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Chrysler Museum of Art 크라이슬러 미술관, 버지니아

 

크라이슬러 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chrysler.org/

이 페이지의 사진들은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남단의 해안도시 Norfolk시에 크라이슬러 미술관이 있습니다.  1933년 Norfolk 지역의 자연, 미술 박물관 (Norfol Museum of Arts and Sciences) 으로 처음 문을 열었던 이곳은 1971 Walter P. Chrysler Jr. 가 그가 선대로부터 상속받았거나 그 자신이 수집했던 미술품들을 한꺼번에 기증하면서 '크라이슬러 미술관'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Walter P. Chrysler Jr. 는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탄생시킨 Walter P. Chrysler 의 아들입니다. 

 

워싱턴에서 Norfolk까지는 대략 200마일 거리. 자동차로 네시간 거리입니다. (왕복 여덟시간). 아침 여덟시쯤 출발하면 정오쯤에 넉넉히 도착하고, 오후 다섯시까지 한가롭게 미술관과 인근 지역 구경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여유있게 운전을 해도 집에 밤 열시나 열한시에 도착하게 되므로 크게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닙니다.

 

이곳은 입장료 무료입니다. 특별전시를 할 경우 특별전시장 입장료만을 별도로 부과하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푼돈을 입구의 모금함에 넣을수도 있습니다. 관람객들의 자발적 기여를 유도하기는 하지만, 강제적이지 않으므로 편안하게 드나들수 있습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코트야드 (안마당) 천장 유리를 통해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천장에 휘늘어진 색깔보자기 설치물은  Sam Gilliam 의 Norjolk Keels (1998)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파란 하늘이 내다보이는 철제 프레임과 알록달록하게 펄럭이듯 늘어진 보자기들 전체를 묶어서 볼때 작가의 의도가 드러납니다.  철제프레임과 파란 하늘과, 펄럭이는듯한 보자기들은 마치 푸른 하늘아래/혹은 파란 바닷물결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노폭(Norfolk)앞바다의 배 같기도 하지요.

 

 

 

이것은 2층 전시실 복도에서 다른 각도로 잡아 본 것입니다.  눈부시게 환한 입구가 보입니다. 그 입구 바깥에 파란 바닷가 펼쳐져 있어서 그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물결 그림자가 미술관 벽에 반사가 되기도 하는데, 실내에 잡히는 바닷물결 그림자를 보는 기쁨도 큽니다.

 

 

 

 

 

크라이슬러 가문이 재벌답게 세계 여러나라의 귀한 미술품들을 골고루 수집하였고, 1층에서는 이집트 특별전도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아시다시피 제가 '미국미술'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므로 아프리카나 아시아 그밖의 고대 문화재등은 건성으로 보고 지나간 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회화나 비슷한 시기의 유럽회화 쪽 전시장에서 보냈습니다.  이곳은 2층의 미국 건국 초기의 작품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벽에 걸려 있는 회화 작품 중에는 얼마전에 소개되었던 Edward Hicks 의 그림도 보입니다. (찾아보시겠습니까?  이미지가 작아서 찾기 힘드시겠지만...)

 

 

 

 

풍경화가 Bierstadt (비어슈타드) 의 대형 풍경화가 왼쪽에 보이는군요.

 

 

미국이 강세를 보이는 현대 미술 전시실입니다. 칼더의 모빌 작품도 보이고, 오른쪽에는 리히텐시타인의 작품도 보이지요.

 

 

 

 

아하,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이곳에 백남준씨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Hamlet Robot (1996) 이라는 작품입니다. 열세개의 모니터에서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왕관을 쓰고 있고요. 오른속엔 긴 칼, 왼손엔 해골이 들려있습니다.  (백남준씨 페이지는 따로 열 생각인데, 그때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층 구석에 단아한 카페가 있었는데,  저는 간단히 아이스티를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음료수 가격이 스타벅스 커피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깔끔한 테이블, 정중하고 정다운 써빙, 깨끗한 유리잔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상태에서 스타벅스 커피값보다 싼 음료수라... 이정도면 이 미술관의 카페는 최고점수를 주고 싶어집니다.

