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Film] The Wrestler (2008)

 

 

미키 루크가 출연한 영화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1987년 Alan Parker 의 Angel Heart 뿐이다. 그의 Nine and Half Weeks  라는 영화도 있었는데, 당시 내가 매우 '금욕적'이고 '청순한' 인생을 살던 시절이라, 영화를 보다가 '뭐냐 저거...'이러고 꺼버리고 다시 안 봤다.  그래서 그 9와 1/2 영화는 줄거리를 끝까지 모른다.  Angel Heart  는 Alan Parker 에 미쳐서 봤던 것인데 뭐 그냥 그랬다. (장마다 꼴뚜기는 아니니까).   Heaven's Gate 에 미키 루크도 나오고 크리스토퍼 월큰도 나오는것 같은데 아직 영화를 못구했다.

 

미키 루크를 한 20년만에 보는것 같다. 그때, 참 섹시스타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랫만에 보니 '아저씨...많이 망가지셨네...' 한숨이 나올지경이다.  우와, 젊었을때 한창때의 브래드피트보다 미남이었는데 어쩌다 저렇게 망가지셨는가. (브래드 피트도 나중에 망가져주려나?)

 

참, 인생 텁텁한 얘기다.  보고있자니 '암담해'지고 만다.  특히 그 식품매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샐러드 용량갖고 많다, 적다, 많다, 적다 하고 사람 뺑뺑이치게 만들때부터 나도 부아가 끓었다. (아 성질나...저거 참아야 하는데, 참아야 하는데, 참아야 하는데...) 결국 잘 참았는데, 정말 이 사람을 폭발시킨이는  Ram을 기억해낸 어떤 사람. (그래, 나의 과거의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 앞에 섰을때, 그 때, 그 순간을 견디기가 더 치욕스러울 것이야...)

 

 

얼마전에 읽었던 How Starbucks Saved My Life 에서 저자이며 주인공인 Michael Gates Gill  은 직수굿이 그의 치욕을 삭히고 커피점 점원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했지만; 우리의 레슬링선수 램은,  사자가 평원으로 나가듯, 그의 링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그의 삶과 직면한다.  그것이 직수굿한 체념이건, 죽을때까지 무한도전이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용감'한 일인 것이지.  우리는 각자의 '링'에서 살다 죽는것이지. 인생 별것 있나.  미키 루크 아저씨는 그의 '청순한 미모'를 포기하고 '퇴역 호랑이' 배역을 근사하게 해 내셨다.  역시 미남은 늙어도 미남이구나~ 

 

***

 

내가 어릴땐, 박치기 김일 선수, 그리고 신사 천기덕 선수가 있었고,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끼가 기억난다.  흑백테레비 시절에 이 '레슬링'을 할때면, 사람들은 길거리 전파사 앞에 모이거나 혹은 테레비가 있는 집 마루/안방을 기웃거렸다.  우리 식구들은 숫기가 없거나 자존심이 세거나 뭐 어떠한 이유에선지 남의집 기웃거리는 일을 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그런짓 못하게 주의를 주셨거나, 성격에 문제가 있었거나).  그대신, 우리집 안방에 테레비가 들어왔을때,  이웃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집 친구들이 얌전히 들어와 테레비를 봤던 기억이 난다.

 

옛날엔 레슬링이 '실제' 상황인줄 알고 정말 흥분하고 그랬었다. 

 

머리가 커서, 그것이 다 각본에 의한 '상업적 쇼'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혹은 다른데 정신이 팔려서 그 레슬링을 보는 재미를 잃었다.

 

언젠가 어느해던가, 그것 역시 까마득한 옛날 일인데, 학교 운동장에서 프로레슬링을 한다고, 그런데 김일 선수가 나온다고 동네가 시끄러웠었다.  나는 '설마 박치기 대장 김일선수가 이런 변두리 동네까지 오겠냐. 순 뻥이다' 이러고 무시했는데, 정말 레슬링 구경 갔다 온 사람들이 '김일 선수'를 봤다고 자랑을 했다.  나는 '김일 선수'는 너무너무 위대해서 (마이클 잭슨따위보다도 위대해서) 아무나 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상상했을 것인데, 그것역시 나의 상상이었을 뿐.

 

내 기억속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는 아직도 여전히 '김일 선수'이다.  십여년전에 영화 '반칙왕' 나왔을때, 꽤 재미있게 봤었다.  천기덕 선수의 아들은 탤런트가 되었는데 가끔 그 '천호진'(?)를 테레비에서 볼때, 레슬링계의 신사였던 천기덕 선수를 떠올리곤 했다. 

 

아아, 레슬링을 테레비로 본 날이면 밤에 잔다고 이불 깔아놓고, 온가족이 '레슬링' 한판.  내동생녀석과 나는 허구헌날 심심하면 요위에서 뒹구르며 레슬링을 연마했다. 그때 우리는 레슬링의 규칙들을 잘 알고 있었다.  하하하.

 

 

*** ***

 

 

 

그 칠십년대 중반, 우리 나라 서민들이 가가호호 흑백테레비의 주인이 되던 시절,  우리들이 저녁밥을 콩나물국에 말아 퍽퍽 퍼먹으며 김일 선수에 열광하던 그 시절, 그 시절에 저녁 어린이 만화시간에 틀어주던 흑백만화 (당시 흑백테레비였으므로 설령 총천연색 만화라 한들 흑백으로 보일수밖에 없었을것이지) 드라마중에 '타이거 마스크'가 있었다.

 

거치른 사각의 정글속에

오늘도 피바람이 몰아쳐온다

사납고 더러운 악당들에게

정의의 펀치를 보여주어라

싸워라 싸워 타이거 타이거 타이거 마스크!

 

크!  이 노래 정말 목이 터지게 불렀다.  지금 회상하니 아무래도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해다 보여준것 같은데, 착하고 선량한 젊은이가 일단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링에 올라가면 그는 천하 무적이 되었다.  우리의 타이거 타이거 타이거 마스크!   (아직도 선명하게 가사 외우는 실력~ 하하하. 얼마나 열광 했으면... 그 정신으로 일찌감치 공부에 입문했으면...아이구야..)

 

어린이시간에는 타이거마스크 만화 틀어주지, 저녁 뉴스 끝나면 프로 레쓰링 (발음나는대로 표기) 보여주지, 뭐 신나는 레쓰링 세상이 있었다. 일천구백 칠십년 중반에.  아, 나도 참 세상 오래 살았다. 지금은 21세기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도 나는 부를수 있다 타이거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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