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일 화요일

love yourself

비행기를 타면, 비행기 이륙에 즈음하여 승무원이 비상시 안전수칙에 대한 짧막한 안내를 한다.  비행기가 사고로 비상 착륙하거나 물에 떨어질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뭐 그런 내용들이다.  그 중에는 '호흡보조기'에 대한 안내도 있다.  좌석위에 뭘 누르면 호흡보조도구가 나올것인데, 그것을 안면에 잘 부착시켜서 호흡 곤란을 방지하라는 안내이다. (승무원이 앞에서 시연을 해준다.)  그런데 그 안내 내용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비상시에 이 호흡보조기를 부착할시에는, 옆사람을 도와주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부터 안면에 부착을 하라. 그 후에 이웃을 도우라" (대략 이런 설명이다.)

 

비상상황에서는 '나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남부터 돕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우선

자기 자신의 안전부터 지켜놓고, 그 후에 이웃을 돌보라는 말씀이다.

 

 

어제 비폭력대화 (Nonviolent Communication) 워크숍에서도 학생이 네가지 상황을 주면서 어떤 상황이 가장 바람직한지 질문을 던졌다: 


"넌 이기적이고 너밖에 몰라" 라고 누군가가 나를 비난했다. 이때 나의 반응은?

(1) 풀이 죽어서, "그래 다 내탓이야..."

(2) 화를 버럭내며, "너야말로 이기적이야! 병신!"

(3) "네가 그렇게 말해서 나 속상해. 네가 뭣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것인지 모르겠어. 난 열심히 살고 있는데..."

(4) "네가 뭣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너에게 뭔가 실수한게 있니?  내가 어떻게하면 좋을까?"

 

우리 정신건강에 가장 편안한 대응방법은 (3)번에 해당한다고 한다.  내 식으로 풀어서 설명을 하자면,

(1)번은 자기 학대에 가깝고

(2)번은 무조건적인 '회피'에 가깝고

(3)번은 그 말이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호하려는 태도로 보이고

(4)번은 자기희생쪽으로 흐를 경향이 있다.

 

상황이 어떠하건, 일단은 '나를 사랑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나를 존중함으로써 상대방도 존중하는 식으로 자기 확장을 하라는 메시지일것이다.  그래야, 이 난해한 세상을 무사히 살아낼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자기희생은 자신에 대한 '학대행위'일 가능성도 있다. 

자아 존중에 기반한 봉사와 희생은 위대하다. 그것을 이루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자기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자기를 이해하고, 보호해주고, 충분히 사랑하여주면

남을 진심으로 돌볼 기운을 얻게 될 것이다. 자기도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잊으면 안된다.

 

 

 

댓글 4개:

  1. 성경에 나오는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나를 먼저 사랑하라는 말이거든요.. 내몸을 얼만큼 어떻게 사랑할줄 알아야 남도 돕고 사랑하는 거지요......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나 사랑하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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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간만에 댓글이네요~

    산소마스크착용의 경우, 아이먼저 채우려하다보면,,아이도 자신도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런 걸로 압니다. 부모먼저 착용하면..아이를 침착하게 채울 수 있으니까...그런 경험치의 산물.



    자기보호본능이 없으면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상대방에 대한 사랑도 사실 자기애의 다른 방식아닐까 생각..

    그래서 심리학은 냉정하지만..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힌트주긴하는데.. 정답인지는 잘 몰겠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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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과씨 - 2010/06/02 00:07
    제가 문화적인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판단을 해보면, 서양에서는 '자기애'를 가르치고, 한국이나 중국등 동아시아 권에서는 가족이나 사회를 향한 자기희생쪽을 가르치는 문화인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자기희생쪽을 가르치는 문화권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뭔가하면 남을 먼저 배려하라는 '훈육'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나머지, 오히려 남을 배려하는 일에 거부감마저 느끼게 되지요. 자기를 배려하는 것에도 익숙치 않고. 그러다보면 폭력적이 되지요. 나도 남도 배려할줄 모르는 생명경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고.



    '자기애'가 간단치 않은 화두 같아요.



    이런 화두가 나올때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은 예수님의 '희생' 부분인데, 이런 위대한 희생의 바탕은 자아와 타자를 분리하지 않는 완벽한 '사랑'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보 보는 편입니다. 분노나 슬픔이 아닌 위대한 '사랑' 안에서만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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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로 - 2010/06/02 11:19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에서 자기애나 이타심의 문제를 진화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정리를 했지요. 결국 이타심 역시 '자기애'의 확장이라는 것인데.



    정답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오히려 신앙의 측면에서나 가능할것 같고 (왜냐하면, 믿으면 되는거니까) 인간의 이성을 바탕으로 사색해보면 - 답은 변화할거라고 보는 편입니다. (상황주의자다 이거지요 제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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