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n Rockwell
미국은 초기 식민시절부터 계산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300여 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에 비하면 '신생국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미술관들을 돌며 '미국미술'쪽을 살피면, 이들이 소장하는 세계 미술품, 유럽 미술품에 비해서 어쩐지 허술하고 조악하다는 느낌마저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을 갖고 계속 미국 미술을 살피다 보면 미국 미술이 300여 년 사이에 얼마나 비약적으로 발달했는지 깨닫게 되기도 한다.
나는 지난 2년간 심심파적으로 미국의 행정수도 워싱턴 디씨 일대의 스미소니안 계열, 그 밖의 국립, 사립 미술관들을 돌며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품들을 감상했다. 심심할 때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관심이 끌리는 작가에 대해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 보고, 미술관에 찾아가 다시 한번 해당 작품들을 살펴보는 식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왔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미국 미술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감식안을 키웠을 것이다. 미술관을 돌고, 미술책들을 보면서 내게는 '미술 자료'에 대한 감식안도 생겼다. 내가 미술책을 볼 때, 나는 해당 작품에 관한 '기록'이 세밀하고 정확한지 살핀다. 그 작품이 현재 어느 박물관/미술관에 있는지, 작품의 크기는 얼만한지, 제작연대는 어떠한지 꼼꼼하게 살핀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 미술책에는 신뢰를 덜 보내는 편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라는 이탈리아 작가의 '모나리자의 미소 (Mona Lisa)' 라는 작품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림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르부르 박물관에 가면 원화를 볼 수 있다. 요즘은 세계여행을 많이 하는 추세라서 많은 한국인들이 직접 프랑스에 가서 이 그림을 보았을 것이다. 나도 2001년 여름에 '수학여행'같이 꽉 짜인 패키지 유럽관광 상품을 통해 파리에서 이 그림을 구경 한 적이 있다. 이 그림을 직접 목도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으로 이러한 것이 있다: "난 또 꽤 큰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까 작더구먼." 실망스런 표정. 나의 경우에는 하도 사람들이 '작더구먼'하고 알려주어서 아주 작은 그림을 예상하고 갔다가 예상보다 얼굴이 큰 모나리자를 만났다. 요즘,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들이 서있는 워싱턴 지역에 살면서, 그림을 보러 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나에게는 원칙이 생겼다. 미술책을 볼 때 그림에 대한 기본 정보가 제대로 정확히 실려있는지 확인할 것. 그리고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 그림의 규모가 실제로 얼마만큼 큰지 그것도 마음에 새길 것. 나는 미술관에 가서는 주로 그림들을 즐겁게 보고, 집에서 심심할 때면 미술관 안내 책자를 통해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기도 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미술책 전면에 실린 풍경화가 대작이겠다 상상하고 가보면 실제로는 아주 작은 창문만한 그림이기도 하고, 혹은 반대로 잡지표지 그림이라니까 잡지표지 만하겠다 상상하고 가서 보면 대작이 걸려있기도 하고 그렇다.
나는 미국 미술에 대해서 공부를 해 가면서, 내게 인상적인,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이 진정한 미국 화가다'라고 믿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내 관점에서 정리해 나갈 것이다. 이따금 그림 앞에 관객이 서있거나 내가 서있는 사진 자료를 올릴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그 그림의 크기, 전시관에서 그 그림이 차지하는 위치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그림이야기는 독자가 '화집'만 보고 그림을 상상할 때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일부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화집 속에서 그림들은 손바닥만한 것이 아주 거대하게 실리는가 하면, 벽화 하나가 아주 작은 페이지를 채우기도 한다. 이것은 '화집'의 운명적 한계일 것이다. 그 화집의 운명적 한계를 나는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면서 내가 왜 특정 미국의 작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미국 미술 이야기는 현지 진행될 것이다. 나는 내가 직접 본 그림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보지도 않은, 화집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는 그림을 내가 본거인양 전하지는 않겠다.
