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 a memoir by Bill Bryson
빌 브라이슨의 책들은 내가 한국을 떠나기전, 십여년전에 서울 시내 교보문고에 가도 늘 외국서적코너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책들을 집어서 읽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에서부터였을 것이다. 대학원 공부하는 동안 나는 전공공부에 치여 살아서 '달콤하고' '맛있는' 교양서적 종류를 거의 보지 못했었다. 학위 마치고 좋은 몇가지중에 한가지는 전공하고 상관없는 '즐거운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정통 학문의 길로 가려고 작정하면 역시 공부만 하고 연구논문이나 쓰고 앉아있어야 하므로 교양서 읽을 시간은 없지만, 나는 지금 날라리 모우드로 놀고 있는 편이다.). 나는 내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머리 터지게 학문의 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내 삶을 유유자적, 내 멋대로 사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로 했다. 내가 이바닥에서 유명한 학자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에 목숨을 걸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골치가 아픈채로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보여서 그냥 '좀 재미가 있으려나?' 하고 집어 들었다가 결국 사고야 말았다. 빌 브라이슨은 참 글을 잘 쓴다. 참 능청스럽게도 잘 쓴다. 그의 글을 읽으면 옆집 마음 좋은 오빠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나한테 이야기를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유쾌하게. 빌 브라이슨의 많은 책들이 한국에 번역되어 나가는 것 같다. 나도 뭐 이런 식의 책을 한권 내보고 싶기도 하고. 뭐 살다보면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것이지...
전에 '안정효'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라는 책이 있었는데 아마도 자전적 소설이었을것이다. 왜 문득 헐키가 생각이 난 것인지. 오늘은 창밖에 비도 오고, 전기담요 뒤집어쓰고 이 책이나 키득거리면서 보다가 잠이 오면 잠을 자고...
** ***
직장을 가진 여성들이라면 대개 비슷한 심정이겠는데, 내게는 도저히 빠져나가기 힘든 '죄의식'이 몇가지 있다. 죄많은 인생이라 두루두루 죄가 많지만, 그 많은 죄중에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이, '나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해내고 있다'는 죄책감이다. 나는 내 공부에 빠져서 애들 공부 뒷바라지를 잘 못했고, 나는 내 일이 재미있어서 애들의 뒷바라지를 충실히 못했고...나는 나쁜 엄마이고...나는 형편없는 주부이고, 우리집이 잡지에 나오는 집들처럼 말끔하고 세련되지 못한 이유는 내가 게으른 주부라서 그러하고, 나는 남편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해주고...
빌 브라이슨이 이 '일하는 여성'들의 속수무책인 죄책감을 일거에 해소시켜준다. 빌 브라이슨의 엄마는 신문기자였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오와주 드모인의 'Register'라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엄마는 항상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다. 엄마는 '가정'페이지 편집자였다. 엄마가 주로 쓰는 기사는 실내 인테리어라던가 요리라던가 뭐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었다. 엄마가 쓰는 기사속의 사람들은 늘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한 부엌에서 천국의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엄마는...그의 엄마는...매일 음식을 태워서 그는 세상의 모든 음식이 탄 음식이라고 상상하며 컸다. 집안은 늘 어지러져 있었다. 엄마는 때로 빌이 쓰던 '오줌병'을 헹궈서 반찬을 담는데 쓰기도 했다. 엄마는 '헹궜기 때문에' 깨끗하다고 대꾸하곤 했다. 아빠는 엄마가 아무리 음식을 태워도 상관이 없어보였다. 아빠는 엄마의 탄 음식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먹어댔다.
그 엄마의 큰 아들은 뉴욕으로 가서 신문기자가 되었고, 그 엄마의 작은 아들인 빌 브라이슨 역시 언론인으로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은 그 '엉터리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엄마로 기술하고 있다.
어쩌면 나역시 '형편없는 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하하.
빌 브라이슨이 애팔라치아 산맥을 종주할때 동행이 되었던 고향친구 Katz 가 이 책의 독자들에게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들을 제공하는데, Thunderbolt Kid 책에 Katz 의 소년시절, 마약이나 아편에 탐닉하던 이야기들이 역시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카츠는 훌륭한 여인과 결혼하여 마약을 끊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외에 내가 읽은 브라이슨의 책들:
나중에 시간나면 읽어보고 싶은 책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쓴단 말이지...
빌 브라이슨, 이비에스에서 극화한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아마.. [나를 부르는 숲]인가..? 그런 제목으로... 재밌더군요..캇츠라는 친구에 대한 재밌는 묘사.. 영어소설을 언제쯤 읽을 수 있을꼬... 요원해진 꿈이 많네....
답글삭제@나로 - 2009/11/17 09:52
답글삭제와우, 챈챈 영어책 읽어주시면 많이 늘으실걸요~ =)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부모가 자랄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요. (처음엔 쉬운데 나중엔 못따라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