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워싱턴 디씨 2009년 12월 13일 비오는 저녁

 

 

 

어제(토)는 윌리엄스버그에 다녀와야 했고 (왕복 6시간),  저녁에는 형식적인 만찬에 가서 대략 세시간동안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방긋방긋 웃는 표정을 연출해야 했고 (그래서 무척 피곤).  오늘 오전에는 공항에 나갔다 와야했고,  그래서 또 피로가 누적되었는데,  그대로 오늘을 보내버리면, 내가 살은것 같지가 않아서, 피곤하지만 디씨 시내에 나갔다 왔지요.

 

 * 국립 문서 기록 보관소 ,National Archive

 *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두군데 대충 둘러보고 부슬부슬 비내리는 거리를 달려, 물이 불어난 포토맥강변을 내다보며 집으로 왔습니다.  National Archive 는 평소에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서 들어갈 엄두는 못내고 있었는데, 오늘은 비오는 12월 오후라 줄 설 필요도 없이 한가롭게 들어가 구경할수 있어서 좋았고요... 국립 미술관에서는 그냥 미국미술 파트만 조금 보다가 나와야 했지요.  오후 다섯시면 문을 닫으니까.  그래도, 나갔다 오길 잘했어요.

 

National Archive 맞은편은 조각공원, 조각공원 옆은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  지금 사진 왼편에 보이는 것이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이고, 거기서 더 가면 스미소니안 미국사 박물관이 있고요.  사실은 그쪽, 뿌연 안개 너머에 워싱턴 기념비 (Washington Monument)가 서 있지요. 

 

자연사 박물관 앞을 지나칠때면, 거기 있는 전시물들이 머릿속에 환하게 그려지지요.  자연사박물관, 참 좋아해요.  (미술관이 아니므로 소개할 일은 없겠지만요...)  자연이, 지구의 역사가 가장 근사한 예술작품이니까.

 

 

 

국립 미술관 서쪽 입구에서 바라본 국립 문서 기록 보관소 (National Archive).

 

** 앗참,  제가 오늘 국립 미술관에 가서, 미국 근대미술 코너를 살폈는데요,  지난 몇주동안 애시캔/8인회 작가들에 대한 글을 많이 정리했쟎아요.  오늘 가서 제가 사진을 올리고 소개를 한 작품들을 다시 보니까, 그림들이 아주 생생하게 말을 거는것 같았어요.  그림들이 살아서 다가오는것 같았다구요.  붓터치도 생생하게 느껴지고요.

 

그러니까 프로세스를 정리를 해보면

 

(1) 나는 미술관을 어정거리면서 이작품은 맘에 들고, 이작품은 유명하지만 맘에 안들고, 어쩌고 혼자 생각을 한다

(2) 나는 사진을 찍는다

(3) 나는 집에와서 사진들을 휙 보고 그냥 며칠 지난다

(4) 얼마후 나는 슬슬 미술책들을 보면서 자료를 정리를 한다

(5) 얼마후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면서, 그림 사이즈도 조정하고, 제목도 다시 정리해놓고

(6) 사진과 자료를 보면서, 글을 쓴다.

(7) 그렇게 몇편의 글을 쓴다

(8) 어느날 시간을 내어 다시 미술관에 가서 내가 공부하고 사색하고 글을 썼던 그 그림들을 다시본다

(9) 갑자기 그림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저벅저벅 걸어서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뭐 대충 이런 흐름이었다는 것이지요.  뭐 이런 작업은 '시간'이 꽤나 드는 것이긴 한데요...그래도 이런식으로 대상에 다가간다는 것이 참, 좋아요.  새로운 경험이라 그런것도 같고.  그냥, 아마도 제가 그림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친구들이 말없이 나를 반겨주는데, 수다스럽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기 때문일걸요.  그림은 수다스럽지 않아서, 나를 성가시게 하지 않아서, 그래서 좋아요.  내가 다가가면 반갑게 맞아주고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그림 = 조용한 이야기꾼.  그래서 그림이 좋아요. (아마 그래서 좋아하는것 같아요.) 말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 늘 한결같은.  늘 한결같은. 

 

존 키이츠 (John Keats)가 탄식하듯 노래하지요 Bright star, would I were steadfast as thou art...  빛나는 별이여, 내가 너처럼 변합없는 존재라면 좋겠네.  사람이 하늘의 별같이 변함없을수가 있을까?  그건 죽어야만 가능한거죠.  죽어야만 가능한것을 산사람이 꿈꾸면 안되는거죠. 그러니까, 죽었지...  한결같은 무엇을 꿈꾸면 안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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