 

 

 

 

기념품가게에 예쁘장한 물건들이 많이 보입니다만,  특별히 뭘 사지는 않고 구경만 하게 됩니다.  그래도 예쁜 물건들 구경하면 기분이 좋아지쟎아요.  저는 - 늘 그러하듯, 이곳에서 '미국미술화집'을 한권 샀습니다. 이 미술관이 소장하는 미국미술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깃들여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의 폐관 시간이 다 되어 미술관을 나와 바깥 구경을 했습니다. 이곳은 노폭의 'Historic Site (역사 유적지)'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런 예쁜 집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이 집들중에는 역사 유적지로 보존되고 관람객들에게 공개가 되는 곳도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인근의 역사 박물관이나 고가들을 구경하러 다녀도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오후 다섯시의 햇살.   박물관 정문 앞에서는 안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두개의 붉은 지붕 건물이 보입니다. 파란 바닷물이 찰랑거리지요. 이 물이 저녁햇살에 반사되어 미술관 안의 벽에 그림자가 집니다.  저는 이 파란바다보다, 흰 벽에 찰랑거리던 그 '그림자'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무엇에 매혹될때, 우리는 가끔 실체가 아닌 '그림자'에 빠지기도 하는데,  때로는 그것이 '그림자'인줄 알면서도 그것을 사랑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림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지요.  그것은 인간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상상력을 버리고 현명해지기보다는, 어리석은채 상상력을 간직하는 쪽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지요...

 

 

 

 

 

 

이곳에서 감상했던 작품들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이 것이었습니다.

 

 

Paul Gauguin 폴 고갱의 The Loss of Virginity (처녀성의 상실) (1890-1891).  누워있는 여자의 오른손에는 시든 꽃 한송이가 보이고 (전통적인, 처녀성 상실의 이미지) 왼쪽 가슴에는 여우 한마리를 안고 있습니다.  발끝은 서로 모아져있고, 발치 아래의 바위는 남근 모습과 꽤나 닮아있습니다.  그런데 저 언덕아래의 사람들은 왜 그려 놓은 것일까?  문득 이런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다 알겠는데, 저 언덕아래 사람들은 뭔가? 작가는 왜 그들을 그려 놓은 것일까?  관망자? 혹은 결혼식 하객들인가?  이 그림은 우울해보이지도, 명랑해보이지도, 초현실적으로 보이지도 않고...그냥...눈길을 끌면서 사람의 발걸음을 꽉 움켜쥐는군요.  이 그림에서 한참동안 떠나지 못하고 기웃거리고 기웃거리다, 전시실들을 한바퀴 다 둘러본후에 또 가서 들여다보고...그랬습니다.  우울하지도, 명랑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데 꽤 매혹적인 그림입니다.

 

 

 

 

 

석고 조각작품실에 스케치북과 미술도구가 놓여져 있었다. 아무나 그림 그리고 싶으면 그리라고.

 

 

 

 

 

2009년 11월 28일 밝고 따뜻한 토요일에 방문.

댓글 8개:

  1. trackback from: American Art at the Chrysler Museum
    American Art at the Chrysler Museum : Selected Painting, Drawing, and Sculpture (Hardcover) Margaret Jarman Hagood (Author) http://americanart.textcube.com/190 미술관샵에서 샀다. 편집이나 색상 모두 마음에 꼭 든다. 작품사진 상태가 선명하고, 작가 설명, 작품 설명을 상세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 4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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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미국 미술관, 미국 재벌
    내가 미국에서 둘러본 미술관들 중에서 미국의 유명한 재벌이 직접 열었거나 혹은 혁혁하게 기여한 미술관들. (참고: http://americanart.textcube.com/category/Museums) 미술관 설립자 (기여자) 비고 뉴욕 현대 미술관 (MoMA) http://americanart.textcube.com/80 Rockefeller 가문 미국 최대 석유 재벌 구겐하임 미술관 (맨해턴 소재의 미술관 방문, 2008 ) Guggenhe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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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edFox님의 글은 혼자 보기 너무 아깝습니다. 하지만, 이런 글들을 다른 사람들 모르게 보면서 좋은 건 또 뭔 심보인지..^^



    사진과 곁들여진 박물관과 주변의 풍경들... 잘 보았습니다.

