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한테 찡그린 얼굴로 인사하지 마세요
나무한테 화낸 목소리로 말을 걸지 마세요
나무는 꾸중들을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는 화낼만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네 가족의 가훈은 '정직과 실천'입니다.
그리고 '기다림'이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 맺어 가을을 맞고
겨울이면 옷을 벗어버린채 서서 봄을 기다릴 따름이지요
나무의 집은 하늘이고 땅이에요
그건 나무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때부터의 기인 역사이지요
그 무엇도 욕심껏 가지는 일이 없고 모아두는 일도 없답니다
있는 것만큼 고마워하고 받은 만큼 덜어낼 줄도 안답니다.
나무한테 속상한 얼굴을 보여주지 마세요
나무한테 어두운 목소리로 투정하지 마세요
그건 나무한테 하는 예의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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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K 선배가 자신이 읽고 있던 시화집을 쓱 내밀어 '갖고 가라'고 주었다. 그 시집에서 가장 내 맘에 드는 시.
밤에 집에 돌아와 안방에 큰대자로 누워 엄마에게 소리내어 읽어 드리니 "그 책은 여기 놓고 가거라" 하신다. 내 그럴줄 알았다. 내가 이 시집을 소리내어 읽어드리면 엄마가 "그책은 여기 놓고 가거라" 하실줄 알았다. 그래서 밤 늦도록 나는 안방에 큰대자로 누워서 엄마가 좋아하실만한 시들을 소리내어 읽어드렸다.
아무래도 나의 K선배가 내게 선물한 이 책을 나는 엄마에게 선물하고 떠나게 될 것같다. 서점에 들르면 한권 더 살수도 있고, 그것도 귀챦으면 그만 둘 수도 있고... 나는 뭘 사거나 새로 장만하는 일들이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안방에 큰대자로 누워 엄마를 위해 시들을 낭독했던 그 기억만 가져가도 될것도 같다.
나의 K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마음이 가난한 자'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이 '마음이 가난한 자'를 칭했을때 그것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알수 없는데
나는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찬 사람임을 내가 알기에, 한숨이 나왔다.
나무를 위한 예의. 이 시는 곱게 적어서 벽에 붙여놓고, 어울리는 그림도 그려보고 싶은, 아름답고 힘있는 글이다. 무릇 나무 뿐이겠는가. 모든 생명가진것, 생명가지지 않은 것. 하늘아래 삼라만상 어느것 하나에도 찡그려서는 안될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웃어야 한다. 그러면 나무가 기뻐할 것이고, 그 나무를 지으신 하느님이 기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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