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Forms Most Beautiful: The New Science of Evo Devo
Sean B. Carroll
일년전인가, 이 책을 들여다보다가 다른 책에 정신이 팔려서 그냥 잊고 말았었다. 밤에 잠이 깨면 그 다음부터는 잠을 잘 못자는데, 그래서, 단테의 신곡을 아침까지 읽었다. 프란체스카 장을 읽으면 한편 달콤하고 한편 슬프다. 단테가 자신을 여섯번째 시성으로 꼽은 것을 보고 혼자 하하 웃기도 했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아무 이유없이 이 책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들이 생생하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참 잘 씌어진 책이란 말이지.
나는 거의 반년가까이 '미술'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미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남이 그려놓은 작품들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런데, 그러다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이 책에서 어쩌면 동일한 '대상'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내는 것을 발견한다. 화가들은 '사물'을 색과 형태로 파악을 하여 이를 화폭에 옮겨 담으려 애쓴다. 자연과학자들은 '사물'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설명하려 한다. 이들의 행동 방식은 다르지만, 사물에 대한 '관심'에 있어서는 동일한 가치를 띈다고 할만하다.
단테의 신곡도 집어 들었으니 마저 읽어야 하고, Evo Devo도 마저 읽고 싶고. 잘 씌어진 책을 발견하여 잠시 '나를 잊고' 책에 몰입할때, 그 때 나는 살아있다는 고통에서 잠시 벗어난다. 나에게도 기쁜 날이 올 것이다. 내 집에 손님이 찾아오듯 내 마음에도 기쁜 손님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건...나에게도 기쁜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이러한 것이다:
The first shots in the Evo Devo revolution revealed that despite their great differences in appearance and physiology, all complex animals - flies and flycatchers, dinosaurs and trilobites, butterflies and zebras and humans - share a common "tool kit' of "master" genes that govern the formation and patterning of their bodies and body parts.
진화발생학 (evo devo)의 첫 일성은, 외관상으로나 기질상으로나 많은 차이를 보이는 생물들이, 가령 파리와 파리잡이, 공룡과 삼엽충, 나비와 얼룩말과 인간등 이러한 동물들이 이들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몸을 구성하는 양상과 패턴을 총괄하는 대표 유전자의 도구상자를 공유 한다는 것이었다. (대충 번역)
무슨 말씀인가하면, 생명체들은 생김새나 특성이 제각기 다르다고 할지라도 이들의 생명을 이루는 최소 단위의 '무엇'은 보편성을 띈다는 것이다 (나의 해석). 그 '무엇'을 원문에서는 tool kit of master genes 라고 명시했다. 그러니까, 파리와 나는 동질적인 무엇이다. 구더기와 나도 동질적인 무엇이다. 지금은 죽고 없는 나폴레옹과 여기 살아있는 나 역시 동질적인 무엇이다. 우리는 공유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동질적인 그 무엇이 어떤 양상으로 조합되거나 발전되는가에 따라서 그것이 파리로 성장하기도 하고, 아인슈타인으로 성장하기도 하고, 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 이것은 인문쟁이가 자연과학을 오독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마나 환상적인 이론이란 말인가... )
외국어로 된 책 뚝딱뚝딱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답글삭제하기사 나는 국문으로 된 책도 느려터지게 읽긴 하지만.
요즘은 한문 배우고 싶군요. 얼마나 호기심이 오래갈 지 모르겠지만..
@나로 - 2009/12/18 09:31
답글삭제예...제가 영문책을 대충이라도 읽을수 있는것이 참 다행스러워요. 한국어책 읽을수 있는것도 좋고요. 책을 읽지 못하면 인생이 무척 심심하겠지요 아마도.
저도 내년 봄학기부터는, 중국어를 배워볼까해요. 제 학생중에 중국인 학생이 있는데, 중국에서 선생님 하던 사람이라 성품도 좋고 잘 가르치고, 그래서 그 학생이 방학 마치고 중국에서 돌아오면 중국어 개인지도를 받기로 했지요. (근데, 중국어는 암만 들어봐도 영 폼이 안나더라...헤헤헤...꽝뚱짱~왕왕~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