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9일 수요일

미국 미술가 분류 방법

미국 미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미국 미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 나름대로의 정의가 필요할 듯 하다. 2여 년간 심심파적으로 미국 동부의 주요 미술관들을 구경하러 다니며 내가 살펴본 바로는 미국 미술가는 대략 세가지 다른 양상으로 분류가 될듯하다.

 

(1) 미국에서 나고 자라고 활동하고 죽은 신토불이 형 작가들

2)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나 유럽에 가서 유럽화단의 영향을 받아가지고귀국했거나 혹은 아예 유럽에 정착한 해외유학/이민파 

(3)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랐으나 미국에 와서 주로 활동하다가 미국에 정착한 이민파.

 

 

신토불이파

 

사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본 미국 미술가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고,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유학한바 없이 자신의 토양 위에서 예술을 키운 사람들을 나는 미국 미술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에 Anna May Robertson (일명 Grandma Moses)라는 분이 있다. 이분은 미국의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나고 자랐다. 평범한 아주머니였다. 이분은 평생 수예를 좋아했는데, 그만 나이가 들어 눈이 어두워져 바늘귀에 실을 꿰기도 힘들어지자 (당시 70대 후반) 수 놓는 취미를 포기하고, 그 대신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규 미술교육이라고는 바다본적이 없는 미국 시골의 어떤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이의 그림은 그 후 20여 년 동안, 그이가 101세가 되어 사망하는 그 날 까지 미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문 화단에서 비평가들이 그의 그림에 대해서 어떤 예술적인 비평을 할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그림을 볼 때, 어떤 화풍이나 기술을 보기보다는 그림 속의 이야기을 읽는 사람이고, 내 눈앞에 펼쳐진 모세 할머니의 그림 속에는 그 사람 추억 속의 동네 사람들 모습이 들어있었고, 한국 땅에서 나고 자란 내 추억이 들어있었다.  어떤 미국 할머니가 그린 미국 마을 그림을 보면서 한국인인 나는 내 고향을 떠올리고 있었다.  모세 할머니의 그림은 너무나 미국적이면서도 보편적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나는 1세기가 넘도록 미국의 토양 속에서 그림을 그린 이분을 미국의 화가라고 규정한다.

 

 

해외유학파

 

그런데 역시 내가 워싱턴에서 발견한 미국 화가 중에 메리 커셋 (Mary Cassatt)라는 화가가 있다. 이 사람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미국에서 그림 공부도 하고 미술 활동도 약간 했다. 그이는 유럽으로 건너가 파리 화단의 주요 미술가들과 교제하며 유럽 미술계의 별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는 미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이 화가의 그림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다행스럽게도 워싱턴 디씨에 있는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에 가면 이 사람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 (Smithsonian Museum of American Art) 그밖에 볼티모어나 필라델피아, 맨해턴, 시카고 등 여기저기 이름있는 미술관에 가면 어김없이 이 사람의 그림 한두 점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사람의 화집도 두 권이나 갖고 있다. 이 사람 관련 소설도 읽었다.  나는 메리 커셋을 사랑하지만, 그이를 진정한 미국 미술가로 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유럽에서 활동하다가 유럽에서 유럽의 화가로 죽었으므로.  그렇다고 이 사람을 미국화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미국이 배출한 화가이니까.  그리고 미국 화단에는 이렇게 미국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받다가 유럽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미술을 배우고 연마하여 유럽의 화가로 자리 잡은 사람들이 여럿 있다.  혹은 유럽에서 유럽화단의 교육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와 활동한 화가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나는 순수한 미국 화가로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유럽스타일의 미국화가로 분류를 하게 된다.

 

 

이민파

 

 

또 다른 예술가들이 있다.  미국에 건너와서 미국의 예술가로 자리 잡은 사람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들의 자랑 백남준선생을 들 수 있다.  백남준 선생은 분명 한국이 배출한 예술가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한국 예술가라고 분류 할 수 있을까? 그는 미국에서 주요활동을 했고, 미국에서 말년을 보냈다.  백남준씨의 작품들은 미국이 자랑하는 스미소니안 국립 미국 미술관의 심장부를 장식하고 있다.  백남준 선생 외에도,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랐으나 미국에서 자리잡고 미국의 화단에서 활동한 작가들이 있다.  이런 작가들을 또 한 그룹으로 분류를 할 것이다.

 

 

정리

 

내가 가장 즐겨 찾아보고, 애정을 보내는 작가 군은, 내가 신토불이파라고 명명한 집단의 사람들이다.  이는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위에 소개된 메리 커셋 유형의 해외유학파나, 백남준씨 유형의 이민파 작가들에 대해서도 역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미국 미술가들을 나는 이렇게 세가지로 분류를 해 보았다는 것이다. 내가 작가들을 소개할 때는 이런 분류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될 것이다.

 

 

 

 

 

미미

august 19,2009

forgetmetomorr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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