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공항 이륙후 일리노이주 상공에서 내려다본 미시시피강
(세인트루이스는 미조리주와 일리노이주 양안에 연결된 중부도시이다.)
토요일 오전에는 일주일간의 합숙 집중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짐을 꾸려서 세인트 루이스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기숙사 휴게실에 모여서 나를 찾았다. 출발 준비가 다 되었음을 내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나는 학생들을 공항으로 전송 나갈 계획이었다. 유치원생들이 아니니 딱히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이튿날이면 워싱턴으로 돌아가야 할 입장이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휴게실에 편안히 모여 앉아 학교 버스를 운전해줄 분이 오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뭔가 불편한 표정으로 아침에 일어나 작은 '불상사'에 대해서 지도교수인 내 앞에서 안색을 굳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텔같은 기숙사를 일주일간 무료로 사용한 이 학생들은 사전에 '관리인을 위한 팁'을 약간 후덕하게 남겨두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아침에 기숙사 관리인이 '사용한 침대 시트며 타월등을 세탁해 놓고 떠나라'는 잔소리를 했던 모양이었다.
팁만 좀 여유있게 놓아두면 될 줄 알았던 학생들은
사용한 집기를 세탁해 놓고 떠나라는 잔소리에 기분이 불쾌해졌던 모양이다.
그리고 부랴부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와 건조기로 세탹을 하느라 갑자기 바빠졌을것이다.
불쾌할 만 하지.
약이 오른 학생들은 팁을 후덕하게 남겨두려던 것을 취소하고 말았다 한다.
(팁도 주고 빨래도 하고 그러면 억울하겠지...)
거기까지는 나도 잠잠히 듣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볼멘 소리로 떠들어대자
다른 학생들도 불편했던 심기를 드러냈고
급기야는 이 점을 떠나기전에 반드시 학교에 지적을 하고 재발 방지의 다짐을 받겠노라는 '과격한' 언사로 이어졌다. 지도교수인 내 면전에서...
그래서 나는 그 학생에게 물었다:
"사전에 팁을 넉넉히 남겨두고 떠나라고 학교에서 지시를 했지?
그런데 아침에 관리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쭝얼대며 잔소리를 했지?
그래서 지금 그 관리인이라는 사람이 쭝얼댄것에 기분이 나빠져서
학교에 대해서 불평하고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애초에 알려진 지시사항대로 이행하면 되는 것 아닐까?
당신들이 매우 특별한 귀빈들이라서 학교에서 방침을 정했는데
그 관리인이 사정을 잘 모르고 잔소리를 한 것일수도 있는데
왜 알지도 못하는 관리인의 말에 혹해서 시키는대로 해놓고 이제와서 학교를 탓하는가?"
요기까지는 내가 차분하게 차근, 차근 학생들에게 물은 사항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신들은 워싱턴에서 비행기타고 날아온 학생들을 융숭히 대접해주고 잘 교육시키기 위해서 학교가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었는지 전혀 모르는가?
당신들은 학생들이 사용할수 없는 구역을 사용하도록 허락받았고
학장님과 교직원들이 특별히 신경을 써서 이런저런 혜택을 누리게 했으며
학교 셔틀버스를 전용 자가용처럼 맘대로 사용할수 있었고
이세상 어디에 가도 받기 힘든 학생으로서의 대우를 모두 누렸다.
당신들은 이러한 것에 대하여 어느 누구에게라도 감사를 표한적이 있는가?
매일 셔틀버스를 운전해서 시내 안내를 해주던 교수에게 진정으로 감사인사를 드린적이 있는가?
어떤 박사학위자가 미쳤다고 당신들의 개인 기사노릇을 자청하는가?
그 사람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낀적이라도 있는가?
당신들이 이런 모든것을 누릴만큼 그렇게 특별히 대단히 훌륭하다고 스스로 믿는가?
당신들에게 베풀어진 아흔아홉가지의 친절함에 대해서는 고마움도 표시할줄 모르고
단 한가지 누군가가 심술궂게 행동했다고 해서
지금 떠나는 마당에 그것을 문제삼아서 지도교수인 내 앞에서
불량한 태도로 학교 탓을 하러 드는가?
당신들은 아흔아홉가지의 일에 대해서 추호라도 감사했는가?
지도교수인 내가
당신들을 존중하고 돌볼때
나로서는 당신들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사항이 없었을거라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이 그렇게 대단히 잘난 학생들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일일이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그냥 좋은 말로 칭찬하고 격려한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모두 믿는가?
