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상담소: 우울한 현대인을 위한 철학자들의 카운슬링
루 메리노프 지음, 김익희 옮김
이따금 나는, 책이 다리가 달려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상상을 하기도 한다. 집의 이곳저곳에 책이 널려있고, 두서가 없이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리라. 아무튼 2006년에 한국에 번역 소개된 번역서가 내 집에 있다는 말은, 이 책이 한국에서 흘러들어왔다는 뜻일것이다. 언제, 누가 이 책을 가져다 놓은 것일까.
미국에 철학 상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온갖 상담사들이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그 많은 상담의 종류중에 '철학 상담' 혹은 '철학 치료'가 있을수도 있겠다. 이것이 철학책이기는 한걸까? 철학의 탈을 쓴 Self Help 책 같기도 하고. 이 책이 서양사람들을 관심을 끄는 이유는 - 동양철학적인 '공자 빼갈먹는' 소리가 가끔 등장하니까.
주로 싸르트르의 실존철학과, 불교식 인생론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대목에서, 이 책을 덮어버릴까 말까 망설였지만, 끝까지 읽은 이유는 (1) 일단 시작했으니 대강이라도 끝까지 봐주는게 좋을것 같아서 (2) 심심해서 (3) 해골복잡해서.
도움은 되었나? (1) 일단 끝장을 낸다는 내 평소 '철학'에 부합되는 행동으로 결판을 냈고 (2) 덜 심심했고 (3) 대략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으므로, 내게 하루치의 유익을 선사했다고 할만하다.
철학상담이라는 모르던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된것도 재미있고,
현상을 볼때 "상처와 모욕" - 이렇게 두가지로 분류하는 방법이 꽤나 재미있었다. 이거군. 무슨 말씀인가하면,
(1) 누군가가 전혀 의도하지 않고 내 발을 밟아서 내 발뼈가 부러졌다면, 그 사람은 사과를 할것이고, 나는 그 사과를 받아주겠지만 내 발뼈가 부러진 사실은 어쩔수가 없다. 이것은 명백한 '상처'이다. 그가 의도하고 그랬건 의도하지 않고 그랬건 상관없이 내 발뼈는 부러진것이다.
(2) 누군가가 내게 "야, 이 돼지같은 년아"라고 욕지거리를 퍼붓는것은 '모욕'행위이다. 그 말때문에 내가 자살을 할수도 있고, 그 말을 한 사람을 내가 죽일수도 있고, 혹은 내가 싹 무시하거나, 심지어 그에게 빙긋 웃어줄수도 있다. 혹은 독한 맘 먹고 살을 뺄지도 모른다. '모욕'이 내 발뼈를 부러뜨리지는 않는다. 내가 그 말을 듣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칠수도 있는 것이다. 모욕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내게 부정적/긍정적 영향을 끼칠수도 있고 전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수도 있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을 해석하거나 이에 반응할때, 이 상황이 '어쩔수 없는' 상황인것인지, 아니면 나의 '반응'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전개될만한 것인지 판단해야 하고, 판단을 할때는 공히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 (수긍).
내가 지금 마음이 무겁거나 혹은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인상을 쓰고 앉아있다면, 나는 내 삶을 객관화해보고나서 그것이 약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나의 창조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고, 행동화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책장을 덮었다.
2009년 12월 21일 (월) 맑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