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9일 수요일

비오는 수요일

2010년 6월 9일 흐리고 바람, 비.

 

아침에 출근하여, 텅빈 학교에서 (지난주에 종강했다) 일을 하는 중. 

내가 미주리주에 간 사이에 학생들이 제출한 기말 프로젝트들이 쌓여있어서

어제부터 그것들을 차근차근 평가하고 피드백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휴...이제 언라인 과목 기말 프로젝트를 다운 받아서 평가하고 피드백 주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기말 평가를 모두 마치려 한다.

 

금요일에는 1박 2일로 뉴욕에 가야 한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내가 한국에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과, 내게 주어진 시간을 비교해보자

  1.  기말평가 완료 (오늘 수요일)
  2. 여름학기 실러버스 완성 전송 (내일 목요일)
  3. 한국 방문용 선물 쇼핑 (언제 하지? 일요일에?)
  4. 1박2일 뉴욕방문 (금/토)
  5. 한국방문 보따리 싸기 및 각종 소소한 준비  (월요일)

따라서, 학교에는 오늘 내일 나와서 일하도록 하고

7월 7일에 돌아오면 그때 오피스에 다시 돌아올수 있을것이다. (화분들이 말라죽지 않게 하려면...화분들을 집으로 가져가야겠다. 우리 조교오빠는 화초가 말라 죽어도 그걸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화초에 무신경하다. 하하하. 게다가 요새 새댁이 애기를 낳는다고 병원에 들락거리느라 정신없다. 화초따위 그에게 부탁하면 안된다 하하하)

 

사실은...일 하다가 말고, 책상에 엎드려서 한시간 가까이 쿨쿨 잤다...

미주리에서도 피곤했는데, 오자마자 할일들이 쌓여있었다.

어제는 점심에 꼭 인사를 해야 하는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점심밥을 먹어야 했고

저녁에도 역시 꼭 가야만 하는 자리에 가서 저녁밥을 먹으며 사교적이고 격식을 차린 대화에 집중해야 했다.

오늘 저녁도 내일 저녁도 밥 먹자는 제안이 쌓여있는데, 내가 기진맥진 상태다.

그러니까 일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쿨쿨 잠을 자지.

이것이 잠을 자고 일어난 - 제법 피부가 뽀얘진 얼굴이다. 하하하.

 

 

 

내 학생이 한국에 가서 내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었다:

  1.  종합검진을 받는다 (사실 나는 여태 살면서 종합검진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자궁암이나 유방암 검사도 받은적이 없다.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계가 노후하니 의무적으로라도 종합검진이란걸 받아보려고 생각중이다.)
  2. 내 얼굴에 생긴 점이나 기미를 제거한다 (내 학생의 설명으로는 피부의 점이나 얼룩이 나중에 피부암으로 발전할지도 모르므로 보이는대로 제거해주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게다가 나는 수년간 썬크림도 안바르고 플로리다의 햇살아래를 멋대로 돌아다녀서 얼굴에 기미가 끼어있는 상태다. 어쩌다 몇해만에 우리 언니가 나를 보면 무척 안타까워했다.  이번에는 가서 바로...처리를...)
  3. 치과에 가서 종합적인 '공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몇해전에 치과의사가 내게 종합적으로 뜯어고치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마냥 미루기만 해왔다. 돈 이백만원 깨질걸 아마... 오래된 금 크라운을 다 제거하고 새로 교체해줘야 한다던데...(난 금으로 씌운 이가 여러개다.)
  4. 머릿결이 엉망이다. 원래 알이 굵고 윤기흐르고 생기있는 머릿결이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지 근래 1년 사이에 머리가 푸석푸석하고 윤기가 흐르지 않는다. 뭔가 미장원에서 영양을 주거나 윤기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엄마를 모시고 미장원에 가서 한나절 보내면 해결 될 것이다.

 

아. 이거 다 하려면 돈 꽤나 깨지겠다... (한숨)

 

수요일이다

흐리고 비오고 바람분다.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나가서 라면집에 가서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꽃가게에서 꽃을 한다발 살까...

 

내가 행복할때가 언제인가하면

장보러 그로서리에 갔다가, 꽃가게 기웃거리다가, (대개는 꽃사는것이 돈이 아까워서 구경만 하지만) 꽃을 한 다발 살때. 그때 행복감이 일시적으로 몰려온다.  아주 잠시, 반짝하듯 행복감을 느낀다.  특히 감사한 일은, 지금은 내가 내 앞가림을 할 만큼은 돈을 벌어서 꽃을 사고 싶을때 꽃 한다발을 살 정도의 여유는 있으니까. 그것이 감사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렇다. 옛날에 대학원 다닐때, 돈 아껴서 짤짤매며 써야 했을때, 그때는 늘 그런 상상을 했었다. 내가 공부를 마치고 정규직장을 갖고 살게되면, 그때는 계란을 사도 '오가닉 비싼계란'을 살것이고, 매주 꽃한다발씩 사서 내 책상을 장식할거라고.

 

그런데, 사실 직장을 다녀도 비싼 유기농 계란을 사기에는 돈쓰는것이 겁이나고 (그래서 늘 싸구려 계란을 집어들고), 그리고 매주 꽃다발을 사지도 않는다. 어쩌다 사고 좋아 할 뿐이다.  오늘은 일단 나가서 라면이나 먹고, 꽃집에 들러서 기웃거리며 꽃 구경하다가...한다발 사올까 말까. 날이 흐리다. 이런 날엔 뜨거운 라면을 먹어줘야 한다.

 

 

 

 

 

댓글 2개:

  1. 라면집 가서 김치라면 한그릇 사 먹고

    나오는 길에,

    꽃 한다발 사는 대신에

    캘리포니아롤을 한팩 포장해 달라고 해서, 곧 애기아빠가 되느라 분주하고 까칠해진 우리 조교오빠한테 갖다 줬다.

    꽃보다 밥이다~ (역시 나는 위대한 대한민국산 아줌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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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한국가서 하실일이 많네요..저도 다음에 가게되면 (언제 갈지 모르지만) 선스팟 생긴거 없애고 싶어요..

    저두 그로서리 마켓 가면 제일 먼저 들여다 보는게 꽃이랑 작은 화분 파는데에요.. 아주 가끔 미친척 피오니나 예쁜 노랑장미를 한다발 척 사요.. 그럼 기분 엄청 좋구요.. 계란은 어쩌다 한알 먹는거 냄새 안나는거 먹고 싶어 올개닉 사요..

    비싼 백이고 구두고 사는 대신 꽃도 사고 책도 사고 올개닉 계란이랑 우유, 그리고 페어트레이드 된 커피를 사는 거지요..

    저두 오늘 매운 라면 한그릇 먹었답니다.. ㅎㅎ..

    일들이 줄서서 기다리시니.. 힘내서 잘 감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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