이따금 시내 여행을 하거나 (시내 여행이란 미술관 구경을 말한다) 혹은 멀리 여행을 하면서 미술가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이 대화도중 내게 묻는다. "당신은 미술가인가?" 나는 미술가가 아니다. 어릴 때 그림일기를 즐겨 그렸고, 지금도 뭔가 삽화를 그리거나 끄적거리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내게 미술가적인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순수하게 그림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림에 대해서 학자적으로 어려운 말을 사용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나는 촌스런 이발소 그림도 좋아하고, 차별 없이 그림을 좋아한다. 차별 없이 그림을 보는 눈으로 나의 미국 미술가들을 차근차근 만날 것이다.
내가 처음 소개하는 작가는 Norman Rockwell 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며칠 전에 매사추세츠에 있는 노만 로크웰의 박물관에 다녀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이 가장 생생하기 때문이다. 글을 위해 나는 몇권의 책도 도서관에 주문해 놓았고, 며칠간 그에 대해서 차근차근 공부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를 소개 할 것이다. 나는 대략 일주일에 한 명의 미국 미술가를 소개 할까 생각하고 있지만, 그 약속을 내가 지킬 수 있을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나에게도 생업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고, 미국 미술관련 책 외에도 나의 전공서적들을 읽어야 하므로. 하지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나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왜냐하면 미술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기쁨이므로.
2009년 8월 17일.
@미소영 - 2010/08/06 04:45
답글삭제안녕하십니까.
저도 반갑습니다.
요즘 워싱턴 디씨의 스미소니안 미국미술 박물관에서 노만 로크웰의 특별전을 하고 있습니다.
...아, 거기 가봐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네요. 뭐 한 6개월 할거니까 여유는 있습니다만.
ㅋㅋㅋ 독자님과 같은 띠의 남자를 사랑했던 때가 한때 있었지요 헤헤. 제가 원래 위아래 10년 차이는 친구되기가 쉬운 성격입니다. 언니들은 저를 귀여워하는 편이고, 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통한다고 나름 귀여워하고.
:-)
우연히 호박꽃 검색하다,
답글삭제미소영과 같은 세대의 분이 올린듯한 읽을만한 글을 보고
첫 블로그 게시로 오니(처음을 먼저 찾는 버릇때문^*^) 눈에 익고 이름이 친근한 이를 만나게 되어 몇자 적습니다.
위의 자화상 사진이 우표로 나와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화가들중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아닌가 합니다.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지요.
우표는 소장하다 잃어버렸지만....
호박꽃에 대한 일기 미소로 읽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무척이나 공감하며...
미소영이 사는 곳은 미서부입니다 (남가주)
***
한국에서 태어나서, 지난달 미국에서 산 기간이 한국에서 산기간을 넘어선...
56년생 80여만명 중의 하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관계로 중학교는 은행알로 배정받은
첫 세대...
56년 잔나비 몆자 적었습니다.
****
뱀발:관심으로 좋은 글 읽고, 때로는 혹평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쓰고 보니 수정이 안되는군요.(올리고 나니 수정할 기회가 주어지는 군요. ^*^ <--나중 첨가)
철자 띄어쓰기 엉망...ㅠㅠ
지우고 다시 써야하나???
한자한자 정성으로 써야하는 곳이구나 생각하며 틀린대로 브끄이... 남기기로 했습니다.
http://americanart.si.edu/exhibitions/archive/2010/rockwell/
답글삭제위 관련 링크입니다.
****
그러고 보니 한 10년 차이 인듯도 합니다.
[명랑디카리뷰기] DP1s DP2s GRD3 비교 사용기
답글삭제http://www.slrclub.com/bbs/vx2.php?id=user_review&no=32104#pg
그리고 보너스
dp1s사용기
http://www.slrclub.com/bbs/vx2.php?id=user_review&no=32075
*****
참고 될 듯하여 .....
****
어! 그런데 댓글이 엉뚱한 곳으로...[독수리 타법의 비애로다 언제 다시쓰노..걍 .여기에...]