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7일 월요일

Oak Tree Room

메클레인의 부유층들이 산다는 주택가에서 3년간 남편덕분에 잘 지냈다. P국장이 귀임하므로 그 집에서 철수하여 2베드 아파트로 옮겼다. 이삿짐만 옮긴채 이튿날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현재의 내 아파트보다 미주리주 본교의 교수용 처소가 더 탁트이고 넓직하고 좋았다. (^_^) 하하하.

 

일주일간 평원지대에서 탁 트인 평야를 내다보며 지내다가 돌아오니

동부의 울창한 수풀도 답답하게 느껴질정도인데

아파트로 들어서니 그 답답함이 더 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이내 이 공간에 적응 할 것이다.

전에 학생때는 이보다 협소한 아파트에서 내 아이들 둘과, 조카녀석까지 거느리고 살았었다.

그때는 내가 잘 방이 없어서 일년가까이 거실 소파에서 잤었다.

지금은 큰애가 거실을 제방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8월이되면 자신의 학교로 갈 것이고...

 

남편이 내 침실에 내 책상을 놓고 정리를 해 놨다. 여기서 잘 지내라고.

오래된 아파트이긴 하지만, 아치형 창문이 맘에 든다. 구식 알루미늄 창틀을 신식 플라스틱형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중이니까, 곧 이 창문도 더 예쁘게 마감될 것이다.

오후가 되면서 창문틈으로 나무 그림자가 반짝거리며 숨어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 방이 약간 서향인듯 하다...

아파트를 정할때 '방향'을 따져봐야 했는데...

난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쓰는 편이 아니다.

모든 사람 사는 집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아파트는 창문의 어디에서도 사생활이 보장되는 구조이다. 누군가 들여다볼만한 각도가 없다.

그점이 맘에 든다.

 

오크 잎사귀 그림자가 방바닥에, 내 몸에서 어른거린다. 그런것을 보는 일이 즐겁다.

창밖에서 손짓하는 나뭇잎사귀를 내다보는 일도 즐겁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이 아파트에서 최소한 1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의 일년후를 예측하기 힘들다.

여기에 있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미주리주의 본교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이건 내가 선택하고 판단할 문제이므로 상황에 몰려서 선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서 지내보니까 본교의 교수용 사택에서 지내도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서부의 평원이 맘에 들었다.

 

이 방에서, 공부 많이 하고, 사색 많이 하고, 내게 주어진 삶을 반짝거리게 하고 싶다. 당분간.

모든 주어지는 것들이 고맙고 귀하고 그렇다.

기쁘다. 살아있다는 것이. 오랫만에 느끼는 기쁨이다.

 

 

 

 

Tree at my window, window tree,
My sash is lowered when night comes on;
But let there never be curtain drawn
Between you and me.
Vague dream-head lifted out of the ground,
And thing next most diffuse to cloud,
Not all your light tongues talking aloud
Could be profound.
But tree, I have seen you taken and tossed,
And if you have seen me when I slept,
You have seen me when I was taken and swept
And all but lost.
That day she put our heads together,
Fate had her imagination about her,
Your head so much concerned with outer,
Mine with inner, weather.

Robert Forst 의 시가 아주 잘 어울리는 창문이다. Tree at my window, window tree....  기쁘다. 내가 기뻐하니 하느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댓글 2개:

  1. 나무그늘 어리는 창이 근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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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씨 - 2010/06/08 21:13
    예. 제가 좀 태평족이라서요, 내가 숨 쉴 공간만 있으면 무조건 좋다는 주의에요. 그대신, 열린 공간을 누군가와 공유해야 할때, 숨이 막혀서 사는게 괴로워지지요. 어릴때부터 '내방'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무척 강했어요. 오죽하면 언니와 '방'을 함께 사용하는 대신에 부엌 옆에 붙은 허드레 놓아두는 '창고'를 내방으로 ..난방도 안되는 곳을. 난 내방만 있으면 그 안에서 혼자 온 세상의 주인처럼 행복할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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