리 소녀에게 꽃물을 들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본것인데,

내년에 화분에 봉숭아를 잔뜩 키워서

내 손을 곱게 물을 들인후에

길거리에 서서

 "내추럴 네일 아트! 천연 손톱 칼라링!  열손가락 20달러!"

 

뭐...이거 장사하면 한 이백불 하루에 벌수 있지 않을까?  :)  헤헤헤.

이거 좋은 장사 아이템이야...

 

게다가 나는 아이들 손을 봉숭아로 묶어주면서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지어내어 들려주는거야.

원래 나는 허황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선수이니까.

하하하.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여성들, 심지어 남자들도 내게 손을 맡길걸 아마.

오가닉, 건강, 천연 손톱 물들이기.

(아 나 이거 특허내고 내년에 장사 시작할까보다.)

 

 

댓글 8개:

  1. ㅎㅎㅎ

    그럴려면 내공을 많이 닦아야할 듯...

    손가락전체가 물들었으니 ...ㅠㅠ

    손톱만 물들이는 내공을 [미소영 누님들의 내공이 필요할 듯합니다..^*^]

    ***



    아! 그리고 $20 너무 쎄다고 생각 ㅠ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더 저렴하게 실비로... ㅎㅎㅎ



    ****

    미소영의 취미가 사진인데...

    RED-FOX님 카메라가 무엇인지 알고 싶군요.



    미소영은 canon rebel xti with canon ef16-35mm f2.8 L usm,

    olympus E-1[이원이]과 E-3[이슬이]with olympus zuiko 12-60mm f2.8-4.0 swd and 8mm f3.5 fish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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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거 장사 하시면 소율이랑 한번 찾아 뵈어야 할 것 같아요 :)

    열 손가락에 20불이면 손톱 하나 당 2불인가요? 네 손가락이면 될 것 같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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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소영 - 2010/09/05 22:17
    저도 손 살에 번지지 않게 하는 방법 두가지를 알고 있습니다.

    (1) 밀가루 반죽을 하여 손톱 주변을 감싸준후 손톱에만 봉숭아를 올려서 감싸 주면 됩니다.



    (2) 투명한 매니큐어를 손톱 주변 살에 발라주면 역시 꽃물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피부에 좋지 않을 것입니다.)



    위의 밀가루 반죽이 피부에도 좋으므로 추천할만 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너무나 말끔하게 손톱에만 물을 들이면

    오히려 그 너무나 말끔한 속성때문에, 전통적인 봉숭아꽃물의 느낌이 반감 됩니다. 손가락 살에 붉은물이 드는것이 지저분헤 보일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아주 자연스럽고 토속적인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약에, 제 손살에 붉은 물이 들지 않았다면

    이런 꽃물은 이방인들 눈에 띄지도 않을겁니다.

    그냥 매니큐어 칠했다고 상상할것입니다.

    그런데, 손톱과 피부에 물이 들었다가

    피부의 물은 빠지고 손톱의 물은 오래 지속된다는 그 현상이 오히려 이방인들 눈에 신비롭게 다가갑니다.



    중동지방의 여인들도 손바닥이나 손등 전체에 붉은 물감으로 치장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얼룩진 붉은 꽃물이 더욱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편입니다. :)



    제가 조사한 바로는, 요즘 한국에서는 미용재료 파는 곳에서 화학적 봉숭아꽃물 재료를 판다고 합니다. 그건 봉숭아꽃물 색은 나지만 꽃물은 아니지요 :-)



    하하. 헐리우드 스타들한테 접근해서 그냥 한번에 수백불을 부르면 장사가 더 잘될지도 몰라요. 문신 좋아하는 안젤리나 졸리나 뭐 그런 사람들 값 비싸게 부를수록 더욱 선호하겠지요.



    우리나라의 봉숭아 꽃물, 이거 내가 자연사박물관에 제안해가지고 한국관에서 기획행사 한번 추진해볼까...(내년에...) ---> 자못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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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emptyroom - 2010/09/06 05:11
    소율양과 그 모친이 꽃물 들이러 오신다면

    제가 '무료'로 해드리지요. :)



    제가 왜 큰돈 못 벌고 짤짤매며 사느냐 하면

    돈 벌이가 널렸어도, 돈에 흥미가 별로 없어서요...

    돈은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되고,

    저는 노는게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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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미소영 - 2010/09/05 22:17
    미소영님 제 카메라는 cannon dsrl eos 이고 렌즈는 efs17-55 뭐 이런겁니다. 저는 동생이 챙겨서 골라서 보내주면 그냥 받아서 씁니다. (잘 모른다는 뜻이지요.)



    산책 나갈땐 올림푸스 소형 디카 갖고 다니고요.



    사진을 따로 좀 배우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어 기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사진에 재미 들이면 카메라를 갈고 싶어지겠지요 아마. 그때는...오빠한테 사달라고 해야지. (민폐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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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FS: S가 들어간 것을 보니 저와 같이 크롭바디[crop body] 같습니다.



    EOS다음에 모델이름이 있는데...



    예: 400d, 450d (미국외 모델)

    rebel xt, rebel xti (미국 모델)

    ****

    400d= rebel xt, 450d= rebel x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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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음.. 내년 봄엔 어찌 씨를 구해서 봉숭아를 심어봐야 겠어요.. 딸래미랑 열손가락 다 물 들여보게요.. 습진이 안생긴다던데요.. 봉숭아물을 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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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사과씨 - 2010/09/07 00:28
    딸이 있다면,

    엄마와 딸이 나란히 물을 들이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다면

    참 달콤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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