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의 터줏대감중의 한 사람이었던 Lou Dobbs 가 어제부로 CNN에 작별을 고했다. CNN은 판단을 제대로 했다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루 답스는 CNN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벌써 수년간, 나는 CNN을 보다가 Lou Dobbs 시간이 되면 테레비를 꺼버리거나 다른 오락프로로 채널을 돌리곤 했다. 루답스는...미쳐가고 있었다. 그는 그의 시사 프로에 전문가들을 불러다 놓고는 자기가 '훈장질'을 하면서 성을 내고 비아냥거리기를 일삼았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일때마다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수년간 그의 태도는 나날이 악화되었고, 나는 그의 시간을 피해서 CNN을 틀었다. 봐주기 괴로우니까.
그가 결정적으로 싫어졌던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그가 불법 이민자들을 위시한 이민자들을 'aliens'라고 칭하면서 매우 적대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목에 힘줘가면서 했기 때문이다. 나는 하도 그가 aliens 라는 어휘를 남발하길래, (그런데 나는 그 aliens 라는 단어를 들을때마다, 역시 미국에서 외국인인 나 자신이 무슨 외계인 도깨비처럼 느껴지길래 기분이 나빠졌다) 어느날 연구를 하기 위해 지역 교육전문가를 인터뷰 하러 갔다가 그 '단어'에 대해서 물어본적이 있었다.
나: 나 한국인이다. 영어가 내 모국어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오해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CNN에서 사람들이 외국인, 불법 이민자, 멕시칸 노동자들을 가리켜서 aliens 라고 부르던데 그 aliens 라는 말을 들을때마다 나는 기분이 나빠진다. 내게 alien 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혐오스러운 외계인이 연상된다. 혹시 내가 오해하는건가? aliens 라는 말은 그냥 중립적인, 무해한 표현인가?
미국인 교육전문가: 너는 정상적으로 그 말을 알아 듣고 있는거다. 우리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aliens 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나쁜 표현이다. 네가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심지어 미국인인 나도 그 말을 들으면 아주 기분이 나빠진다.
루 답스는 이따위 식이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도 괴이쩍을 정도로 적대적이었다. 난 저런 사람이 왜 CNN에 있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저렇게 막말하는 사람들, Fox News 에 가면 많이 있다. 루 답스는 팍스 뉴스로 가던가, 아니면 보수 꼴통들의 집단에 가서 대장질을 하면 딱 맞을 사람이다.
마침내 CNN 사장이 결단을 내린 것은 늦은감이 있지만 현명한 행동이었다. (박수).

Lou Dobbs 의 빈자리를 John King 이 채운다고 하는데, 존 킹은 사실 무향무취무미의 신사 기자로 지내왔다. 그가 이 시사프로그램의 앵커자리를 어떻게, 어떤 색깔로 유지할지 조금 의문스럽기는 하다. 존 킹은 너무나 개성이 없어서 때로는 '무능'해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러나 그는 성실해보이고, 그는 신사다. 언젠가 동네 식품점에 갔다가 카트를 끌고 스쳐지나가는 존 킹을 발견한 적이 있다. 아는척 한다거나 싸인을 부탁한다거나 그런식으로 그 사람을 성가시게 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한가롭게 시장을 봤고, 가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가볍게 웃으며 Hello 라고 인사를 날릴 뿐이었다. 그는 한가로운 시간에는 다른 보통사람들처럼 직접 장을 보러 나오는 평범한 신사였다. 역시 신뢰가 가는 대목이다.
미국에 CNN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CNN은 내심이야 어떠하건간에 표면적으로 무척 중립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기사 전달을 하는 편이다. Lou Dobbs 의 퇴출은 CNN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향무취가 CNN의 가장 선명한 색깔이다. 무슨 말인가하면, 사실 전달을 통해, 시청자가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소한 그런 입장을 표방하는 방송사라는 뜻이다. (사실만 보여달라. 판단은 내가 할테니까. 침튀기며 왈왈거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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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Alien 에 대한 푸대접은 딱히 극장에 가서 볼 것도 없이, 어디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