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Healing power of writing process

비도 꿀꿀하게 줄창 오시고, 아마도 일주일 내내 비는 줄창 내려 주실 것이고, 해서 뜨거운 국수에 술을 말아서 잘 먹고 '주무시는' 동안, 밤사이에 내 이메일 함에는 긴급 구조를 기다리는 메일들이 쌓여 있었다. 

 

한 학생이 밤사이에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대략 그의 사연인즉 "내가 이 숙제를 오늘 중으로 끝장을 내려고 했는데, 도무지 마지막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이대로는 미칠것 같아서, 환장할것 같아서, 지금 선생님한테 이메일을 쓰는 중이다. 차라리 이 과정을 포기할까보다. 지금 도움을 안주시면 나는 당장 폭발할지도 모른다. " (원문 일부: . I am still struggle with confusion about the concepts of each case. I merely define my own definition. Yet, I am not sure if I understand each concept precisely. It is too hard for me to make new examples for each idea. Moreover, I feel that examples of controlled productive skills in the text are obscure and I question if theses activities affect to learners to develop their cognitive ability and pragmatic competence. The cloze exercises are only for low level of students, not advanced class students. Those are too limited. Personally, I think that Pragmatics more related to social and cultural issues, so I believe that accommodating target culture, assumption, value, and so on, which are not on papers. I do not know the effective teaching methods to develop pragmatic competence. And, the most important thing is I have no idea how I should make examples of controlled productive skills. Your explanation is good, but I cannot produce other examples of pragmatics. I put much time into this assignment; even I go to two different libraries to find reference, but I could not....)

 

 

 

하하하. 하지만 답장을 당장 해 줘야 할 위인은 곤드레 만드레 술을 푸다가 쓰러져 자고 있었던 것이지.  내가 밤에도 앉아서 학생을 상대로 편지질을 해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로부터 30분 후에 그에게서 또다른 이메일이 날아와 있었다. 숙제 다 했다는거다. 그러니 그 숙제가 제대로 된것인지 검토좀 해달라는 것이다. (ㅎㅎㅎ).  그는 숙제를 아주 잘 해냈다. 죽겠다고 협박을 하더니 30분만에 숙제를 완성시켜서 날려버린 것이다.

 

첫번째 편지와

두번째 편지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실 '첫번째 편지,' 내게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편지를 쓰는 과정속에서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머리가 일시적으로 과부하가 걸려서 정지 상태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때 그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과부하가 걸렸을때 잠시 작동이 느려지다가 원상태로 돌아가듯, 그가 미치겠다고 비명을 질러대는 그 사이에, 이메일에 그의 비명을 질러대는 그 과정에서 그의 머리는 서서히 차게 식어갔을 것이다. 뜨거운 김을 빼냈으니까. 스트레스 해소했으니까.  스트레스를 일부 해소시키고 나니까 (지엄하시고 도깨비같은 선생을 상대로 죽어버리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난동을 부렸으니까) 정신이 일부 돌아왔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숙제를 정상적으로 해 낼수 있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명상과 같은 것이고, 글쓰기는 '기도'와도 같은 것이다.  그것이 신세한탄이건, 죽겠다는 으름짱이건, 글을 쓰면서 '나 이문제 때문에 미치겠다'고 외치면서 그 문제에 대한 시각을 다양하게 갖다 보면, 글의 말미에, 마음이 가라앉고, 머리가 식고, 그리고 고요가 찾아온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이런 생화학적 현상이 벌어진다.  뭔가 일어난다. 글을 쓰는 손끝과, 자판과, 내 글을 읽는 내 눈과, 내 머리가 서로 협조하여 뭔가 변화를 일으킨다.

 

어쩌면 나는 이 학생이 30분 간격으로 보낸 두통의 이메일을 잘 보관해뒀다가 훗날, 글쓰기의 신묘하고도 놀라운  기능에 대한 증거자료로 제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모든 일은 내가 술을 푸고 자는 사이에 이루어졌나니 이는 술의 힘일지도 모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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