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6일 토요일

오빠네 집

 

 

 

 

우리 오빠는 세계 굴지의 기업의 임원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오빠는 정말 월급을 많이 받는가보다. (부럽다).  오빠가 서울의 어떤 산동네로 이사를 갔다고 한번 놀러 오라고 해서 길을 물어 물어 가 보았다.  이 동네는 차 없이는 찾아가기 힘들어 보였다.  사실은  집근처까지 간 후에 거기서 오빠의 차를 타고 올라갔다.  오빠의 차는 내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차인데, 덕분에 비싼차도 한번 타 보았다.

 

오빠네 강아지 또또는 크기가 내 주먹보다 조금 큰 정도의 아주 작은 개다. 요놈이 갑자기 손님들이 쳐들어 오니까 긴장을 했는지 내 손을 앞니로 꼭 물고는 - 미안해서 쩔쩔맨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가와서 품에 안겼다.

 

이 동네는 한마디로 '산동네'인데 가난한 사람들이 안보이고 부자들만 보이는 동네인듯 하다.  내가 살다 살다 가끔 부잣집을 가본 적도 있고, 평창동에 축구장만한 정원을 가진 집에도 놀러가 본 적도 있는데,  우리 가족중에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 사람은 처음 본 터라 무척 신기하였다.  오빠는 좋겠다. 부자라서. 하하.  내동생의 딸은 큰고모를 많이 닮았다고 해서, 우리 언니인 큰 고모가 특히 그 녀석을 이뻐한다. 우리 언니가 입고 있는 셔츠는 무슨 일본사람 이름을 가진 디자이너의 비싼 옷이라고 하는데 내가 얼마 주고 샀냐고 물으니까 말을 안해준다.   되게 비싼 옷인가보다.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동그라미가 한개 혹은 두개 더 붙어있는 옷인가보다. 나는 뭐든 '이거 얼만데?'하고 물어보는 '천박한' 습관을 갖고 있다. 하하하.  오빠집 테라스에서 우리 언니와 내 조카 (내 동생네 막내 딸.)

 

 

그런데 돈을 얼마나 벌어야 이런 동네 정원딸린 개인주택을 소유할 수가 있는걸까? (갸우뚱.)

 

 

 

 

 

이 사진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내 작품이다.

이 산동네의 집은 사차원의 놀이터 같은 구조이다. 테라스에서 옥상으로 연결되는 사다리가 있는데 조카녀석 하나는 다람쥐처럼 이미 올라갔고, 여자 조카아이가 올라가고 싶어서 기웃거리고 있다.  창문 안의 거실에서는 엄마와 올케 언니가 있고,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 나와 P선생과 우리 언니가 거실 창문에 어른거리고 있다.

 

 

 

 

 

 

우리 올케 언니는 엄마의 옷을 사러 갔다가 생각 난 김에 언니와 나와 작은 올케의 옷도 선물로 사왔다며 모두 입어볼것을 요구 했다. 그래서 모두들 올케 언니가 사온 드레스들을 떨쳐 입고 사진들을 찍었다.  사실 우리 언니가 입고 있는 오렌지색 드레스는 내가 골라서 입었다가, 우리 언니한테 넘긴 것이다. (내가 저 드레스 입고 앉아있을 일이 없을것 같아서...)  나는 우리 언니한테 머리를 길러서 양갈래로 땋으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초원의 집 - 로라 잉걸스 패션이 될 것이다. 

 

우리들은 이 옷을 입고

 * 메이 플라워 타고 미국에 도착한 초기 정착민들 같다

 * 펜실베니아 아미시 마을 여자들 같다

 * 오지에 숨어 사는 어떤 종파 여자들 같다

 * 초원의 집 여자들 같다

뭐 이런 수다를 왁자지껄 떠들면서 웃어댔는데

우리 엄마는 우리들이 떠드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채로, 자식들이 깔깔대는 것이 좋아서 깔깔대셨다.

 

원래, 우리 엄마와 형제들이 모두 모이면,

오빠는 점잖게, 말없이 그냥 빙글거리며 앉아있고

언니 역시 얌전하게 엄마 모시고 앉아있고

내 동생 녀석도 언제부터인가 지가 내 오빠인양 거드름을 피우고 점쟎게 앉아있기 때문에

결국, 내가 내 거친 입담으로 흥행사가 되어주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육두문자와 이죽거림과 어리버리한 사람 놀리기로 난처한 질문 던져가며 '광대질'을 시작하면

온 식구가 이리저리 굴러가며 배를 잡고 웃게 된다.

나는 우리 식구들을 잘 웃긴다.

그런데 또 한편 생각하면

우리 가족들이야말로 내 유머를 알아듣고 이해해주는 유일한 집단인것도 같다.

 

 

초원의 집, 작은 아씨들, 혹은, 빨강머리앤을 연출하고 있는 우리 엄니와 언니.

 

 

 

 

나는 가끔 내 가족에 대해서 가까운 사람에게 간단히 정리 요약해서 이야기 할때,

시댁쪽으로 가면 그중 내가 부자이고

친정쪽으로 가면 그 중 내가 가난뱅이에 속한다, 고 말한다.

 

내 형제들이 모두 나보다 풍요롭게 잘 살아주어서 나는 걱정이 없어서 좋다.

또, 시댁쪽으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는 형편이라서 역시 나는 좋다.

모두들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살아왔는데

내 형제들은 모두 나보다 부자이다.

나만 돈 모으는 재주가 없는것도 같다.

그렇지만, 나 역시 돈 모으는 재주는 없으나, 내 삶이 충분히 축복으로 가득차있다고 믿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다.

 

 

우리 형부는 일이 바빠서 오지 못했는데, (아직도 만나보지 못했다) 형부는 내심... 처제인 내가 '뚱보'가 되었기를 바라는 눈치다. 우리 언니에게 처제의 체중이 얼마쯤 되는지, 살은 쪘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현재 우리 언니가 나보다 날씬하다. (형부는 통쾌할 것이다.).  내가 며칠 이내로 살을 좀 빼가지고 형부 앞에 나타나서 형부의 약을 올려줘야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