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눈에 갖히다

 

워싱턴, 버지니아 지역은 10인치가 넘는 폭설 경보중.  어젯밤부터 내린 눈이 정오를 넘긴 지금도 계속 내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70년만에 보이는 12월의 폭설이라고. 뒷마당에 쌓인 눈은, 현재 내 무릎 높이까지 쌓였다.  우리집 개 왕눈이는 자기 키를 넘는 눈이 무서워서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기가 죽은듯 실내에 납작 엎드려 있는 형편이다.  내가 태어난 날에도 이렇게 눈이 쌓였다고 우리 먼 친척 아줌니가 증언하였기 때문에,  눈이 이렇게 많이 쌓이면,  나는 내가 태어나던 날의 고요를 기억에서 되살려 보려 애를 쓰게 된다.  (하지만 나는 늘 내가 잘 못 이세상에 태어났다는 느낌을 갖고 살고 있다.  이것 참 떨치기 힘든 생각이다. 나의 문제는 .. 나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내가 아무것에도 애착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리라.  나는 내 별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

 

너무나 탐스러워서 오히려 인조꽃같아 보이는 장미. 그 키를 넘도록 눈이 쌓이고 있다.

 

 

 

 

 

 

 

 

 

 

 

 

 

 

 

어제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에서 인디언 설화 한가지를 읽었다.  '별 이야기'라는 제목이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옛날에 인디언 마을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있는데, 그때 하늘에서 별 하나가 내려와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그 별은 아이들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면서 함께 어울렸다.  그러다 어느날부터인가 그 별은 한 소녀의 머리위에서 줄곧 머물렀다.  별은 아이들이 나와서 놀때면 그 소녀 머리위에서 빛났다.  그 소녀의 아버지는 멀리 사냥을 떠난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소녀는 외톨이였다.  별은  소녀를 따라다녔다.  별은 때때로 소녀가 잠든 곳 위에서 빛나곤 했다.

 

어느날 소녀는 딸기를 따러 숲속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비는 계속 쏟아졌다. 소녀는 친구 별이 나타나 길을 가르쳐주길 바랬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별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는 계속 쏟아져 소녀의 작은 몸이 서서히 빗물에 잠겨갔다. 소녀는 하늘을 향해 별을 불렀지만 별은 오지 않았다.  마침내 소녀의 작은 몸은 빗물에 잠겨 사라지고 말았다.

 

빗물에 잠긴 소녀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가 사라진 곳은 늪이 되고 말았다.  어느날 별이 다시 내려왔을때 별은 소녀를 찾을수가 없었다. 아이들 머리위를 맴돌던 별은 방황하듯 이리저리 헤메고 돌아다녔다. 별은 마침내 소녀가 물에 잠겨 죽은 늪까지 오게 되었다.

 

그후로 밤이되어 별이 내릴 시각이면 그 늪위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 하나가 내려왔다. 그 별은 늪위에서 머무르다 새벽과 함께 사라지곤 했다.  마을 사람들은 별이 소녀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별이 올수가 없는거지...  ) ... 그러면... 반대로...마음을 늘 맑게 가지면, 우리는 늘 별과 함께 있게 되는건가?   부질없는 생각이지....

 

 

내가 안태어났으면 참 좋았을것이다. 나는 요즘 이 생각만 되풀이 한다. 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것에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나의 존재가 나의 비극이다.

 

 

 

 

댓글 4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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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 ................설경을 찍을 때 노출을 자동으로 찍으면 눈에 맞춰지기 때문에 사람이나 건물등이 어두워지는 효과가 있지요. 그래서 장미꽃 색깔이 안 살았군요.. 조리개를 좀 더 열거나 셧터스피드를 조금 조정하면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해집니다. 나도 찍을 때 대충찍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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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nonymous - 2009/12/22 15:49
    뭐, 결국 그 '무당'의 말이 아주 틀린것은 아니군요. 따지고 보면 '그림쟁이' 일 하고 계시는데요. 일을 하기 위해 씨름을 하는것도 딱 링위의 권투선수 맞네요.





    제 삶을 직시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영 핀트가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 ㅋㅋㅋ ~ 아 그래도 위로의 말씀이 소주 두잔쯤의 효과가 있군요. 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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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로 - 2009/12/22 15:53
    아, 그런거구나. 제가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동냥질'을 해서라도 배우는데, 대충 뭉개기로 작정하면 도통 공부 할 생각을 안해서. 좋은 카메라를 무식하게 막 쓰고 있지요 뭐. 좀 공부도 해가면서 찍어야 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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