당신들이 완벽한 인간이고 학생이라고 그렇게 믿는가?
나는
문제는 덮고, 돌봐주고 교육하려고 애써왔다.
당신들 식으로 내가 당신들의 아흔아홉가지 덕을 모른체 하면서 한가지 실수에 대해서 문제시하고 졸업 자격을 취소해버린다면 당신들은 행복할까? 내가 그러기를 원하는가?
그렇게 해줄까?
당신들은 수준이하의 행동거지를 내 앞에서 보여왔다.
내가 끝까지 덮어주고 웃으면서 졸업시켜 내보내려고 했으나
떠나가는 당신들에게 내가 말하건대
나는 교육에 실패했다.
나는 교육자로서 실패한 인생이다.
당신들은 교사로서 자격이 없다.
당신들을 이따위로 교육한 나 자신이 심한 책임을 느낀다.
나의 교육은 실패했다.
앞으로 우리 두번 다시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는 일이 없을것이고
나는 당신들을 내 학생으로 기억하지 않을것이며
당신들도 실패한 교육자인 나를 기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기까지가 본론이었다.
그리고 학장님이 학교측이 제공하는 본교 방문 기념 선물 보따리를 가지고는 (하하하)
학생들을 공항으로 전송하러 나타났을때,
나는 학장님에게 말했다
"저는 공항에 못 나갑니다."
(학장님 표정: @_@ "뭔 일이다냐 시방...띠용 띠용..~~ )
얼마후 학장님께서 '중재위원'으로 내방의 노크를 하고 학생들을 이끌고 나타나셨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잠자는 마귀할멈의 코털을 건드렸던 것이다)
내 방에 나타난 학생들에게 나는 '디저트' 수업을 날렸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조심하라
입에서 말이 나오려 들을때 그걸 두 손으로 꽉 막으라
그걸 못하면 당신들은 사회생활 제대로 못 할 것이다.
불평거리가 있으면 입을 막고
감사한 것에 대하여 생각하라
자신이 받는 것에 대해서, 그것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지 아닌지 생각하라.
미안하다
나는 당신들을 꼴도 보기 싫다.
영원히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란다.
천하에 버르장머리 없고 은혜도 모르고 무례하게 꽥꽥대는 인간들의 선생인 나 자신이 챙피스럽고 참담하여 다시는 당신들을 보고 싶지 않다."
결국 학생들은 내 축복을 받지 못한채 패잔병들처럼 울면서 학교를 떠나야했다.
그들은 울었다.
우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울면 뭘해? 자각과 반성이 없이 울면 뭐하냐구. 은혜도 모르고 예수를 팔아 십자가에 매달은 중생들. 예수가 아무리 이적을 보여도 그자리에서 잊고 돌아서서 모른채한 것이 중생들이 아닌가. 이런 인간들을 교육시킨다고 세상이 달라져? 예수가 다시 돌아와도 인간의 속성은 바뀌지 않을걸... 울어라, 울어라, 그러나 당신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 살다가 혹시 불평할 일이 있을때, 지금 여기서 마귀할멈처럼 저주를 해대던 내 얼굴을 기억하라... 이 마귀할멈같은 내 얼굴을 기억해내는자, 실수를 줄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것 같다...생긴대로 살다 죽으라..."
나대신 이들을 인솔한 학장님의 전언:
"학교를 출발하려는데 학생들이 갑자기 총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겠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바쁜데 그냥 가자했더니 꼭 총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가겠대
그래서 총장님을 찾으니
총장님이 교직원들과 함께 학교 청소를 하고 계시는거야.
총장님이 청소하다말고 인사하러 온 학생들을 위해서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드려준거야
(하하하, 여기서부터 코메디)
그러니까 학생들이 막 눈물을 펑펑 쏟는거야...
총장님이 축복의 기도를 드려주는데
학생들이 막 통곡을 하니까
곁에 있던 교직원들이 이걸 보고 그만, 숙연해진거지
아 총장님의 기도가 무지무지한 파워가 있나보다 학생들이 갑자기 통곡을 한다 할레루야! 이런 지경이 된거야.
(하하하 갈갈갈 -- 나중에 얘기를 전하면서 갈갈대던 학장님)
그래가지고 갑자기 분위기가 매우 숙연해졌다니깐. 총장님도 너무너무 감격한거지, 학생들이 너무나 고마워서 운다고 생각했으니까...
이것이 그들에게 준 내 '마지막 수업'이었다.
일요일밤, 나도 일주일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펼쳐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