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9일 수요일

Norman Rockwell 1: Girl with Black Eye (1953)

 

내 연구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이 작은 액자 속의 소녀를 볼 때면 나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현재 제가 딱 요렇게 눈두덩이 혹은 마음 어딘가가 시퍼렇게 멍이 든 것 같은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액자 속의 그림의 사이즈는 A4 용지보다 약간 작은, 평범한 잡지책크기입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 그림은 1953 5 23일자 미국의 Saturday Evening Post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라는 잡지의 표지였거든요.  이 그림은 세가지 제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Girl with Black Eye: 한쪽 눈이 멍든 소녀

 2. The Winner: 승리자

 3. The Shiner: 빛나는 승리자

 

이미 제목에서 우리는 삶의 어떤 기미를 눈치채고 말게 되는데요, 사실 제목이 없다 하더라도, 그림 속의 정경이 이미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갈래머리 소녀가 복도의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머리 위로 게시판이 보입니다. 학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녀의 오른쪽으로 열린 문이 보이는데, 그 틈으로 책상에 앉아 내다보는 남자와, 남자를 향한 채 서서 역시 뒤를 흘깃 내다보는 여자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 그림 속의 인물들은 미국인이고 상황이 미국의 상황인 것은 분명하나, 한국인인 우리들도 그림을 보면 대충 어떤 상상인지 상상이 갑니다.

 

소녀를 좀더 들여다볼까요?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것 같은데 빨간 리본이 풀어져 늘어져있습니다. 머리도 전체적으로 삐죽삐죽 엉켜있습니다. 반팔소매의 한쪽은 아예 민 소매처럼 접혀 올라가 있고요, 셔츠의 한쪽이 치마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앉아있는 모양새를 보십시오. 소녀는 다리를 편안하게 벌리고 앉아있는데, 아마도 무릎까지 올라가는 양말이 흘러 내려와 있고, 그리고 오른쪽 무릎에는 반창고까지 붙이고 있습니다. 두 손은 나무벤치 끝을 꼭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녀의 한쪽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어 올라서 감겨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두 사람에 대해서도 상상이 가능합니다.  남자는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듯 하고, 비스듬히 서서 내다보는 여인은 아마도 이 소녀의 담임선생님 일것입니다. 이 두 사람의 대화를 제가 상상해볼까요?

 

 여자: 교장선생님, 샐리가 또 톰을 두들겨 팼어요.  덩치 큰 톰녀석이 울면서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저 샐리를 어쩌면 좋죠?

 남자: 글쎄요, 샐리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자: 지난번에도 단단히 주의를 줬거든요.

 남자: 그것 참……

 

 

 

샐리는 아무래도 어떤 처벌을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머리나 옷 꼴이 엉망인 채로 뭔가 사고를 친 이 소녀는 장차 자신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전혀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소녀는 득의 양양하게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입이 귀에 가 걸렸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샐리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선생님한테 혼날 때 혼나더라도, 일단 톰 녀석을 해치워버려서 아주 속이 후련하다고, 헤헤헤! 

 

이 그림은 1953, 한국에서는 한국전쟁의 막바지 전투가 벌어지던 시절에 미국에서 그려진, 50년도 지난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감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는 이 작은 액자를 매사추세츠주의 스톡브리지라는 마을의 기념품 가게에서 20달러를 주고 샀습니다. 인쇄상태나 액자상태나 고급스러울 것도 없는 그냥 싸구려 기념품입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손에 넣었을 때 믿음직한 친구가 생긴 듯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퍼렇게 멍이든 채 씩 웃고 있는 이 소녀가 참으로 용감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소녀와 함께라면 나도 겁날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내가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무수한 실수를 저지를 것이고, 사람들은 때로 나를 손가락질하며 비웃거나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돌팔매질을 당할지도 모르고 발길질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나는 털고 일어나 세상을 향해 씩 웃어주고 그리고 내가 이겨내야 할 운명적 순간들을 이겨내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기 때문입니다.

 

1936년에 찰리 채플린 (Charlie Chaplin) 이 작곡한 노래 스마일이 있습니다. ‘웃어요 가슴이 아파도, 가슴이 무너져도 웃어요. 하늘에 구름이 낀다 해도 공포와 슬픔 속에서도 웃다 보면 견뎌낼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가사의 노래입니다.

 

 

 

Smile

 

http://www.youtube.com/watch?v=iu-rLA4POkI

 

Smile though your heart is aching;

Smile even though it's breaking.

When there are clouds in the sky, you'll get by.

If you smile through your fear and sorrow,

Smile and maybe tomorrow,

You'll see the sun come shining through for you.

 

Light up your face with gladness,

Hide every trace of sadness.

Although a tear may be ever so near,

That's the time you must keep on trying,

Smile, what's the use of crying?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If you just smile.

 

That's the time you must keep on trying,

Smile, what's the use of crying?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If you just smile.

 

 

 

Lyrics by John Turner and Geoffrey Parsons.

Music written by Charlie Chaplin, 1936.

 

 

Norman Rockwell 의 아름다운 작품 몇 가지를 더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드리겠습니다.

 

 

 

 

 

 

 

작품:

 

Rockwell, Norman
Girl with Black Eye
1953
The Saturday Evening Post, May 23. 1953 (cover)
Oil on canvas
34 x 30 in.
Wadsworth Atheneum, Hartford, Connecticut

 

 

august 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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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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