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7일 목요일

스승과 조지타운 산책

내게는 '또다른 어머니'같은 분이 한분 계시는데,  내가 석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을때 내게 박사과정에 입문하라고 코치 해주신 분이다.  이분은 기꺼이 나의 지도교수가 되어 주셨다.  컨벤션에 나가서 발표를 해보라고 권유하여 첫 발표를 하게 된 것도 이분 덕분이었고, 여러모로 내 길잡이를 해 주셨다.  이분은 내가 학위를 마치기 전에 정년퇴직을 하셨기 때문에 최종적인 지도교수는 되어주지 못했는데, 그것을 두고두고 '분해' 하셨다.  다 키워놓은 제자를 다른 교수한테 넘겨야 했으니까...

 

물론 나는 인정머리 없고 잔정이 없는 무뚝뚝하고 실무적인 사람이므로,  학교를 떠난후 별로 연락을 취한바 없다.  내 힘으로 취직을 했고, 내 힘으로 먹고 살고 있다.  교수에게 추천서 부탁을 한 바 없고 그냥 내 힘으로 문제해결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분은 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를 잊은것은 아니다. 단지 살가운 인사를 생략했을뿐.) 

 

그는 워싱턴에 올 기회가 생기자 일단 달포전부터 "난 네집에 머무를거야"하고 선전포고부터 하셨다. 그래야 내가 얼굴을 보여줄테니까...  내가 꼭꼭 숨어서 내 취미생활에 몰두해있을것을 그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리라.

 

은사께서는 내가 차려주는 한국식 저녁밥상이나, 내가 대충 만들어주는 프렌치토스트나, 내가 대충 끓여 내주는 잔치국수나 이런 것들을 군소리 없이 잘 받아 잡수신다. 마치 딸네집에 온 어머니처럼 잘도 맛있다고 잡수신다.

 

은사를 모시고 가까운 조지타운에 나갔는데, 역시 몇해전보다 거동이 느려지셨다. 노인이시지. 정신은 청춘이지만 신체는 세월만큼 낡아진다. 

 

 

 

 

 

 

 

 

 

나로서도 조지 타운은 대략 다섯달만에 산책을 나온것 같다. 다섯달. 다섯달 사이에 나의 우주는 전혀 다른 궤도로 진입한 것 같았지... 나는 다른 별에 서있는것처럼 세상이 낯설어진것이지.  하지만 나의 은사는 여전하시고...  나에게도 기쁜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redfox  december 17 2009

댓글 2개:

  1. ㅎㅎ 귀여운 스승님.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스승은 있을 거에요.

    나도..

    뵙고 싶은 분 두어분 쯤.

    부끄러워서 그 앞에 감히 갈 수 없는 그런 분들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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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로 - 2009/12/18 09:33
    근데요, 제가 선생질을 하니까...조금 세상이 보이는데...학생은 그놈이 공부를 잘했건 못했건, 잘 나가건 못나가건 상관없이 방긋 웃으며 와서 꾸벅 인사라도 해주면 그냥 그냥 좋더라구요... 제게 그렇게 이쁜 학생이 몇 놈 있는데, 그게 인격이더라구요.







    (전 인격 파탄이라 전혀 그렇게 못하고 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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