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0일 일요일

Jacob Lawrence: 미국 흑인 이주 시리즈 60장

Jacob Lawrence (제이콥 로렌스, 1917 9 7– 2000 6 9). Andrew Wyeth (1917-2009) 와 같은 해에 태어나 동시대를 살다간 흑인 미술가이다. 앤드루 와이어드와 제이콥 로렌스는 출생 환경이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어느 부분 닮은 꼴도 있다. 일단 같은 해에 태어났고, 둘 다 정규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서 미술에만 집중하는 시절을 보냈다. 앤드루 와이어드는 학교에 출석하는 대신에 이미 이름 난 화가였던 아버지의 슬하에서 일찌감치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했고, 제이콥 로렌스는 이혼한 홀어머니와 열세살에 뉴욕의 빈민가에 흘러 들어 할렘의 미술 공예 교실에 입학시킨다. 앤드루 와이드가 전문가인 아버지와 그 제자들 틈에 끼어 회화 기법을 익힐 때, 제이콥 로렌스는 엄마가 짜고 있던 카펫에 새겨진 무늬들을 그대로 크레용으로 그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앤드루 와이어드가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실주의적 기법의 자신의 그림 세계를 구축해 가는 동안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제이콥 로렌스는 세탁소, 인쇄소 등을 전전하며 일을 하고, Charles Alston 이 가르치는 Harlem Art Workshop 에서 수업을 듣는다. 그는 재능을 인정 받아 American Artists School 에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앤드루 와이어드는 1949 Christina’s World (크리스티나의 세상)이라는 작품을 뉴욕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에 넘긴 후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로렌스는 1941년 그가 60장의 연작을 선보인 흑인 이주 연작 (Migration Series)’으로 스물 네 살의 젊은 나이에 화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앤드루 와이드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한 미술공부였지만, 세상에 그 이름을 알린 것은 앤드루 와이드보다 한참 전이다. 그의 연작 12x18인치 사이즈의 판 60장에는 1917년부터 미국 남부지역의 흑인들이 미 북부 쪽으로 이동하는 광경과, 이들이 이주하여 어떤 일을 겪으며 정착해 나갔는가가 에피소드 별로 그려져 있다. 로렌스는 직접 그림 설명도 썼다. 그는 이 연작을 1940년에서 1941년까지 2년간 그렸다고 한다. 이 연작 시리즈는 소개 되자 마자 각계에서 놀라운 시선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1941년에 Fortune 지에서 이 작품들을 특집으로 소개 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맨하튼의 Downtown Gallery 에서 단독 전시회를 열게 되는데, 역사적으로 뉴욕에서 열린 흑인 화가 개인전은 이것이 최초였다고 한다.

 

이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소장하려는 수집가들의 열기도 뜨거웠는데, 워싱턴의 Phillips Collection 과 뉴욕의 현대 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양측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절반씩 나눠 갖는 쪽으로 결론을 맺었다.  필립스 콜렉션이 1번부터 시작하는 홀수 번호 그림을 갖고, 현대미술관이 짝수 그림을 소장하게 되었다.

 

 

Norman Rockwell 관련 페이지에서 1960년대의 미국 흑인 인권 운동 관련 그림을 소개한 바 있는데, 그보다 4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1차 대전 직후부터 2차 대전 직전까지 미국 남부의 흑인들 중 많은 수가 일자리를 찾아 북부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60장의 연작 속에는 남부 농장의 목화밭도 그려지고, 린치로 살해당하는 흑인들도 그려진다. 북부에 올라와 자리 잡고 살만해지자 흑인들 주거지역을 습격하거나 폭파, 방화의 폭행이 자행되기도 하고, 여전히 흑백분리 차별을 받기도 하며, 심지어 같은 흑인이면서 이미 북부에 자리잡아 살고 있던 흑인 기득권층에게 소외 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흑인 수난의 역사야 다 알려진 것이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연작의 제작, 발표 시기를 보면 제이콥 로렌스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는지 가늠하게 된다. 흑인 인권 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이 I Have a Dream 을 외치며 인권운동의 날개를 펼친 것이 1963년 이었다. 1960년대에는 버스 보이콧, 식당에서의 보이콧 등 다양한 흑인 인권 운동이 각지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제이콥 로렌스는 그로부터 2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흑인들의 수난사를 60장의 그림에 담아 낸 것이다. 일찍이 어느 누가 특정 역사를 이런 연작으로 담아 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던가?  여기에서 그의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성을 찾아 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제이콥 로렌스는 1941년 함께 작업하던 미술가와 결혼하여 2000년 사망할 때 까지 해로했다. 1970년에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 대학의 교수로 부임한 그는 시애틀에 정착하여 살았다.

 

2008년에 워싱턴의 필립스 콜렉션에서 뉴욕 현대미술관이 소장하는 짝수 그림까지 모두 가져와서 전체 60장을 전시한적이 있다. 그 당시에 나도 가서 그림 구경을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내게 이 대단한 연작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었고, 단순히 흑인 그림인가보다 하고 지나치고 말았었다. 요즘 미국 미술에 대하여 생각을 하거나 자료를 찾아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제이콥 로렌스의 연작의 중대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며칠 전 필립스 콜렉션이 소장하는 홀수 번호로만 이루어진 작품 전시를 보러 갔다. 2층 구석 쪽의 방 두 개의 벽면에 30장의 그림이 번호 순서대로 전시 되어 있었다.

 

 

* 그림 크기는 가로그림이나 세로그림이나 모두 일정하다. 12x18 인치의 판 60장이 사용되었다.

 

 

 

(1)번 그림:

 

 

(3)번

 

 

(15)번

 

   "There were lynchings "  "린치도 당했습니다."

 

                                     (사진) 1925년 미국 흑인이 나무에 목이 매달린 장면.

                                           http://en.wikipedia.org/wiki/Lynching

 

 

사실 필립스 콜렉션에서 30장의 작품 사진을 다 찍어왔는데, 그 밑의 캡션 (제이콥 로렌스가 직접 썼다는 그림 설명 문구를 사진에 담아오지 않았다. 그림과 함께 캡션도 아주 중요한데...도서관에가서 관련 자료를 찾던가 아니면 다시 필립스 콜렉션에 가서 캡션까지 사진찍어 와서 삼십장의 그림과 그 캡션을 모두 소개하고 싶다.

 

http://americanart.textcube.com/32   워싱턴 필립스 콜렉션 소장 홀수 30편

http://americanart.textcube.com/79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품까지 포함한 총 60편 차례대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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