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c Naturalist: In search of explanations for everyday enigmas
Robert H. Frank
경제학자가 경제학의 기본 원리들을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 실생활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해석해나가고 있다. 나는 이를 '화장실책'으로 분류하는데, 왜냐하면 여러가지 '현상들'이 설명되어지는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어나가지 않고 책 아무데나 펼쳐서 봐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책의 정의: 잠시 앉아서 아무데나 펼쳐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 Principle)'에 대한 문제를 경제학자들만 보이는 학회에서 장난삼아 내 보아도 제대로 정답을 맞추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농담'을 던지며 경제학의 기본 원리들을 '어떻게' 정확히 가르치고 배울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정겹다. 경제학을 '수식'이 아닌 '이야기 (narrative, story telling)로 풀어보려는 경제학자의 고민도 보인다.
왜 숫놈이 암놈보다 덩치가 큰가?
동물의 세계에서 숫놈이 암놈보다 몸집이 크고, 매우 장식적이고 화려해보이는 경우가 많다. 숫사자의 쓸모없지만 화려한 갈기털, 숫공작의 쓸모없이 화려한 꽁지털, 장끼의 쓸모없이 길다란 꽁지털등. 이 경제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다윈의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풀이한다 (보편적인 풀이 방법이다). 숫놈이 암놈한테 매력적으로 보이기위해서 경쟁하며 진화한 결과라는 것이지.
그런데, 여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동물의 세계에서, 숫놈이 암놈 여러마리를 거느리는 집단에서는 숫놈이 힘이 세거나 화려하지만, 숫놈과 암놈이 서로 한마리씩 짝짓기를 하는 집단에서는 암수의 몸의 크기에 차이가 나지 않고 몸매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1대1로 짝짓기를 하는 집단에서는 암수가 별 차이가 안나고, 숫놈1 대 암놈 다수의 집단에서는 숫놈이 크고 세고 화려하고.
내가 왜 이 부분에 밑줄긋고 주목하는가 하면
근래에 한국사회의 일각에서 '남자는 여자보다는 키가 커야한다'는 이상한 발언이 문제가 되어 '루저(loser)' 소리가 많이 들려오고, 이래저래 말 한 사람이나 그 말 들은 사람들이나 마음이 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남자가 최소한 여자보다는 커야 한다'는 생각이나 정서는 위의 동물의 세계에서 어느쪽에 가까운가? 숫놈 하나에 암놈 여럿. 나보다 키크고 화려한 남자를 원하는 여자는, 그 남자를 다른 여러명의 여자와 공유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나는 심술사납게도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남녀가 서로 존중하는 공존 혹은 동등을 꿈꾸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새'보다는 그래도 좀더 지능적이어야 하는것 아닌가... (아래 사진은 알바트로스 라는 새인데, 이들은 1대1의 결혼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암수가 외모에 있어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다.)
난, 어찌보면 '꼴페미'인지도 모르는데, 난, '여자니까 이래야 한다'는 말도 듣기 싫지만, '남자니까 이래야 한다'는 말 역시 듣기 싫고, 그런소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편이다.

http://www.wildland.com/trips/details/Images/anf_albatross_b.jpg
우리가 우스개삼아서 하는 몇가지 말이 있다:
1. 이쁜 여자와 데이트 하는 잘생긴 남자는 내가 유혹할수 있어도 못생긴 여자의 애인노릇하는 잘생긴 남자는 절대 유혹할수 없다 : 해석 --> 모름지기 여자한테는 '아름다움'이 생명인데,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잘생긴 남자의 애인이 된 그 여자는 아름다움을 훨씬 뛰어넘는 초인적인 매력을 겸비하고 있으므로 감히 아무나 넘볼수 없다는 말씀.
2. 키작고 못생긴 남자가 늘씬하고 훤한 미녀와 데이트를 하면 모두 그 남자를 돌아보며 '저놈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하고 놀라워한다. (사실, 남자가 키작고 왜소하고 그래도 그 사람이 무슨 '~사' 타이틀을 일단 달면 쭉빵절세 미녀들이 줄을 서는 것이 현실이다. )
위의 두 케이스도 각기 '진화론적' 설명이 가능하다. 결국 생존경쟁에 유리한 파트너를 우리는 선택할것인데 누가 '강자'인가 들여다보면 그게 또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는 것이지. 프랑스 대통령이 키가 작다고 놀림감이 되지만, 그는 그보다 키크고 늘씬한 절세 미녀와 잘 살고 있다. 키크고 힘센거야 원시 수렵시대의 신화이지, 별로 힘쓸 일 없는 현대에 그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지 않은가? 우리가 크로마뇽인도 아니고... 크로마뇽 시대로 돌아가고 싶으면, 힘센놈 근처에 붙어 살면서 집단적 암놈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제도 수긍을 해야 할 것이다. 의식은 원시 혈거시대의 의식인채 삶은 일대일 평등을 원한다면 그거야말로 안드로메다적 판타지 아닌가?
아니, 원래 이책이 '암놈 숫놈'에 관한 책이 아니고, 화장실에 관한 책은 더욱 아닌데, 문득 이 책에 소개된 알바트로스 새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생각난김에...
어어, 재밌게 읽고 있는 중인데, 그냥 중간에서 끝나버리네요... 이것참...
답글삭제@트로 - 2009/11/22 09:11
답글삭제트로님, 그, 그것이 원래 이 책에서는 그냥 '덩치'와 짝짓기의 원리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가 된 것이라서요.
이 책속의 내용은 그냥 백화점식으로 잡다한 소재가 나열되어 있어요 (물론 주제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요) ^^;
게다가 제가 원래 흐지부지 싱거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