    예전에 비틀즈 같은 그런 서양 그룹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마치 그들이 있는 곳의 모습들이 머리를 스치며 영상이 흐르던 기억들이 있었는데, 지금 RedFox님의 글을 보면서 그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글에서 본적이 있는데...

    그땐 이런 글들 하나하나를 모아서 책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참 좋아 보이 세요.

    넓고 깊은 지식과 식견.. 아니면 느낌의 표현력이라 해야할까요...

    마음의 여유로움도 살짝 부럽구요...

    암튼 RedFox님은 여러모로 제가 동경할 수 밖에 없는 분이네요...



    고맙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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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별 - 2009/11/30 01:08
    아, 저는 그별님의 전문지식이 무척 부러운데요~ 헤헤. 저의 야망중의 한가지는, 언젠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인데요. 지금은 미국미술분야에서 삽질중이라 숨돌릴 겨를이 없지만, 죽기전에 프로그래밍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때 저좀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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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RedFox - 2009/11/30 10:19
    전 프로그래머가 아닌데요... ^^

    그리고 저의 글에 전문적인 내용이 없었는데...

    컴퓨터와 디지털을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내용을 일부 포스팅 하다 보니... RedFox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셨나 봅니다.



    물론 제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지 않고 컴퓨터를 하게 되었더라면... 아니 일찍 태어났거나 조금 늦게 태어났었다면, 혹 개발자로써 저도 미국 어딘가에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할때도 있습니다. ^^



    하지만, RedFox님이라면 언제라도 충분히 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의지가 강하신 분이라 느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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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별 - 2009/11/30 01:08
    ㅋㅋㅋ ~ 제가요, 컴퓨터 사용하는 것을 주로 인터넷에서 어림짐작으로 배운 사람이라서, 일단 컴사용이 원활하다 싶은 대상이 있으면 '링크' 걸어놓고서 새로운 정보를 '공짜'로 얻어다 쓰는 전략을 구사하는데요. 그별님도 '새정보'원으로 링크를 한 케이스거든요. ㅎㅎㅎ.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내게 잘 안내해주는 사람.



    하긴 저도 미국미술 글 쓰다보면 '미술' 전공자처럼 오해를 받기도 하니깐.



    사람들은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누군가가 '아는척'을 하면 잘 속아넘어가죠. 저 역시 그러하고.



    제가 미시간에 갔을때 성대한 저녁 만찬을 제공해준 친구가 '사회복지'를 대학원에서 전공한분인데, 이분은 학부는 역사쪽이었고, 석사를 사회복지로 한 후에 미국에서 사회복지 박사과정 무사히 마치시고 지금 미시간에서 교수질 하시거든요. 그런분도 있는데요~ ~~ (아 사회복지 전공 친구가 이제 두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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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Edward Hopper : New York Pavement 뉴욕의 보도 (1924/5)
    Edward Hopper (1882-1967) New York Pavement (1924 or 1925) 뉴욕의 보도 Oil on Canvas 75.6 x 62.9cm (가로 x 세로) 크라이슬러 미술관에서 '월척'을 낚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1924년이나 1925년 작품으로 추측되므로 그가 42세때, 아직 세상이 '대가'의 출현을 알아보지 못하던 시기의 그림이라 할 만 합니다. '뉴욕의 보도'라는 제목처럼 뉴욕 시내의 어떤 건물 앞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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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trackback from: Joshua Johnson
    Mrs. Abraham White, Jr. and Daughter Rose c. 1808-1809 Oil on Canvas 64.8 x 76.2 cm http://americanart.textcube.com/34 페이지에서 소개해드린대로 Joshua Johnson (조슈아 존슨 1763-1824) 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태생의 흑백 혼혈 초상화가 입니다. 일설에 따르면 조슈아 존슨은 당대의 미술가였던 Charles Wilson Peale 과 함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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