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휴가중, 쉬고 있는 남편이 한참동안 전화로 누군가와 옥신각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식구들 특징이 '용건만 간단히'라서 전화통을 오래 붙잡고 있는 일이 별로 없고,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서 사연이 늘어지면 이를 매우 피곤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전화를 회피하게 되고 만다. 그런데, 내가 내방에서 가만히 듣고 있자니 뭐 한 30분 가까이 뭔가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다. (회사일인가?) 신경끄고 있으려고 해도, 신경이 자꾸 쓰이고 내 일에 방해를 받으니까... 짜증이 나서 그의 방으로 건너갔다. (웬만하면 전화좀 대충 끊으면 안될까?)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양상이 희안하다. 저쪽이 뭔가 자꾸 요구하는데, 남편은 "네 번호를 대주면 내가 다시 연락해주마. 내가 확인해보고 연락주마" 이렇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은 당장 무슨 정보를 달라는 식이다. (시방 뭐 하는가?)
내가 보고 있다가, 전화 수화기를 달라고 했다.
이제부터, 아주 거친 목소리로, 거친 영어로 "야 너 소속 어디이고 이름 뭐고 전화번호 뭐야? 내가 지금부터 받아 적을테니까 소속, 이름, 전화번호 불러. 내가 10분 내로 너한테 다시 연락할테니까."
저쪽에서는, 갑자기 웬 여자가 아주 거칠게 나오니까, 약간 침묵, 그러더니 다시 내게 묻는다. "당신 누군데?"
"내가 지금 니가 통화하던 사람 부인이다. 내가 듣자하니까 너 되게 이상해. 너를 신뢰할수가 없어. 너 뭔데, 소속도, 연락처도 안 밝히고 전화로 늘어져? 너 누구야? 니가 고객 서비스 센터 사람이라는걸 증명해봐. 너 이름하고 전화번호 안 밝히면 나도 너 못믿어."
저쪽에서 뭐 상급자를 바꿔주겠다고 그러길래
"시끄러. 나 지금 피곤해. 너 전화 또 걸면 경찰에 신고할거야. 너 또 전화하면 나 레코딩 들어가. 알아서 해 XX야." 이러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다시 안왔다.
우리는 두사람 모두 현대자동차를 갖고 있는데, 저쪽이 현대 자동차 소비자 센터라면서 뭐 워런티 기한이 오늘이 끝인데, 오늘 50달러를 내지 않으면 워런티가 사라지니까 지금 당장 돈을 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럴리가 있나. 새차 산지가 얼마라고 워런티가 만료된다는 말인가. 그리고 사전 통보도 없이 당장 돈 내라니 이상하지. 저쪽에선 시각이 급하다고 빨리 자동차 등록번호와 카드 번호 불러달라고 성화이고, 이쪽에서는 영문을 알수 없으니까 조목 조목 묻고, 그러느라 옥신각신이 이어졌던 모양이었다. 그걸 내가 가서 그냥 과감하게 욕을 해주고 전화를 끊어 버린 것이지.... (나 성격 무척 급하고, 게다가 사납기도 한데다, 욕은 또 확실히 해주는 편이라서...)
남편이 현대 자동차 딜러한테 전화를 걸어서 사실확인을 했는데, 담당자왈, 요즘 회사 사칭해서 돈 뜯어내는 전화가 심심치않게 가서 소비자들이 항의전화를 자주 하는통에 괴롭다고. 절대 그런 전화오면 대꾸하지 마시라고.
나같으면 이런 전화는 아예 대꾸도 않고 끊어버리는데, 남편은 예의바르고 차분하고,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편이라 모질게 전화 끊고 그러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괜히 시간만 날렸지. 아무튼, 미국에서 무슨 소비자 센터라든지 뭐 보험회사라든지 그런 사람들하고 전화 할때, 내가 이것저것 겪어봐서 아는데, 이것이 무슨 돈이 걸린 문제라거나 법적인 사항이 걸린 문제일때, 이들의 전화 통화에 어떤 방식이 있다.
1. 저쪽이 대개는, 통화자의 보호를 위해서 현재 전화가 녹음된다는 것을 알려드린다. 우리 통화내용은 녹음되고 있다며 양해를 구한다.
2. 저쪽이, 혹시 영어가 불편하면 한국어 통역서비스를 이용하겠는가 묻는다. 언어로 인한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장치이다. (나 영어 못해, 한국어 통역 불러! 이러고 요구할수도 있다.)
3. 자신의 소속이나 이름을 정확히 밝힌다.
4. 이쪽에서 연락처 물어보면 두말않고 전화번호 밝힌다.
5. 전화 끊었다가 다시 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그러시라고 한다. 질질 전화 끌지 않는다.
만약에 이런 패턴을 유지하지 않고, 숨넘어가게 지금 당장 돈 안내면 뭐가 무효가 되니 서두르라는 소리를 하면 이건 분명 사기이다. 이럴땐 뭐...영어 못알아듣는척 딴소리 하다가 끊어도 되고... 뭐 한국말로 뭐라뭐라 하고 끊어줘도 되고, 나처럼 성격 거친 사람은 이 기회에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도 한다.
내가 이 사건을 놓고 곰곰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미국놈들이 이런 보이스 피싱 사기를 치러 들때, 영어 못하는 사람은 일단 안전하다 (말을 못알아들으니까) 하하하.
그러나, (여기서 반전), 만약에 이민자가 (예를 들어서 한국인 이민자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 이런 전화가 온다. 미국놈이 뭐라뭐라 하는데 못알아듣는다. 미국놈이 한국인 직원을 바꿔주겠다고 한 후에 한국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나와서 보이스 피싱 사기 행각을 진행한다. 이 경우 ...영어 못해서 쫄아있던 한국인 이민자는 '한국인'이 나와 준것이 기쁘고 고마워서 한국인 사기꾼이 시키는대로 족족 정보 주고 사기를 당할수도 있다. 그러니깐, 영어가 잘 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일단 사기꾼한테 걸리면 사기 당할 가능성은 열려있는 편이다. 그러므로, 위에 연두색 네모안에 들어있는 사항을 참고하시고, 일단 이놈이 사기꾼같다 싶으면, 경찰한테 연락하겠다고 말한후 전화를 끊으면, 아마 전화 안올것이다. 특히 마음착하신분들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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